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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야, 연애하자]여자들의 수다, 지상중계... 아기자기한 그들만의 연애에 공감하다!

송씨네 2013. 6. 16. 15:09

140자로 말해봐!

여자였다면 벌점 만개를 줘도 모자를 공감영화. 여성감독이 만든 아기자기함과 그 수다를 마치 중계방송 보듯 느끼는 기분이 드는 영화네요. '정말 여자들은 저렇게 사나요?'라는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너무나 많습니다. 미국에는 당연히 미드 <섹스 엔드 더 시티>가 떠오르는게 당연할테고요.

우리나라에서는 권칠인 감독의 2003년 작인 <싱글즈>도 있을테고, 2001년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도 떠오르실 껍니다. 더 과거로 돌아가면 임상수 감독의 1998년 작인 <처녀들의 저녁식사>도 여성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여성들은 참 알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네... 남자들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우스겟소리로 나오는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남자가 잘못을 했는데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몰라서 당황하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하면 '뭐가 잘못했는데?'라고 그 상황을 경위서 쓰듯 일일히 말해야 된다는 것들이 대표적이죠.

자, 여기서 오늘 이야기해드리는 '이런 이야기가 정말 가능한가요?' 시리즈의 두번째...

정말 '여성들은 저렇게 살아가나요?'라는 의문이 드는 작품을 모셔왔습니다.

섹스와 연애가 빠졌지만 그래도 당당히 살아가는 네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영문원제 Miss Cherry's Love Puzzle)입니다.

 

 

 

 

 

 

작가 지망생 앵두(류현경 분)는 남자친구에게 치인 상황입니다.

이 때 걸려오는 전화... 앵두의 부모님은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며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습니다.

'나 혼자 산다'가 될 뻔한 앵두의 집에는 앵두의 친구 세 명이 추가되면서 하나의 공동체이자 가족을 이루어냅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소영(하시은 분)은 주위에 파리처럼 들끊는 남자들은 많지만 제대로 연애를 못해봤는데 갑자기 나나탄 성형외과 의사 길준(지승현 분)의 끈질긴 데이트 신청에 마음이 돌아섭니다.

미술관 큐레이터 윤진(강기화 분)은 일 중독자이지만 나름 첫사랑이었던 재민(정용희 분)을 잊지 못하는 상황... 근데 재민은 곧 결혼을 한다니 미칠 지경입니다.

고등학교 미술 선생인 나은(한송희 분)은 영어 선생도 아닌데 원어민 선생의 도우미가 되어야 하는 상황... 그러나 거의 조각에 가까운 미남인 샘(쥴리안 분)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앵두요? 뭐... 그냥 그런대로 지금은 새로운 창작이 우선이니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 전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웃집 여자인 영미(하은 분)은 끊임없이 앵두의 집에 찾아와 끊임없이 조언하고 수다를 떨고 가는데 웬지 모를 경계심이 듭니다.

'빅 카라멜콘 초코'를 그렇게 사러다니던 앵두의 단골 편의점의 알바생 유신(지일주 분)도 웬지 모르게 좀 이상해 보이고요.

그러던 어느 날 앵두에게 대학 동창회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그렇게 앵두를 차버린 승환(배성종 분)의 재등장...

배웠다는 놈이 명함에 오타나 내고... 하지만 이상하게 싫지만은 않습니다.

이렇게 사랑에는 초짜인 네 명의 여성들... 과연 연애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자, 줄거리만 들어도 아마 남성분들은 저같은 질문을 다시 되풀이 하실 것 같습니다.

'정말 여자들은 저렇게 살고 있는 건가요?'라고 말입니다.

근데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 영화를 만든 정하린 감독의 말에 의하면 실제 모델이 되는 인물들이 있다고 말한 점을 봐서는 그렇게 허구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바람둥이 성형외과 의사 이야기는 거의 진짜라고 하네요.

 

이 영화는 참으로 묘한 영화입니다. 네 명의 서로 다른 성격과 직업을 가진 커리어 우먼이 등장하고 그들은 스물 여덞로 나이도 동갑입니다.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약간은 다른 연애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아예 연애를 안했다는 것은 아니니깐요.

이 작품의 사실상 주인공인 앵두만 보더라더도 남차친구에게 차인 뒤 세 명의 여성을 거둬들이고 평범한 작가 지망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남겨준 로또 당첨금이 얼마 남아 있으니  굶어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세 여성들에게 나름 약간의 생활비는 받을테니 전혀 불편한 것은 없어보이지요.

남의 책 서평이나 써주고 하는 일이 고작이지만 아직 꿈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근데 그 꿈이 확실치 않죠.

 

여기서 의외로 가장 당당하게 사는 인물은 소영입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변변치 못한 직업을 지닌 인물이기도 합니다.

계약직이라서 언제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는 온갖 손님을 만나며 덕분에 남성들에게 인기도 많은 편입니다.

너무나 당당해서 집에서 담배도 피우며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연애에 대해서는 침묵하지요.

그런점에서 그녀에게 다가온 성형외사 길준의 등장은 의외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연애에 있어서는 신중했던 소영은 계속 그녀 곁을 맴맴돌며 집적대는 그가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점차 그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지요. 하지만 그 호감도 오래가지 못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윤진은 아마 우리나라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순정녀 캐릭터이죠. 일을 너무 좋아해 남이 자신의 일꺼리를 빼앗으면 기분이 나쁜 그런 전형적인 워커홀릭이라고 봐야죠.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자신의 첫사랑을 잊지 못합니다. 어릴적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던 그냥 단순하게 친구라고 여겨졌던 재민을 잊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그렇죠. 그러나 유부남이 아닐 뿐이지 곧 결혼하게 될 여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민을 잊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로 보여졌습니다. 첫사랑의 아픔을 아주 늦게 경험했다는 것도 특이하고요.

