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춤추는 숲]자연의 힘, 마을 공동체의 힘... 성미산 마을에서 그 답을 찾다!

송씨네 2013. 5. 24. 01:35

 

 

140자로 말해봐!

자연을 지켜야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터전이라는 것과 아이들을 위한 생태공원이라는 점에서 그 이유가 충분하겠지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다큐입니다. 외로운 투쟁을 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환경을 소재로 했던 다큐를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MB 정권 때는 이런 자연파괴 관련 이슈가 많았었죠. 그런 점에서 강정마을 이야기를 담은 <잼 다큐 강정>이나 4대강 문제를 지적했던 지율 스님의 <모래가 흐르는 강>(개봉 예정) 같은 작품이 좋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 외에도 TV로 방영되거나 크고 작은 형태로 만들어진 환경 다큐를 보신다면 좋겠죠!

 

저랑 거리가 멀다고 느껴진 행사가 있다면 영화제를 가는 일이 아닐가 싶습니다.

챙겨보고 싶고, 미리 보고 싶은데 가기에는 너무 멀고 불편한 상영관도 많죠.

물론 제가 사는 여기 부천처럼 해마다 부천영화제가 열리긴 하지만 부천영화제에서 영화를 본지도 오래된 것을 보면 게으름과 더불어 끌리는 영화가 없었다는 것이 그냥 변명 아닌 변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런점에서 오늘 소개할 영화는 좀 특별합니다. 인디다큐페스티벌 2013에서 그냥 보고 싶은 다큐가 한 편 있었기 때문이죠.

<경계도시> 시리즈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홍형숙 감독의 신작 소식입니다.

그녀의 남편인 강석필 감독이 들려주는 성미산 마을 이야기... 다큐 <춤추는 숲>(영문원제 Forest Dancing)입니다.

 

 

 

 

미포구 성산 1동... 카페 작은 나무가 보입니다.

정신 없이 움직이는 자전거 폐달 속에 사람들이 보입니다. 마을 사람들과의 인사...

정겹고 반가운 인사속에 활기가 넘치는 이 곳은 성미산 마을이라 불리우는 곳입니다.

이곳에 터를 잡은 맥가이버(강석필 감독)와 호호(홍형숙 감독) 부부는 10년이 넘게 성미산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이기 때문에 대안학교를 비롯해 생협, 마을 카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살기 좋고 행복한 마을이 되기 위한 끊임 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지요.

특히 마을에 자리 잡은 성미산은 아이들의 쉼터이자 놀이터이고 자연학습장 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도 모두 사랑하던 곳이었지요.

그러던 2010년 홍익재단이 성미산을 깎아 학교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성미산으로 이전을 시키겠다는 것이지요.

서울시도, 마포구청도 뒷짐지고 승인을 내어버린 상황에서 성미산 마을 주민들은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나무를 움켜쥐고 평화시위도 진행되었지만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전기톱과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포크레인들...

결국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한 주민들은 지역대표를 선거에 출마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정합니다. 마을대표로는 웅이(문치웅 분)가 도전을 한 것이죠.

그리고 성미산 살리기를 위한 100인 합창단이 출범을 갖고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들이 선거에 출마를 하고 평범했던 가게주인,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슈퍼히어로가 되어서라도 성미산을 지키고 싶었던 아이들... 과연 그 꿈은 이루어질까요?

 

 

 

 

 

다큐는 줄거리 요약이 불가능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보시다시피 줄거리가 간추려지는 작품입니다.

이런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정말 일어날 수 있을까 싶지만 성미산 마을에서는 불과 몇 년전까지 실제 벌어진 일이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남는 이야기입니다.

<춤추는 숲>은 마을 공동체가 어떻게 하나뿐인 산을 지키게 되었는가라는 점과 그들이 이 마을의 터전인 성미산을 왜 집착할 수 없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다큐의 오프닝을 보셨다면 이색적인 광경을 보실텐데요. 모든 마을 주민들이 강석필 감독에게 인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몇 년을 함께한 이웃처럼 거리감 없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들은 몇 십년을 이 곳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당연한 모습들이고 과장되지 않은 화면이라는 것이죠.

