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셰임]우리가 알지 못했던 침대속 이야기... 섹스와 가족애의 묘한 연관성.

송씨네 2013. 5. 10. 15:40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처음으로 도저히 이 영화와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찾기가 힘드네요. 섹스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고 가족애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지만 이 두 개를 묶은 영화가 있었던가요? 제 기억에는 그런 영화는 없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140자로 말해봐!

 섹스와 가족애... 전혀,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관계지만 그 속에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하게 만듭니다. 섹스중독자 오빠와 불륜을 저지르는 여동생... 어긋나도 너무 어긋난 관계이지만 손톱만큼 희망이 보이니 다행인지도.

 

인간이라는 동물은 참 특이한 동물입니다. 이성과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아주 능력있는 동물이죠.

더구나 종족을 번식하려는 의지는 다른 일반 동물을 능가합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진정한 종족번식을 하려고 이러는 것인지 단지 그 순간의 쾌락이 좋아하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 아주 특별한 남자가 있습니다. 잘나가는 직장에 혼자살기에는 그만인 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여자입니다. 쾌락을 향해 달려가는 이 남자...

그리고 그 사람의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 영화 <셰임>(원제 Shame)입니다.

 

 

 

 

 

한 남자가 침실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브랜든(마이클 패스밴더)...

여자와의 관계를 끝마친 것 같은 느낌이고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의 한 여인이 보입니다. 아름답습니다. 그 남자도, 그 여자도 서로 관심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직장에 왔습니다. 컴퓨터는 바이러스에 걸려 책상위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한 여인이 그 집에 있습니다.

브랜든의 동생인 씨씨(캐리 멀리건 분)입니다. 밤무대 클럽을 전전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집은 없습니다.

어느 날 직장 상사인 데이비드(제임스 뱃지 데일 분)를 이끌고 씨씨가 일하는 클럽으로 왔습니다.

데이비드는 이미 부인도 있고 아들도 있습니다만 씨씨와 섹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브랜든 자신의 집에서 말입니다.

그 분노를 달밤의 조깅으로 참아보려고 하지만 그 분노가 쉽게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록 브랜든은 섹스의 횟수도 늘어나고 컴퓨터 라이브 채팅, 콜걸 부르기 등의 행위도 계속 되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일하는 동료 마리안(니콜 비헤리 분)과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고 다음날 무작정 그녀를 이끌고 호텔로 향합니다.

사방이 유리벽으로 모든 것이 다 보이는 공간에서의 섹스... 하지만 그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씨씨를 나무라지만 그들의 대화의 벽은 높기만 했습니다.

과연 이들 남매는 화해할 수 있을까요? 또한 브랜든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셰임>의 포스터만 대충보고 저렇게 푸른 사막(?)이 있었나라는 의문을 갖았지요.

근데 그것은 사막이 아닌 침실의 침대보였던 것이죠. 이런... (이번 기회에 안경 하나 더 사야하나? ^^; )

그리고 영화를 보고서야 이 침대보가 왜 등장을 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침대보와 벌거벗은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한 남자... 어쩌면 이 영화를 이렇게 말고는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브랜든은 섹스중독자(성도착증)의 전형적인 경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번듯한 직장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외로움이 있고 그것을 다양한 야동을 보며 헐벗은 여성들과의 라이브 채팅과 콜걸 부르기 등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죠.

무엇이 그를 혼자 살게 만들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것이 뒤에 등장하게 되는 여동생 씨씨의 영향도 한몫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씨씨는 수 없이 많은 자살을 시도했었던 여동생입니다. 그런 상황을 수 없이 봐왔던 상황에서 브랜든도 유쾌했을리는 없습니다.

어쩌면 집안의 가정적인 환경에서 그는 그 트라우마를 섹스로 대신하려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묘하게도 가족에와 섹스중독자의 이야기를 연결시킵니다.

참으로 잘 안맞는 소재들입니다. 서로 다른 소재가 과연 연결이 될까라는 의문이죠.

하지만 씨씨가 브랜든의 직장상사와의 섹스를 하게 되고 그것을 어쩔 수 없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브랜든은 직장 상사인 데이비드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습니다. 말할 기회는 있었지만 데이비드가 가족과 화상 통화중이었던 상황이라 말을 하지는 못했죠.

