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버니]친절한 버니 씨, 지옥에서 온 천사의 이야기... 페이크와 실화 사이에서...

송씨네 2013. 6. 19. 01:39

 140자로 말해봐!

누가 이 죄인에게 돌을 던지랴? 죄인을 진정으로 용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비포' 시리즈를 만든 사람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는 극과 극을 달리는게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더구나 약간의 페이크 다큐 스타일도 보이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이 영화는 많은 작품들을 생각나게 만들죠.

냉장고라는 소품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달콤, 살벌한 연인>(2006)과 최근 개봉한 <스토커>(2012)가 떠오르고 너무 착한 남자의 살인이라는 점에서는

역시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를, 사람을 얽메인다는 점에서는

영락없는 <미저리>(1990)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죄는 물론 사람도 미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데 이 이야기가 실화라면?

황당하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포' 시리즈를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극과 극의 이야기... 영화 <버니>(Bernie)입니다.

 

 

 

 

 

한 남자가 다른 이들에게 염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주 조용히, 경건하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눈과 입주위에 접착제도 골고루 발라주는 세심함까지...

그리고 이 남자는 이제 텍사스의 어느 마을로 가고 있습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버니(잭 블랙 분)...

카시지 마을... 텍사스 동부의 마을로 남부의 시작이자 텍사스 마을들 중 최고라고 자부하는 곳이지요.

그는 마을 전담 장의사로 취직되어 이 곳에서 일을 할 예정입니다.

버니는 매우 친절합니다. 사람들마다 그를 칭찬하는 말 뿐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장례 절차에 임하며 남편을 보내는 미망인들도 일일히 챙기는 꼼꼼함도 가지고 있지요.

석유 재벌이자 마을 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갑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사람의 부인인 마조리(셜리 맥클레인 분)은 깐깐함은 마을 최고입니다.

그러나 버니는 모두에게 관대했고 너그러웠으며 미망인 모두를 똑같이 대했습니다. 까탈스럽기 짝이 없는 마조리 부인까지도 말이죠.

그리고 그 지극정성은 마조리 부인의 마음도 녹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버니와 마조리와의 만남이 잦아졌고 그럴 수록 마조리는 버니를 마당쇠 대하듯 부려먹고 이용하기에 이릅니다.

지옥도 이보다 더한 것도 없는 상황... 버니는 얼떨결에 마조리를 살해하고 맙니다.

그리고 6개월간은 아무일 없던 것처럼 일을 하는 버니...

그녀의 사체가 발견되고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 대니 벅(매튜 맥커너히 분) 그를 구속시키기 위한 준비까지 완벽히 해놓은 상태...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버니가 철장행이라는 것을 모두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

과연 버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아무튼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버니 상조... ㅠ ㅠ

 

 

 

이 영화의 감독을 일단 이야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얼마전 개봉한 '비포' 시리즈인 <비포 미드나잇>의 감독이죠.

근데 이 영화 <버니>는 어떻게보면 '비포' 시리즈를 만든 감독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극과 극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비포' 시리즈는 수다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특이한 영화였죠. 심지어는 상당히 긴 롱테이크도 등장해서 자칫 더럽게 지루한(?)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나올만도 하죠.

 

런점에서 볼 때 <버니>는 장면 전환도 많고 이야기도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다가 많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죠.

국내외로 이런 수다클럽 감독들이 많죠. 우디 앨런, 홍상수, 쿠엔틴 타란티노 등등... 여기에 바로 이 사람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도 추가해야겠지요.

근데 이 수다라는 것이 뭐냐하면 바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터뷰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사건에 대한 장면보다도 어쩌면 인터뷰 장면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큐 스타일로 찍었지만 다큐는 아니며, 다큐는 아닌 극영화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죠.

심지어는 영화속에 등장하는 인터뷰어 중에서는 실제 버니 사건의 주민 당사자도 포함되어 있으며 그를 옹호하는 이들도 실제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버니를 옹호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마을에 헌신하는 일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늘 스마일이었고 연극도 연출하고, 노래도 잘 불렀으며, 씀씀이도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 씀씀이 역시 마을 사람들에게 배푼다는 의미에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미워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검사인 대니 벅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마법에 걸린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저절로 이루어진 마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나쁜 사람이라도 그 모든 죄가 용서되는 것이죠. (오히려 '개콘'의 '나쁜사람' 코너처럼 '나쁜사람~ 나쁜사람...'거리며 죄인을 감싸고 있지요.)