 

성미산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마을 뒷산일지도 모릅니다. 성산 1동을 지도에서 검색해보면 나타나는 성미산의 모습은 그렇게 크지는 않아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성미산은 아이들에게 유일하게 넘겨줄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이었던 것이죠.

학교 수업과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을 만납니다. 지렁이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아이들은 산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있습니다.

이런 삶의 터전과 아이들의 놀이터에서 갑자기 개발에 관한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그들에게 매우 유쾌하지 않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실제 2001년에도 성미산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배수지(미쓰에이의 수지양을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수돗물 수압을 높이기 위한 물탱크라고 하네요.)를 만들기 위해 성미산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당시 이것을 계획하던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때 당시 서울시장)이었다고 합니다.

어렵게 성미산을 지켜냈는데 이번에는 홍익재단이라는 거대 교육재단과 싸워햐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죠.

 

 

 

 

 

그들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입에 담지 못하는 욕설로 주민들과 대립하고 싸우고 있으니깐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눈물로 호소하며 쓰러지는 나무를 한 그루라도 더 붙잡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인 문치웅 씨(영화에서는 웅이라는 닉네임으로 등장합니다.)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상황까지 오게 됩니다.

민주당도 아닌 새누리당도 아닌, 그렇다고 다른 정당도 아닌 무소속으로 외로운 싸움을 하였고 결과는 낙선을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 도전 이후로도 이들의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연말 이들은 100명의 성미산 주민들이 모여 합창단을 만들어 공연을 하기로 한 것이죠.

노찾사의 '사계'와 한영애의 '조율', 비틀즈의 'Let it be'는 성미산을 살려야 하는 간절한 이유의 외침으로 개사되었고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서도 그들의 간절한 외침을 들을 수 있었지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강석필 감독은 현재 성미산을 살리기 위한 운동과 성미산을 파괴하려는 움직임 모두 현재 진행형임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성미산이 파괴된 것은 전체의 20%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홍익재단은 외국인 기숙사 학교 건립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마을주민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저 역시도 감독님에게 질문을 드렸던 것이 왜 주민들과 아이들은 닉네임을 사용하는가라는 의문이었는데요, 자유로운 의사 소통을 위해서 닉네임이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성미산 학교 아이들은 일종의 성인식을 치루게 되는 시기에는 자신의 닉네임을 주민들에게 알려 어른이 되었음을 알린다고 합니다. 같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성미산 학교의 학생들도 이런 방식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발은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과의 합의 걸치지 않은 무분별한 행위는 정부와 자치단체 공무원, 그리고 개발을 지시한 단체나 학교재단 모두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우리는 그 아름답던 제주의 강정 마을이 일부 지역주민간의 이기심과 정부의 소통불가로 인해 모두가 고통을 받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강정마을의 군사기지 개발은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고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겨우 마을 뒷산인데 뭐가 호돌갑이지?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미산 마을 주민들의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과 다른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스스로 대안학교를 만들고 소극장을 만듭니다. 카페와 가게들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그런점에서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지역행사나 아이들의 교육적인 면에서도 성미산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포기를 한 것일까요?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은 쓰러졌던 장승을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헬리캠으로 바라본 산의 모습 그리고 그 뒤의 크레인과 철골 구조물로 만들어지는 학교...

불안함 속에 이들은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있고 그런 운동들은 계속되리라 생각됩니다.

자연은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다큐에서 이야기하듯 모든 생명체에는 주인도 없습니다.

모두가 이 생명체의 주인이며 우리는 그것을 가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가꾼다면 자연 역시 우리에게 멋진 선물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요?

그 선물은 바로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아름다운 땅이 아닐까요?

 

 

 

 

PS. 다큐 관람 후 홍형숙 감독 님에게 <춤추는 숲>의 로고가 세겨진 나무 목걸이를 선물 받았습니다. 다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소품이지요.

성미산 학교 학생들이 손으로 만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봤는데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울러 이 영화에는 뜻밖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수염을 덮수룩하게 기른게 고창석 씨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배우 고창석 씨 이더군요. 배우 정인기 씨도 보이는데 이 두 사람은 실제 성미산 마을 주민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100인의 합창단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시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