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고령화 가족]콩가루 가족의 끝판왕... 하지만 혈연만이 가족은 아니다!

송씨네 2013. 5. 13. 03:48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이상한 가족, 콩가루 가족의 이야기는 너무 많아서 이야기 드리는 것이 힘들 정도죠. 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2007),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2006),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2012), 안슬기 감독의 <다섯은 너무 많아>(2006) 등의 작품들이 있지요. 그 방식은 다르지만 혈현이 다른 가족들의 모임이거나 혈연관계인데 어딘가 삐딱한 가족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이들 영화의 공통점이죠.

 

140자로 말해봐!

콩가루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계보를 잇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혈연관계만이 가족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영화입니다. 맛나는 집밥이 그리우는 분들에게는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가족의 해체... 핵가족화는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먹고 살기는 힘들어지고 부모님을 모시는 사람들은 적어졌지요.

하지만 반대로 결혼 후에도 부모님 집에 얹허사는 사람들도 늘어났지요.

몇 살 터울 밖에 나지 않는 남매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어딘가 이상한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영화 <고령화 가족>(영문원제 Boomerang Family)입니다.

 

 

 

 

한 남자가 자살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그의 이름은 인모(박해일 분)... 영화는 망해버렸고 집세는 밀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윤여정 분)로 부터 전화가 오네요. 닭죽 만들었으니 와서 먹고 가라고 말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따뜻한 닭죽이 보입니다. 그런데 문이 열리니 부시시한 몸에 한 남자가 걸어오네요.

건달 출신의 한모(윤제문 분)는 마치 인모와 앙숙처럼 지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후에 접어드니 이번엔 웬 여자 아이가 보입니다. 성깔은 있어 보이는데요.

할머니 집에 눌어 앉겠다고 이야기하는 이 아이의 이름은 민경(진지희 분)으로 이혼을 밥먹듯이 하는 엄마 미연(공효진 분)과 함께 여기서 살 예정입니다.

졸지의 식구가 다섯이 되는 상황... 근데 이들의 어머니는 천하태평입니다. 매일 같이 고기를 먹이고, 먹이고, 또 먹입니다.

인모에게는 일반 영화가 아닌 AV 영화 제의가 들어오고, 늘 도망을 다니는 한모는 약장수(유승목 분)라 불리우는 조폭에게 수배령을 당한 상황입니다.

미연은 이제 세번째 결혼을 준비중이고 새 반려자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착실한 회사원 근배(김영재 분)입니다.

이걸로 끝이면 말이 아니죠. 인모는 전처 미옥(이영진 분)과 이혼을 준비중이고 인모와 한모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수자(예지원 분)를 서로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거기에 그지 같은 집구석이 싫었던 민경이 가출하게 되면서 하루도 바람잘날 없는 하루를 보냅니다.

과연 이 가족에게 평화는 찾아올까요? 한모는 사라졌고 미연은 이제 결혼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가족에 관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정말 이상한, 비장성적인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이죠.

이른바 '콩가루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끝없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 <고령화 가족>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들 가족은 뭔가 이상합니다. 도대체 이들 가족은 어떤 이상한 것들이 있길래...

 

우선 첫째라고 할 수 있는 한모입니다. 조폭 출신인 그는 감옥을 여러번 다녀온 경력이 있지요.

사실상 그야말로 내놓은 자식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데요.

더구나 외모는 배불뚝이 아저씨이죠. 식탐은 얼마나 대단한지 정말 잘 먹지요.

그는 얼빵해보이는 부하 기수(박영서 분)를 데리고 살아갑니다만 생각보다 소란을 피우지는 않습니다.

약장수라 불리우는 또 다른 조폭이 그를 찾고 있는 상황인데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어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한모는 큰 결심을 하게 되지요.

불법 도박장의 바지 사장(가짜 사장)노릇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사실상 잡히면 정말 끝장인 상황인 것이죠.

왜 그런 희생과 바보같은 짓을 했는가 궁금하시다면 이 영화를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껍니다.

 

둘째 인모는 사실상 실패한 루저 중의 루저입니다. 하지만 삼남매 중에 대학을 나온 유일한 엘리트이기에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죠.

꼬이고 꼬이는 상황에서 그는 별거에 들어간 상황이죠. 어쩌면 영화 초반에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등장한 것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죠.

하지만 유치하게도 자존심은 살아 있어서 애로 영화는 죽어도 찍기 싫어합니다.