심지어는 마조리의 돈으로 그는 기부 활동을 했었지요. 마조리가 살아있었다면 이런 독단적인 행위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기에 만약 이게 마조리의 돈으로 밝혀진게 알려졌어도 그들은 버니를 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돈들은 어쩌면 자신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들인데 그게 제대로 도착하지 않았을 뿐이니 버니가 그것을 대신함으로써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테니깐요. 놀이터가 생기고 가게가 생기고, 자동차가 생기는 것은 마법 그 이상이었으니깐요.

 

반대로 마조리의 죽음을 추모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녀가 사라지자 아쉬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단골이던 미용실 원장이 고작이었죠.

그리고 버니를 범인으로 의심한 것은 마조리의 재무상담사인 로이드(리처드 로비초스 분)와 대니 벅이었지요.

근데 미용실 원장이나 로이드가 마조리의 실종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어쩌면 가장 중요한 돈줄이 끊겨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조리의 손녀가 할머니에게 소송을 건 것도 어떻게 보면 막대한 유산상속에 대한 기대였죠.

물론 잘 죽었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마조리에게 불편함을 갖았던 마을 주민에게 그녀의 죽음은 앓던 이빨을 빼내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얼마전 개봉된 <위대한 개츠비>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던 개츠비였지만 정작 그가 세상을 떠나자 아무도 나타나 그를 추모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이상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에만 접근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근성이죠.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의 용서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말로 '까방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인이나 연예인들이 아무리 죄를 지었어도 이미 모범적인 사례와 좋은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한 번 문제되는 일을 저질러도 용서한다는 것이죠.

이런 '까방권'의 미덕이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정(情)의 좋은 이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과 사가 구분될 수 없는 심각한 단점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저는 이런 방식이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정말 작은 실수(작은 죄가 아니라 실수입니다.)라면 용서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죄라는 것은 실수와 다른 부분이기에 용서를 한다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 버니를 마을 사람들이 용서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까방권'이 잘못 남용되면 오히려 그것을 자신 스스로가 악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잭 블랙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동안 코미디 연기만 주로 보여줬던 그는 조금은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킹콩>(2005년 리메이크) 같은 영화에서는 자신의 욕심을 조절 못하는 악날한 영화감독의 모습으로 등장해 코미디 영화만 등장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이 영화는 그의 코미디 연기와 정극 연기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짐 케리나 성룡 등의 코미디 연기가 강한 배우들이 코미디 영화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지만 그들도 심각한 정극에 출연한 적도 있고 한번도 절대 웃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얼굴만 봐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은 그들이 코미디 연기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영화 <버니>는 일부러, 억지로 웃기려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오버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코믹 지존인 것이 잭 블랙이라는 것이죠.

이런 모습은 그가 이 영화에서 노래를 하는 장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Love Lifted Me'라는 컨츄리 송인데 그가 불렀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원곡은 미국 컨츄리 음악의 대부인 케니 로저스(Kenny Rogers)의 곡입니다. 원곡을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느리고 전형적인 컨츄리 송인데 잭 블랙은 이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외에도 이 영화에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다양한 성가가 등장하고 잭 블랙은 다양한 노래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가 여러 영화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적 지식을 자랑하는 장면들이 많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스쿨 오브 락>이나 <쿵푸 팬더> 시리즈 등에서 그가 끊임없이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터네이셔스 D(Tenacious D.)라는 팀에서 활동을 했던 경력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마지막 엔딩까지도 놓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실제 모델이 된 버니는 과연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버니를 사랑한 이들의 끝없는 구애(?)도 엔딩 크레딧에 등장합니다.

심지어는 버니에게 받치는 노래도 등장하여 마을 주민들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버니가 도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습니다. 그러자 버니는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멀리 도망갈 수도 있지만 자신이 장의사였기에 마지막 그녀를 묻어주고 싶었기에 매장이나 다른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천사였을까요? 아니면 천사로 위장한 악마였을까요? 그리고 그는 정말 이 마을 사람들에게 마법이라도 건 것일까요?

만약 우리가 버니의 이웃이라면 그의 죄를 용서해야할까요? 또한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의문은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