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미나 문방구]추억은 방울방울... 당신의 학창시절은 어떠했나요?

송씨네 2013. 5. 13. 15:19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학창시절... 특히 초등학교(혹은 국민학교)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예전 같지 많지 않다는게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 <선생 김봉두>(2003), 전도연 씨의 초등학생 연기로 당시 화제를 모았던 내 마음의 풍금(1999)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그 많던 초등학생들을 위한 영화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140자로 말해봐! 

추억은 방울방울... 그 많던 문방구는 왜 사라졌을까라는 의문을 이 영화가 풀어주네요. 의외로 추억에 대한 공유라던가 왕따 문제, 가족애 등의 이야기를 하나로 잘 엮은게 의외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억에 대한 의미 있는 영화가 될 듯.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지금의 제가 살던 곳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이사를 정말 지겹도록 다녀서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려 서류를 받아보면 엄청난 이사 횟수를 자랑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정착을 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문방구들을 많이 만났지요. 6~7개 정도의 동네 문방구들이 성업중이었고 단골 문방구도 있었지만 그래도 특별한 경우는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한 문방구만 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죠. 덕분에 지금도 몇 몇 문방구 주인들의 특징이 어렴풋이 기억도 나기도 합니다.

그중에 기억이 남던 분은 너무 친절하고 덤도 간혹 주시던 문방구 주인 분이었습니다.

그 흔한 오락기도 놓지 않았고 아이들 중에는 진상들도 꽤나 많았을텐데 화를 내시는 것도 한번도 보지 못했죠.

여러분에게 문방구 혹은 문구점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것인가요? 영화 <미나 문방구>입니다.

 

 

 

 

 

도청 공무원인 미나(최강희 분)은 악바리 근성으로 일을 하는 여인입니다.

하지만 밀린 세금 죽어도 안내는 부자들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지요.

결국 대형사고를 치게된 미나는 2개월간 근신처분이 내려지면서 아버지가 운영하던 문방구로 가게 됩니다.

사실 문방구를 맡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애물단지 같은 문방구를 수십년 동안 운영하던 아버지(주진모 분)을 이해할 수가 없으니깐요.

결국 이 문방구 건물을 팔기로 결정하지만 이 낡고 장사 안되는 문방구를 어떻게 파느냐가 문제죠.

한편 어릴적 다녔던 초등학교로 발령 받은 강호(봉태규 분)는 들뜬 마음에 첫출근도 보람차게 하지만 첫 날부터 학부모에게 날라차기로 한 방 맞는 것을 시작으로 일진이 좋지 않습니다. 어렸을적 왕따의 경험을 지녔지만 그래도 자신의 모교였던지라 이 곳을 다시 찾게 되었지요.

미나 문방구의 첫개시... 초딩들의 급습은 미나를 당황하게 하고 당돌한 여자 아이 소영(김고은 분), 몸만 컸지 부끄러움이 많은 사내아이 태권(양한열 분), 그리고 미나 문방구의 강력한 라이벌인 오성 문방구의 주인집 아들들인 오성 형제(엄지성 분, 황제원 분)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방구에 계속 물건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유력한 용의자인 소영을 잡게 되지만 사연을 듣게 되고 미나와 강호는 소영에게 더욱 더 힘을 복돋아 주게 됩니다.

문방구를 빨리 처분해야겠다는 마음에 틈만 나면 할인행사에 추억의 놀이 가르치기 등의 자체 행사까지 벌이게 됩니다.

덕분에 문방구의 물건들은 금방 처분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나의 마음은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문방구 처분이 마무리 되고 새 주인과 계약가지 끝난 상황... 학교에서는 운동회 준비가 한창이고 아이들은 미나가 오길 기다립니다.

알바라고 말하며 들어왔던 미나... 아버지를 원망했었던 미나는 아버지가 왜 이 문방구를 지키려고 했는지 조금씩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당연히 '추억'입니다.

지금은 그 숫자도 많이 줄어든 문방구라는 이름들... 문방구라는 이름 대신에 문구점 혹은 팬시 용품 전문점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가게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할인마트에 사무용품 전문매장도 들어선 상황이라 더 이상 문방구의 숫자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일부 문방구에는 간이 오락실이 있는 곳이 있고 너구리나 스트리트 파이터 등의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도 지금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그리고 종이 판넬에 두꺼운 종이로 뽑는 즉석 행운권 추첨(이것도 일종의 뽑기죠.)은 대부분 꽝이 많아서 꼴등 상품인 단가 낮은 알사탕을 손에 쥐고 돌아가는 아이들도 있었으니깐요. 또한 돈이 궁한 아이들을 위해 위생이나 영양이 검증되지 않은 싸구려 과자들은 아이들을 배부르게 만들기도 했지만 불량식품이라는 낙인이 찍혀 요즘은 그렇게 잘 팔릴지는 의문입니다.

 

이 영화는 이런 추억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기분 나쁜 그것... 바로 왕따 문제죠.

미나와 강호 모두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미나는 문방구 딸이라는 이유로 '방구'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싫어 협박에 회유, 뇌물성 물건 선물 등의 행위를 했지만 결코 달라지지는 않지요.

강호의 경우는 그의 어머니가 다방 마담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것에 실망했기 보다는 혼자만의 삶을 갖는 것이 좋았고 그것이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든 결과로 보여주게 됩니다.

현재가 되었고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손버릇이 나빴던 소영 역시도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아이이며 당연히 준비물을 살 돈도 없는 딱한 처지입니다.

처음에 이 아이를 혼내는데만 급급했지만 사정을 알게되고 소영을 세상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도와준 강호와 미나의 행동에 소영이 조금씩 마음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추억을 불러일으킬만한 소품들이 정말 많이 등장합니다.

