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로 말해봐!
사회 부적응자 혹은 똘아이들의 대모험!
비싼 위스키를 훔치는 이들의 영화라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방향에서 보면 소외된 이들의 극복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는게 이 영화의 장점이죠.
켄 로치... 당신은 꼰대가 아니군요!
술이라는 녀석... 참으로 웬수 덩어리죠.
저는 술 권하는 이 사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중의 한 명이고요.
하지만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참 많기에 이 분들을 말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폭력과 자잘한 범죄들로 들어온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뭔가를 해보려는 의지는 보이는 것 같은데요.
새출발을 위해 마지막 한탕을 저지르는 사람들... 근데 이게 켄 로치의 영화에서 보여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 <엔젤스 셰어:천사를 위한 위스키>(영문원제 The Angels' Share / 이하 '엔젤스 셰어')입니다.
즉결 심판이 벌어지는 곳... 많은 사람들이 법정 앞에 서 있습니다.
술에 취에 지하철 선로에 떨어졌지만 기적적으로 하늘의 계시(?)로 살아난 알버트(게리 메이틀랜드 분). 도벽인지 도둑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물건 훔치는데는 도사인 모(자스민 리긴스 분), 공공기물 파손 전문인 라이노(윌리엄 루앤 분)도 보입니다.
이 날의 하일라이트는 자신과 부딪쳤다는 이유로 차량 탑승자를 거의 반 실명상태로 만들어버린 로비(폴 브래니건 분)의 판결입니다.
다행이 이 네 사람 모두 사회봉사 명령으로 처벌을 받게 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이들 악동들을 맡아야 하는 감독관 해리(존 헨쇼 분)는 이들의 갱생의 길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중대한 업무를 가지고 있지만 그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들을 이끌고 술을 만드는 증류소로 가게 되지요.
다양한 술을 맛보던 와중에 해리를 비롯한 사총사는 에딘버러까지 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으며 여기서 '몰트 밀'이라는 귀한 위스키에 대한 정보도 듣게 되지요.
의외로 술에 대해 관심이 없던 로비는 위스키를 공부하며 전문가는 아니지만 거의 위스키에 있어서는 도사 수준의 직전까지 가게 됩니다.
하지만 로비는 고민이 있습니다. 얼마전 아내 레오니(시오반 라일리 분)가 출산을 했으며 그녀의 친척들은 건달같은 로비에 대해 반감을 갖는 상황이죠.
'미친 불알'이라 불리우는 로비의 장인은 아예 이 곳을 떠나라고 경고까지 하는 상황이죠. 착한 아내와 아들 때문이라도 정말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건달들도 로비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 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돈과 일자리도 필요하고 마누라와 살아야 할 집도 필요합니다.
결국 사총사는 몰트 밀 위스키의 경매 소식을 듣게 되고 이 곳을 급습해 몇 병만 얻어간 뒤 경매가보다 싼 가격에 팔기로 범행을 모의한 것이죠.
에딘버러에서 만난 위스키 수집가인 타데우스(로저 알람 분)도 이 위스키에 관심을 갖은 상태라 마음만 맞으면 이 양반과 거래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허술해 보이는 증류소.... 하지만 경비가 허술하다고 무시하면 큰 코다치는 상황...
과연 경매전까지 그들은 이 위스키를 손에 얻을 수 있을까요?
사고 뭉치들에게 과연 희망이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까 싶겠지만 <엔젤스 셰어>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로비를 한번 보세요... 참으로 철이 없습니다. 마약에 죄없는 사람을 폭행한 죄로 법원까지 끌려왔으니 말이죠.
이러니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리가 없고 시한폭탄과도 같은 로비의 생활에 테클을 걸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입니다
정말 방법은 하나입니다. 이 도시를 뜨는 것이죠. 하지만 그는 떳떳하게 뜨고 싶었던 것이죠.
물론 이 영화가 도둑질을 권장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들이 왜 마지막 한탕을 해야했는가는 분명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케이퍼 무비입니다.
범죄를 모의하고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담겨지는 영화라는 것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는 그 긴장감이 다른 영화에 비해 적다는 것과 범죄를 모의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오버스럽게 현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도둑들>, <범죄의 재구성>,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긴장감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것이죠.