속에서 부글부글하는 마음을 동생인 씨씨에게만 들어붓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직장상사에게 자신의 분노를 이야기한다면 자신의 목숨(직장에서의 말도 안되는 해고)도 위태로울 것이 뻔하니깐요.

그런 상황에서 그가 하는 섹스는 욕구 충족의 의미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좋지 않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분노의 섹스는 결국에는 임자있는 사람의 여자를 건드리거나 두 명의 여성과 같이 하는 쓰리섬, 동성애자들이 모여있는 클럽에서 동성애자들과의 섹스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그야말로 온갖 섹스의 종류를 다 보여주는 상황에까지 이른다는 것이죠.

 

 

 

 

 

 

 

 

브랜든을 연기한 마이클 패스밴더는 그렇게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영화들을 많이 보셨다면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 아니었나 생각되실껍니다.

영화 <300>,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에도 얼굴을 비추었으며 최근에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인조인간 데이빗으로 많은 분들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시킨 배우라고 봅니다. 적나라하게 자신의 몸을 노출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분노하지 못하는 셀러리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씨씨의 캐리 멀리건은 우리에게 슬슬 이 얼굴이 기억되도록 만들고 있지요. <드라이브>의 순수한 여인 아이린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녀는 곧 개봉될 작품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정말 출중한 노래실력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상황과는 맞지 않게(?) 클레식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오히려 강렬한 소재의 영화를 편안하게 볼 수 있는지도 모르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lenn Gould, 1932~1982)의 피아노 연주곡들이 많이 사용이 되었는데요. 'Aria'를 비롯한 다양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사용되었지요.

아울러 프랭크 시나트라를 비롯해서 많은 이들이 부르고 리메이크하면서까지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명곡인 'New York, New York'을 캐리 멀리건의 아주아주 느린 재즈풍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특별한 재미이지요. 바로 이렇게 말입니다.

 

 

 

 

 

 

 

 

 

 

 

 

이 글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 새벽에 아주 놀라운 소식이 들렸더군요.

나라를 대표하는 분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분이 부적절한 성추행 논란으로 새벽 2시에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를 보았습니다.

물론 늘 하는 이야기가 있지요. 오해이고 사실과 다르다고 말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셰임>은 '부끄러움'이란 뜻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적어도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 중의 또 하나는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죠.

그것을 안다면 적어도 후회할 일은 하지 말아야겠지요.

 

결론을 사실 브랜든과 씨씨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야겠지만 저는 좀 다른 부분에서 결론을 내려봐야겠습니다.

관음증에 걸린 우리사회, 그리고 그 유리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 사회...

차라리 브랜든과 씨씨는 양반이 아니었을까요?

나라와 직장에 헌신하고 가족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직장상사로 등장한 데이비드 같은 사람이 더 추하고 지저분한 사람들이라고 말이죠.

그럴바에는 브랜든 같은 섹스중독자처럼 사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남의 가정에는 파탄은 안낼테니깐요. 너무 소심해서 말입니다.

 

물론... 섹스중독증이라 불리우는 성도착증은 분명 정신병입니다. 뭐든지 적당히가 좋겠죠.

하지만 피곤하고 열받는 세상인 요즘에 우리가 그 분노를 표출할 곳이 없다는 것이 슬픈일입니다.

파란 침대보에 감춰진 세상... 영화 <셰임>이었습니다.

 

 

PS. <홀리모터스>의 성기노출은 금지... <셰임>의 성기노출은 OK...

<셰임>은 남성의 성기노출 장면이 의외로 많이 등장하며 심지어는 여성의 체모도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기준이 뭘까요? 영등위 심의위원들의 멱살을 다시한번 잡게 만드는 충동을 들게 만드네요. ㅠㅠ

아울러 <셰임>에 대한 재미있는 영화 해석과 영화와 관련된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이 영화를 수입한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극장 아트하우스 모모가 만든 팟캐스트 '모모의 영화보는 다락방'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영화평론가 최광희 씨의 재기발랄한 19금 토크가 등장합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