종이 축구, 종이 인형 옷, 달고나, 팽이치기, 책받침 따먹기 등등 다양한 놀이와 소품들이 등장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스트리트 파이터'이죠. 어른이 된 강호가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쉬는 시간에 1 등 기록을 깨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동전을 쌓아놓고 대기하고 목욕탕 의자에 가까운 간이 의자에 앉아 게임을 즐기거나 그것도 없으면 땅바닥에 쭈그려 앉아 게임을 즐기던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이 영화의 재미있는 PPL이기도 하죠.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이 게임을 만든 캡콤 로고가 올라온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을 참으로 흐뭇하게 만들지요.) 

 

영화에 사용된 음악 역시 추억을 생각하기 충분하죠. 바로 심신 씨가 불렀던 '내가 처음 사랑했던 그녀'를 영화에 사용했던 것인데요.

1993년에 만들어진 곡이니 이제는 이 곡도 정말 오래된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노래는 2인조 듀엣인 원모어찬스가 다시 리메이크 된 버전을 부르며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자... 이번에는 좀 심각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던 그 문제죠. 바로 웹툰 <미스 문방구 매니저>와의 표절 문제입니다.

아시다피 <미스 문방구 매니저>는 <다이어터>를 만든 캐러맬(오현동) & 네온비(이주희) 부부의 작품으로 유명하죠.

<미나 문방구>의 시놉시스가 공개되자 바로 나오게 된 이야기가 <미스 문방구 매니저>를 영화화 한 것으로 알게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캐러맬 님과 네온비 님은 이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그리고 <미스 문방구 매니저>를 보고나서의 느낌을 말하자면 이 두 작품과의 관계는 전혀없다라고 일단 이야기 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가장 많은 분들이 지적한 부분이 미나가 문방구를 맡게 된 과정입니다.

영화와 웹툰의 미묘한 차이는 여기서 드러나는데요. 일단 아버지가 쓰러지는 것은 똑같지만 그 과정이 다른 것이죠.

웹툰의 경우는 황금 항아리가 실종되면서 아버지가 쓰러지고 백수나 다름없는 하영은 바로 이 문방구를 물려받게 되지요.

배경도 다른 것이 <미나 문방구>의 배경은 초등학교, <미스 문방구 매니저>의 배경은 고등학교입니다.

<미나 문방구>의 경우 문방구를 팔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주된 이야기라면 <미스 문방구 매니저>는 황금 항아리를 훔친 사람을 밝혀내는 것이 주된 이야기입니다.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면 바로 뚱뚱한 캐릭터가 두 곳 모두 등장한다는 것이죠.

<미나 문방구>에서 태권으로 등장하는 양한열 군이나 <미스 문방구 매니저>에서 오타쿠 & 게임 마니아로 등장하는 덕훈 모두 덩치가 크지요.

심지어는 각각 미나와 하영의 조종을 받는 부분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좀 차이가 난다는 것이 다른 점이죠.

 

<미나 문방구>의 시나리오 작가인 배세영 씨는<SNL 코리아>의 작가로 알려진 분인데요.

이 분 역시 '오덕 문방구'라는 동화와 트리트먼트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작품의 원안은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 구입했고요.

하지만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지 않으면서 양쪽 모두 오해와 분노를 살만한 일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저였다면 표절 의혹이 있건 없건 사전에 <미스 문방구 매니저>의 작가였던 캐러맬 님에게 양해를 구했더라면 바로 끝나는 일인데 만남을 갖지 않았다는 것과 시나리오(시놉시스)를 보여주지도 않았고 시사회 같은 행사에 초대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캐러맬 & 네온비 부부의 작품을 좋아했던 저로써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얼마전 높으신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죠. 불량식품을 척결하는 운동을 하겠다고 말이죠.

몇 달 후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는데요. 추억의 간식이라고 할 수 있는 아폴로라는 제품을 만든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기계도 헐값에 팔고 공장은 이제는 텅비어있다고 하더군요.

영화에서 일명 나까마(김원해 분)로 불리우는 사내가 등장해 미나에게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과자를 사가라는 제안을 미나가 거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사내는 이렇게 이야기하죠. 이래뵈도 다 허가를 맡아 만든 제품이라고 말이죠.

네... 맞는 말입니다. 과거와 달리 우리가 불량식품이라고 떠드는 이 제품들은 모두 허가 번호가 붙어있고 심지어는 일반 상품처럼 바코드도 붙어 있습니다.

불량식품이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들 상품이 불량식품이라고 불리우는 이유가 몸에 나쁜 색소나 많이 먹으면 좋지 않은 싸구려 재료를 사용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들 불량식품을 먹고 크게 몸이 상했다는 사람도 없었고 죽었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약간의 후유증은 있겠지만 그냥 가벼운 헤프닝으로 끝나는 추억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문방구가 사라지고 추억의 불량식품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무조건 불량식품은 나쁘다고 떠듭니다.

하지만 되묻고 싶네요. 그렇게 떠들던 당신이 문방구에서 먹었던 추억의 음식은 뭐냐고 말이죠.

음... 물론 불량식품을 없애라고 이야기하신 그 분은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서 잘 모르실 수도 있지요.

아마도 추억이 없었기에 불량식품에 대한 경험을 하지 못하셨을 확률이 높죠.

심지어는 동네 간이 분식점의 음식도 먹지 말라는 사람들도 있죠. 그런데 지금 프렌차이즈 떡볶이 집과는 뭐가 다를까요?

허름하건, 잘 꾸며졌건 똑같은 음식인데 말이죠.

 

 

추억을 자꾸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지나친 추억팔이는 좋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행복했던 우리의 과거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거를 잊는 순간 우리는 정말 꼰대가 되어버리고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