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의 줄거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 편을 다 보지 않을 분이라면 읽으셔도 좋지만 세 편을 다 보시겠다면 이 리뷰를 피하시길 권합니다.
140자로 말해봐!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철들지말고 끊임없이 싸우고 또 싸워라!
아마 마지막이 될 3부의 결론은 이게 아닐까 싶네요.
여전히 그들은 사랑하고 수다떨며 싸웁니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커플!
사랑에 관한 영화는 참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시리즈 보다는 하나의 완결편으로 끝맺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9년의 간격을 두고 사랑에 관한 영화가 시리즈로 만들어진다면 그것 또한 아주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1995년에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는 그냥 풋풋한 첫사랑으로 끝나는가 싶더니 2004년 다시 커플이 재회를 하게 되고 그리고 다시 몇 년이 지나 그들은 그리스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커플인 제시와 셀린느은 과연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해피엔딩일까요? 아니면 안타까운 세드엔딩일까요?
그들의 길고 길었던 사랑 이야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영화 <비포 미드나잇>(원제 Before Midnight)입니다.
그리스의 어느 공항... 한 남자가 안절부절 하고 있습니다.
제시(에단 호크 분)의 아들인 행크(시머스 데이비-피츠패트릭 분)가 자신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입니다.
파리에서 셀린느(줄리 델피 분)와 감격스럽게 재회한 제시는 부부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함을 고백하고 결국은 그렇게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어야 했지만 셀린느의 노래를 듣고는 더 이상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렇게 제시와 셀린느는 부부가 되었고 쌍둥이 딸이 그들에게 있습니다. 이들은 그리스로 여행차 왔으며 우선 전 부인의 자식인 행크를 돌려보낸 것이죠.
작가 패트릭(월터 래샐리 분)의 초대로 온 제시와 셀린느는 중년의 부부인 스테파노스(파노스 코로니스 분) & 아리아드니(아디너 레이첼 창가리 분)와 젊은 커플인 아킬레아스(야니스 파파도폴로스 분) & 안나(아리안 라베드) 등과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주최측이 잡아준 호텔을 쓰지 않으면 아까운 경비가 날아가는 것이기에 제시와 셀린느는 호텔로 향합니다.
그리스 유적지를 지나며 그들은 서로에 대한 대화를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노년이 되어서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셀린느의 질문도 있었지요.
하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호텔 객실에 묵게 된 이들은 제시의 전 부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파리 셀린느의 일을 놔두고 행크를 위해 미국 시카고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싸우게 됩니다.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그들... 과연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요?
우선 이 작품을 이야기하려면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비포 시리즈에 대한 정리입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전에도 규칙을 이야기드렸지만 시리즈 영화 중에서 내가 한 편이라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면 그 시리즈 전편은 모두 절대로 보지 않는게 제 원칙이죠. 단,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는 단순한 구조의 시리즈라면 상관이 없지만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제 관람 목록에는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한 캐이블 채널에서 <비포 선셋>(2004)를 방송했고 봐야할 이유가 생겨버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커플의 만남의 출발점이 되는 <비포 선라이즈>(1995)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이 작품 <비포 미드나잇>을 보고 거꾸로 <비포 선라이즈>를 보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죠.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제시와 셀린느는 유럽횡단 열차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아주 시끄러운 부부를 피하기 위해 식당칸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시는 기존의 일정을 취소하고 셀린느와 있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비엔나에서 무작정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하지요.
공동묘지와 관람차, 선술집 , 강이 보이는 레스토랑 등에서 시간을 보내고 카페에서 만난 점성술사와 시를 쓰는 노숙자 등을 만나기도 합니다.
서로를 떠나 보낼 수 없는 그들은 6개월 후 같은 자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기약없는 작별을 하게 됩니다.
세월은 흘러 9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제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됩니다. 제시는 셀린느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되었던 것이죠. 때마침 파리에서 출판 간담회를 갖던 제시와 파리에서 살고 있던 셀린느는 다시 만나게 됩니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장소를 이동해야 하기에 제시는 빠른 시간안에 파리를 떠나야 하지만 오래간만에 만난 셀린느를 두고 금방 떠날 수는 없었던 것이죠. 그들은 9년 전 이야기를 꺼내며 서로의 오해를 풀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의 애인과 반려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지요.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낀 제시와 종군기자인 애인이 늘 마음에 걸리는 셀린느는 서로를 그리워 했음을 알게 됩니다. 셀린느의 집에서 그녀는 제시에게 자신이 만든 노래를 들려주게 됩니다.
자, 여기까지가 여러분이 알고 있는 혹은 모르셨던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의 줄거리입니다.