자, 여기서 이 영화의 감독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자구요. 이 영화의 감독은 켄 로치입니다. (네이버 영화에서 어떤 분이 그를 좌파 감독이라고 비아냥 거리거리기도 합니다. ㅠ ㅠ ) 노동자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의 발달 환경은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들을 다루는 영화를 그가 끊임없이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죠. 그나마 제가 켄 로치 감독 영화중에 유일하게 봤던 영화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이며 옴니버스 영화인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7)이 전부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한다면 앞의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 <엔젤스 셰어>는 시종일관 유쾌합니다. 오히려 드라마적 요소가 안보일 정도로 코믹한 부분이 의외로 강하게 다가오는 영화이죠.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영화의 등장인물 가운데 하나같이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그나마 가장 환경이 좋은 해리조차도 확실치는 않지만 어두운 그늘이 보인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영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들려주는데 망나니에 가까운 이들 사총사의 모습만 봐도 그렇습니다. 변변한 직장 없이 사회에 민페만 끼치다가 즉결심판을 받게 되는 상황인 것이죠. 낡은 건물의 페인트 작업이나 공동묘지 청소 같은 상당히 남들이 꺼려하는 일인데다가 무미건조한 상황에서 그들에게는 탈출구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죠.
해리가 감시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그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위스키 시음회에 자주 데려간 것도 어떻게 보면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스스로가 마지막 범죄임을 인식하고 멋지게 범죄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어쪄면 이 사회와의 소통과 대화가 필요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 넷이 모였다는 것은 그마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물론 사회 부적응자들끼리의 만남이라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부분일텐데 이 것이 플러스로 작용된 것은 매우 특이한 점이죠.
더구나 이들은 사회의 불만을 범죄로 푼다는 부분에서 볼 때는 그것이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오죽하면 그럴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 역시 몇 개월을 놀면서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들었기 때문이죠. 패배자, 아무도 나에게 소통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제 뭐 먹고 살지 등등의 걱정과 고민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는 것이죠. 아마 영화속 영국의 젊은이들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 나아가 전셰게의 젊은이들의 최대의 고민들은 아마 이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놀라웠던 것은 켄 로치가 실제 범죄라던가 좋지 않은 과거를 지닌 이들을 신인 배우로 기용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켄 로치가 결국 일자리 창출을 했다'는 우스겟소리도 나오는데 오히려 이건 대통령이나 나라가 해야할 일을 대신해주는 결과라는 점에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세상에 잃을 것이 없는 청년에게 손을 내민 켄 로치로 인해 새 삶을 살게된 폴 브래니건의 활약은 이 영화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라면 당연히 '500 miles'라는 제목으로 익숙한 프로클래이머스(The Proclaimers)의 'I'm Gonna Be'라는 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니 뎁의 풋풋한 모습이 나왔던 영화 <베니와 준>(1993)의 삽입곡으로 익숙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이 음악의 활용도는 매우 높습니다.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움직일 때 등장하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한 번더 등장하며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주고 있지요. 가사 내용도 이들의 삶과 딱 맞아 떨어지니 이만한 곡이 또 어디 있을까요?
이 영화의 영문제목이기도 한 <엔젤스 셰어>는 위스키나 와인의 보관 과정중 자연스럽게 날아간 알콜 입자를 말합니다.
우스겟소리로 천사의 몫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지요.
영화의 엔딩으로 향해가는 순간 깨진 병들을 바라보며 아연실색하는 사총사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거래가 좀 불안해보이긴 했지만 사총사는 자신들을 도와준 스승을 찾아가 마치의 천사의 몫처럼 마지막 위스키 한 병을 남깁니다.
여행을 가면서, 취업 박람회를 다니면서 나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직장을 얻었고 다시 시동을 걸고 있지만 그 시동이 언제 꺼질지 몰라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로비가 낡은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를 몰고 남은 삼총사들과 이별하는 장면은 이별이라는 의미도 맞지만 어쩌면 남은 네 명 각자의 희망을 나타내는 모습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아무도 모릅니다. 그들이 다시 사고를 칠지도 모르고 어느 날 공교롭게 즉결심판을 하러, 혹은 감옥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들의 이런 방식이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눈한번 딱 감아주고 싶긴 합니다. 그리고 켄 로치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켄 로치... 당신은 절대 꼰대가 아니야!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술에 대한 영화는 많지만 술이 들어간 영화에서 로드무비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런 점에서 2008년 노영석 감독의 <낮술>, 2004년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사이드웨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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