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은밀하게 위대하게]동네 바보형이 된 간첩? 원작 웹툰, 심심하거나 평범하거나...

송씨네 2013. 6. 2. 15:40

※개봉 예정영화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40자로 말해봐!

원작 웹툰을 그대로 살리느냐, 죽이느냐, 첨가하느냐의 문제가 딜레마가 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그냥 원작대로 가는 것을 선택했네요.

원작을 안본 분에게는 세련된 영화겠지만 원작을 알고 있는 분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듯!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한국영화에서는 다양한 간첩이 등장했습니다. 공작 지원금을 잊어먹은  <간첩 리철진>(1999), 약팔고 애키우느리라 자신의 임무는 거의 잊혀진  <간첩>(2012) 등등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간첩의 모습들이 그려졌지요.

하지만 우리들은 판타지나 액션에서의 상황을 더 생각하기 마련이죠.

 <쉬리>(1999)나 <의형제>(2010)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아마 위에 언급한 두 영화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웹툰의 영화화가 이제는 별로 특이하게 느껴지지 않은 경우가 생겨버렸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충무로에 괜찮은 이야기들이 없다는 불안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웹툰 중에는 영화적 감성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들이 매우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됩니다.

강풀의 웹툰들이 끊임없이 영화화 되었고, 윤태호 작가의 <이끼>도 영화화 되었지요.

앞으로도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인기를 끌었던 웹툰들이 영화화 될 것이고 판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계속 생겨날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떨까요? 최고의 북한 특수 비밀부대를 나온 사내가 남한에서 동네 바보로 살아간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훈(HUN)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알려진 최종훈 작가의 작품이 관객들에게 선보여질 예정입니다.

도대체 이 사내는 왜 동네 바보형이 되었을까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영문원제 Secretly and Greatly)입니다.

 

 

 

 

 

대한민국 어딘가의 달동네... 푸른색 츄리닝의 한 사내가 슈퍼 앞에 있습니다.

이 청년의 이름은 동구(김수현 분)입니다. 하지만 진짜 이름은 따로 있습니다. 남파특수공작 5446 부대 출신의 원류환이 원래 그의 이름이죠.

네... 맞습니다. 바로 그는 간첩입니다. 하지만 간첩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이상합니다.

이상한 몸짓과 말투에 매일 그렇게 그는 자빠지고 넘어지는데도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그는 순임(박혜숙 분)이라는 아줌마가 운영하는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배달도 하고 대신 물건도 파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보 위장한 그는 지령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감감 무소식입니다.

집배원으로 위장한 동료 간첩 상구(고창석 분)과 나누는 짧막한 대화가 전부죠.

아이들의 습격도 당하고 바보라면서 놀림도 받지만 그는 견딜 수 있었습니다. 북에 계신 어머니만 행복할 수 있다면 말이죠.

한편 같은 부대에 소속되어 있던 해랑(박기웅 분)과 해진(이현우 분)이 각각 가수 지망생과 고등학생 신분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그들의 활동은 더욱 더 조용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삶도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들 부대의 직속상관이었던 태원(손현주 분)은 남북의 화해무드에 맞춰 첩보활동을 중단하라는 지령과 함께 자결할 것과 자결을 하지 않는 대원들을 사살해도 좋다는 임무를 띄고 남한에 오게 됩니다.

많은 조직원들이 자살을 하는 와중 여전히 세 사람은 위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태원의 표적이 되고 맙니다.

국정원 요원 수혁(김성균 분)은 이들 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후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어머니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는 하나 가득이고 아직 해야할 일은 많은데 모든게 두렵기만 합니다.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이 작품은 제작과정에서도 말이 많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감독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작품성과 오락성을 인정받은 장철수 감독으로 교체되는 사건도 있었고 동구 역에 꽃미남 배우인 김수현 씨가 맡는다는 소문에 많은 분들이 기대반, 우려반을 이야기한 것도 사실이니깐요.

하지만 시사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일단 바보로 위장한 간첩 류환의 역할에 김수현 씨는 의외로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원작을 전혀 훼손하지 않았고요. 근데 문제는 오히려 바로 이것 원작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소설이나 웹툰(종이형태의 만화 포함)이 영화화 되는 경우에는 이런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원작대로 그대로 밀고가느냐, 원작의 뼈대만 잡고 완전히 바꾸느냐, 아니면 약간만 첨가해서 안전하게 갈 것인가의 고민이라고 보여지는데요.