살기는 살아야겠지만 자존심은 절대 꺾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셋째 미연은 어디서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삼형제 중에서는 가장 돈을 많이 벌지요. (원작 소설에서는 화류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묘사되었지만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생략되었지요.) 생활비의 대부분을 어머니에게 대주고 있으며 딸 민경에게 매주 수십만원의 용돈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란한 생활과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결혼생활은 오래 못갑니다. 이혼을 밥먹듯이 하고 있으니 상황이 좋을리가 없지요.

 

마지막으로 그들의 어머니 입니다. 이 말썽많은 삼남매를 키우는 실질적인 가장인데 조용할 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천하태평의 표정입니다.

사랑하는 아들 딸들에게 끊임없이 밥을 짓고 고기를 대접합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숨겨져 있지요.

그리고 그 상황으로 인해 세 남매는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막장으로 치닫는 이들의 상황같아 보여도 이들 가족들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가족의 비밀이 밝혀진 상황은 이들 가족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에서도 관객들이 궁금해 했을 상황들을 반전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충격과 흐뭇함을 동시에 안겨주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정말 밥이 많이 등장합니다. <좋지 아니한가>와 더불어 집밥이 맛나게 등장하는 영화죠.

더구나 이 영화는 맛나게 고기를 즐기는 모습들이 나오는데요. 집밥을 먹는 모습만큼 안정적이고 행복한 모습도 없으리라 봅니다.

핵가족 사회에서 단 두 세명이 먹는 식사 장면은 그렇게 편안해보이기 보다는 불안한 가족들의 모습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다섯이 모인 대가족에서 보여지는 집밥을 먹는 모습은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들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다투고 조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적은 가족들이 밥을 먹는 가족에서는 대부분의 장면이 침묵하거나 거침없이 싸우는 장면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모습들이 더 아름답고 멋지지 않나 싶어요. 더구나 요즘은 먹방이 대세잖아요.

 

이 작품은 아시다시피 천명관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실패한 감독 '나'(영화에서는 인모에 해당)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등장인물의 성격에는 변화가 없지만 앞에서 밝혔듯이 미연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과 거구의 몸무게를 지닌 '함마'라는 인물을 '한모'라는 이름으로 이름과 캐릭터를 약간 수정한 것이 다른 점이죠. 그러고보니 인모의 나이도 좀 젊어졌죠. 원작에는 오십을 향해 달려가지만 영화에서는 나이를 더 젊게 표현한 것이 다른 점이죠. 일부에서는 이 부분을 두고 원작을 너무 훼손한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송해성 감독은 이번에도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도전을 감행습니다.

사실상 데뷔작인 <파이란>을 비롯해,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인 <역도산>, 리메이크인 <무적자>,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까지...

어떻게 보면 순수 창작 시나리오가 아닌 자꾸 기존의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가라는 점에서 창의성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 방식이 더 안전빵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으로써 이제는 새로운 순수창작물에도 도전하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윤여정, 박해일, 윤제문, 공효진... 그리고 아역의 진지희 양 까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주연급이 될 수 있는 예지원 씨나 박근형 씨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죠.

특히 박근형 씨는 이 작품에서 의외의 히든카드로 등장해 관객들을 놀라게 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근배 역의 김영재 씨나 약장수 역의 유승목 씨 등의 배우들도 영화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보여주었습니다.

잠시 등장한 김지영, 양희경 씨의 모습도 보이실테고 곧 개봉되는 영화 <환상속의 그대>에서 활약했던 이영진 씨도 잠시나마 이 영화에 등장하여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OST에서 인상적인 곡이라면 삼남매의 어머니가 그렇게 부르던 노래 '초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패티 김 선생님의 히트곡으로 지금도 많은이들이 사랑하는 곡이지요. 이 노래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는 인디밴드인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불러 새롭게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원조를 이길 수는 없지요. 원조를 능가하는 리메이크라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죠.

 

 

 

 

 

 

 

이 영화는 정말로 집밥 같은 영화입니다.

집밥에는 어머니의 정이 있고 가족간의 우애와 화목이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영화에서처럼 매일 삼겹살에 고기반찬만 먹을 수는 없습니다. 늘 화목할 수 없고 늘 풍요로울 수 없다는 것이죠.

집밥은 언제나 맛나고 행복해 보이지만 언제든지 밥상을 뒤 엎을 수 있는 불안한 요소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진짜 가족으로 살아가기도 힘든데 이들은 서로 다른 핏줄로 이어진 이상한 형태의 가족인 것이죠.

그들이 화목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들에게 아직 정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맛나게 편안하게 밥을 먹을 것이냐, 아니면 그 행복한 밥상을 엎을 것이냐... 그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