영화는 제시가 셀린느의 집에서 노래를 들은 상황에서 마무리가 됩니다. 상당히 애매한 결말을 보게 되고 나서 다시 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영화는 <비포 선셋>이 그랬던 것처럼 전작 이후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는 대신 그들의 대화로 그 상황을 대신 표현하는데 이번 <비포 미드나잇>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9년의 공백은 이들이 하나가 되는 것으로 대충 상황을 설명한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분명 이들 세 시리즈에는 각기 다른 차별점이 있습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중점이었다면 <비포 선셋>은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염증과 고뇌를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을 다 얻은 두 사람에게는 더 이상의 어려움은 없을 것 같지만 <비포 미드나잇>는 앞의 두 이야기와 달리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이야기하로 합니다.
아들 행크에 대한 양육문제와 연인이자 아내인 셀린느의 일과 사랑에 대한 난감한 상황들이 바로 그것이지요.
믈론 이들은 초반에 아름다웠던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초대된 식사 자리에서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마 이들은 젊은 시절 자신들도 아마 저랬을 것이라는 감상에 빠져 있을 것이고 중년 부부의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자신들에게 닥처올 위기나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상황들로 즐겁고도 유쾌하지만 우울한 식사초대를 경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셀린느가 삶에 대해 논하는 장면만 해도 그렇죠. 그들이 첫만남을 이룬 1994년 비엔나를 시점으로 56년후 셀린느가 아흔 여덞이 되는 시점에서 과연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죽는게 위대한 일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들은 중대한 시점과 마주합니다. 바로 삶에 대한 문제이지요.
비포 시리즈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들은 1994년 시리즈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크고 작은 일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남녀의 의견차이로 싸우고 정치관으로 싸우며, 살아온 방식과 가치관이 달라서 싸우기도 합니다.
<비포 선라이즈>가 완벽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싸움이라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이들 남녀가 <비포 선셋>에서는 만족하지 않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싸우기 시작합니다. 셀린느가 자신과 사랑한 사람은 헤어지고 나서 결혼을 하거나 새출발을 하는 점에서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고 고백하는 부분은 마치 자신이 중간 정류장처럼 이용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죠.
이렇게 사랑에 대해 고민하던 커플은 약 18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먹고 사는 것에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사실은 이게 정상이죠.
어쩌면 20대의 고민과 30대의 고민, 40대의 고민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이들 커플이 그것을 관객들에게 증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치열하게 이들은 싸우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이번 이야기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관객 평이 이 영화는 의외로 지루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아마도 비포 시리즈를 제대로 보지 못한 분들이 많다는 것으로도 생각됩니다.
제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오히려 많은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젊은 친구들에게는 이 영화가 그저 수다만 떨다가 끝나는 영화로 생각하기가 쉽다는 것이죠.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수다이니깐요.
하지만 수다로 러닝타임을 이렇게 알차게 채우는 영화도 드물다고 봅니다. 더구나 이들의 수다(대화)는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대사들로 짜여져 있거든요.
그렇다면 지루하다고 극장문을 박차고 나간 분들은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나갔을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그 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정말 세상 헛살은 분들이죠. ^^;
이 영화는 제시와 셀린느의 성장영화이지만 한편으로는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성장 다큐같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비포 시리즈는 그냥 하나로 묶어서 압축해서 영화로 만들어도 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두 배우가 맡은 제시와 셀린느는 오랜시간을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처럼 살아온 점에서 특수분장이나 CG 따위로 만들 수 없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세월이 그들을 멋진 남자와 여자로 만들었다는 것이죠.
아쉬운 것은 더 이상 제시는 그 붉은 수염이 멋지지 않으며 셀린느는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먹고 살기 바쁜 40대 남녀에게 낭만을 세번째 시리즈에서도 이야기하려고 했다면 이 영화는 판타지 영화로만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이들이 <비포 선셋>이나 <비포 미드나잇>에서 직접 각본에 참여했다는 것은 40대 아줌마, 아저씨의 공감 무비를 만들고 싶었던 나름의 노력이 만들어진 결과라고도 저는 생각합니다.
There's wind that blows in from the north / And it says that loving takes this course / Come here. Come here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 속삭여요 / 사랑은 정해진 길이 있다고 / 이리로 와요. 이리로 와요
(중략)
캐이트 블륨(Kath Bloom)의 'Come Here' 중에서...
어쩌면 그들은 1994년 낡은 레코드 샵에서 들었던 음악처럼 그 낭만은 재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현실에 만족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보여집니다.
일각에서는 <비포 미드나잇>이 이들의 마지막 이야기라는 얘기도 있지만 속편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다음 시리즈는 이들이 50대가 되고나서의 이야기일까요? 그리고 여전히 그들은 사랑을 나누고 싸우고 화해할까요?
추억이 있어서 아름다운 영화 <비포 미드나잇> 입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낭만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영화가 뭐가 있을까요? 아마 그런 영화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독특하게 몇 년의 기간을 두고 만들었던 시리즈 물에서 그들의 성장기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런 점에서 불도저 형사 존 맥클래인의 성장영화인 '다이하드' 시리즈와 세계 챔피온 록키의 성장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록키'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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