이 작품은 의외로 차감도 아닌 가감도 아닌 그야말로 원작 싱크로율 100%로에 도전하는 그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가 되는 장소라던가 세트의 약간의 변화만 제외한다면 웹툰의 상황을 그대로 끌고 온 장면들로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 영화는 등장인물 어느 하나 빼먹는 실수도 하지 않았고요. 가령 슈퍼가게 주인 순임은 물론이요, 그의 아들인 경찰 지망생 두석(홍경인 분/원작과 다른 점은 딱 하나 이겁니다. 원작에서는 두석은 실제 경찰이지만 영화로 옮기면서는 경찰 지망생으로 바뀌었지요.), 동구가 사모하는 여인인 유란(박은빈 분)과 그녀의 남동생 유준(최우식 분)에 해랑이 사는 집의 주인인 고영감(장광 분), 화류계에서 일하지만 입양된 자식을 그리워하는 란(이채영 분) 등등이 바로 대표적이죠. 심지어는 동구를 괴롭히는 소년들인 치웅, 성민 형제와 그들의 어머니(이연경 분)에 러브라인이 있는 이발소 가게 박씨(신정근 분)까지... 깨알같은 등장도 있는데 개그맨 박휘순 씨는 백수이자 작가 지망생으로 등장하는데 이것도 재미있지요.

이렇듯 어느 등장인물을 줄이거나 추가하는 모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어쩌면 원작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하나도 없애거나 추가시키지 않는 방식은 나름 안전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심심한 것도 사실입니다. 더구나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갑자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부분을 영문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그 부분 조차 원작대로 따른 죄밖에 없는데 말이죠. 이게 왜 죄가 되는 걸까요? ㅠ ㅠ )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최종훈 작가의 팬들과 김수현 씨 팬들의 힘으로 박스오피스가 결정되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믈론 저는 원작을 본 상태에서 완벽한 싱크로율과 원작 훼손이 없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칭찬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관객이 저와 같은 생각일지는 의문인게 사실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드렸지만 이 영화에는 많은 주요 등장인물을 훼손시키지 않았기에 원작의 느낌 그대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동구를 비롯한 네 명의 인물들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박기웅 씨는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최근 드라마 <각시탈> 이후 상승세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라고 생각되고요, <박치기>를 비롯한 영화에서 들을 수 있었던 '임진강'을 그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것도 매우 괜찮았다고 생각됩니다.  아역으로 출발한 이현우 씨는 이제 성인연기자로 발돋음하는 계기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 같은데 그 부분 역시 탁월했다고 보여집니다. 이 영화에서 악역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손현주 씨는 드라마 <추적자> 이후 이제는 액션 장르만 하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원작을 그대로 살렸다는 것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남한에서의 정착과 간첩으로 살아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부분이 원작과 동일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울러 슈퍼가게 주인 순임이 동구를 가족만큼 챙긴다는 점에서도 따뜻한 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는데요. 웹툰의 사진 액자 장면(영화를 보시면 이해가실 것입니다.)까지 그대로 영화의 엔딩에 등장시킨 부분을 생각한다면 단순한 간첩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여긴 여전히 사람이 사는 곳, 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죠.

분명 재미있고 긴장감이 넘치는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그 이상의 뭔가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간만에 한국영화에서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지는 기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PS. 김수현 씨의 인기는 일반 시사에서도 확실히 드러났는데요.

특히 주말 무대인사 시사회에 그를 보려는 많은 여성팬들이 있었다는 것은 그의 인기가 아이돌을 능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무대인사가 끝나자마자 우르르 빠져나가는 일부 관객들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러 오신 분들 같지는 않더군요.

마치 가요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공연이 끝나면 빠져나가는 일부 의식없는 팬들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아서 보기 안좋았습니다.

사생팬 놀이를 꼭 극장가지 해야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하나 더... 이 영화에서는 소시지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데 쇼박스에서 배급한 영화라서 그런지 이들이 먹는 소시지는 천하장사였지요.

만약 CJ가 배급했다면 아마 이 소시지는 맥스봉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