 

이에 비하면 나은은 아주 평범한, 너무 평범한 캐릭터이죠. 학교 선생님이라 정년도 보장되는 직업이지만 연애를 못해봤으니 나은의 어머니가 그녀를 자꾸 걱정하는 것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학창시절 열광했던 HOT의 토니안을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그녀에게는 짝사랑이자 세상에서 가장 흔해빠진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그녀에게 꽃미남 원어민 교사의 등장은 나은을 설레이게 만들지요. 하지만 그 사랑이 자신의 일방통행 적인 사랑이었다는 것에 알게 되고 그녀는 좌절하게 됩니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사랑은 찾아오게 마련이지요.

 

 

 

 

이 영화에는 유별나게도 28(스물 여덞)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를 만든 정하린 감독도 스물 여덞에 만든 영화가 2년이 지나고 공개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아까도 이야기드렸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네 여자의 나이가 모두 스물 여덞이라는 점도 바로 그것이죠. 앵두가 서점에서 유명 작가들의 등단 나이를 살펴보는 것도 인상적이죠.

소영이 친구들에게 휴대폰 문자로 잡담을 하다가 점장에게 들켜 혼이 나는 장면이 있는데 모레면 서른이 되는 여자가 왜 나이값을 못하냐고 혼내자 오히려 자신의 나이는 아직 스물 여덞이라고 반박하는 대목이 나오죠. 그리고 독백으로 자신은 아직 스물 여덞인게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하는 대목도 나옵니다.

어쩌면 영화에서 그들의 나이인 스물 여덞은 서른이라는 완벽해보이는 숫자(?)에서 약간은 덜 성숙된 숫자이자 젊음을 나타내는 그들만의 암호라고 생각됩니다.

서른이 지나면 사실상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될테니깐요.

 

일부 네티즌들이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글이 올라왔는데 저는 아마도 이런 분들이 대부분이 남자이거나 남자중에서도 마초근성에 사로잡힌 분들이 아닐까 의심스럽더군요. 이 글을 쓰는 저는 남자지만 여성들이라면 저 이야기에 상당히 공감을 하겠구나 싶더군요.

돌아가기 싫은 스물 여덞의 나이에서 그들이 생존하는 방식을 나름 유쾌하고 인상적이게 그린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배우들의 역할이 한 몫 했다고 보여집니다. 류현경 씨를 제외하고는 익숙한 얼굴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가령 강기화 씨의 경우 배창호 감독의 1999년작인 <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아역으로 활동한 배우이며 조금씩 단역을 통해 얼굴을 알려온 배우입니다.

하시은 씨의 경우도 <추노>, <7급 공무원>(드라마) 등의 작품을 통해 활발히 활동을 하였으며, 한송희 씨는 2011년 작인 <밍크코트>로 알려진 배우입니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 웹툰과 동시 연재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네이버 만화(http://comic.naver.com/challenge/list.nhn?titleId=556709&no=1)에 동시 연재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웹툰과 영화의 내용이 동일하니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웹툰보다는 영화를 먼저 보시고 읽으시길 권합니다. 아울러 연재가 아직 종료가 되지 않았으니 영화와 어떻게 다른 결말을 지을지, 영화와 어떻게 미묘한 차이가 있는지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OST의 경우도 많은 음악을 집어넣는 것 보다는 소소하게 음악을 삽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류현경 씨가 부른 주제가나 영화 속에서 소영이 이어폰으로 듣던 '달달한 노래'의 실체가 궁금하신 분들도 한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영화의 엔딩크레딧(영화의 내용을 간추린 아기자기한 화면들이 등장합니다.)에 등장한 이 노래도 좋았습니다.

'일단은 준석이들'의 '너무 예뻐'라는 곡입니다. 노래 제목만큼이나 너무 좋은 곡입니다.

일단은 준석이들은 버스킹(거리공연)을 주로 하는 팀인데요. 뉴스타파 행사에도 등장해 웃음을 주고 떠났던 팀이라 기억에 남네요.

 

 

 

 

남성 영화들은 참 거칩니다. 욕도 좀 나와줘야 하고 싸움질도 몇 번 해줘야 하죠.

그런데 너무 같은 남자라도 거친것이 저는 가끔은 불쾌할 때가 있습니다. 남자는 그게 의리이고 우정이라고 하지만 싸움질이나 욕설만이 의리고 우정은 꼭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런점에서 이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 아주 여성적인 영화입니다. 당연히 여성들은 환호할테고 남성들은 조금은 지루한 영화가 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쾌하게 사랑을 나누고 그것을 수다로 푸는 방식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천상 수다쟁이로 살아야 할 팔자인가 봅니다. ^^;

 

 

 

 

PS. 영화에서는 일반 봉지라면을 전자렌지에 돌려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린린 감독은 정작 저렇게는 못먹겠다고 하시더군요.

근데 은근히 가스렌지에 익혀 먹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이죠. 다만... 저 방식이 더 귀찮다는게 흠입니다.

아울러 영화에서는 아까 말씀드린 '빅 카라멜콘 초코'(일명 '빅카초')가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에 등장한 '빅카초'라 불리우는 작품의 실제 그림을 걸어둔게 있습니다.

류현경 씨의 모습을 한 초상화인데 그렇게 작품 이름이 지어졌지요.

더불어 상영종료 후 류현경 씨 팬클럽으로부터 '빅카초'를 받아갔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