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감시자들]눈(目) VS 눈(目)... 화려한 그들만의 동물원이 문을 연다!

송씨네 2013. 7. 7. 23:59

 

 

 

야생은 참으로 어지러운 곳이죠. 수많은 동물들이 서식하는 이 곳에는 힘없는 연약한 동물들도 있고 강한 동물들도 있지요.

사람들의 세상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고 갑을 관계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사파리 같은 세상 속에 정의를 위해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수 많은 눈과 눈의 대결...

 

동물원 개장... 영화 <감시자들>(Cold Eyes)입니다.

 

 

 

 

 

경찰의 특수조직 감시관 팀...

이들은 회사원으로 위장하였지만 산업 스파이나 기타 난해한 사건들을 담당하는 팀입니다.

이 곳에 첫 출근을 하게 되는 윤주(한효주 분)는 닉네임 송골매로 불리우는 황 반장(설경구 분)의 아주 까다로운 테스트를 합격하고 이 곳에 왔습니다.

다람쥐, 원숭이, 독사, 나무늘보, 두더지, 앵무새, 타조 등등...

자신의 이름이 아닌 동물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걸고 뛰어야 하는 사람들이죠.

그러던 어느 날 대형 신용저축은행에 강도의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보통의 은행강도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 둘이 아닙니다.

다른 사건으로 위장해 시간을 벌고, 대규모로 움직이며, 철저히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이들의 수법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죠.

이 사건의 배후에는 의문의 사내(정우성 분)가 있고 정통이라 불리우는 구두방 주인(김병옥 분)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죠.

이들의 계획은 점점 치밀해지고 대담하기까지 합니다. 문서가 도난 당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다음의 범행장소는 다름아닌 증권거래소라는 점에서 감시관 팀도 초긴장 상태입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단지 그 배후 인물을 그림자라고만 불러야 하는 상황...

과연 이들 팀은 범죄를 막아내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범죄수사물을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이 아닙니다.

가끔 봅니다. 하지만 의외로 한번 빠지게 되면 계속 보는게 바로 이런 범죄수사물이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요.

우리나라는 <수사반장>같은 작품도 있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수사물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에는 많이들 공감하시리라 봅니다.

그리고 좀 뻔한 부분도 있지요. 시나리오가 평범한 것은 물론이요, 우리나라는 병원에서도 경찰들끼리도, 변호사도 무조건 연애를 하고 봐야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직업군으로 위장한 연애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말이 안나오죠.

그런점에서 <감시자들>은 기존의 국내 수사물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과 액션들, 그리고 쓸대없는 연애질로 러닝타임을 깎아먹지 않는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시나리오의 탄탄함은 영화속 상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CCTV가 등장하고 그것을 감시하는 비밀 수사팀이 경찰내에 존재한다는 설정만으로도 의외의 호기심을 발동하기 충분하니깐요.

더구나 경찰 선후배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닌 동물 이름으로 별칭을 불러 활동한다는 것과 지휘 본부에서 투입을 시작하는 의미로 '동물원 개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부분도 겉멋이 들었다기 보다는 치밀한 수사를 위한 그들만의 암호처럼 들렸다는 점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강하고 한 쪽이 일방적으로 너무 약하다는 것이죠.

<감시자들>은 그 함정을 고스란히 피해가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팀이 흐트러짐이 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부분도 인상적이지만 그림자라 불리우는 사나이가 이끄는 팀 역시 흐트러짐 없이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막상막하라는 것이죠. 더구나 자신들의 범죄가 사전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초시계를 들고 시물레이션을 하고 날카로운 만년필로 상대방을 위협하다 못해 간단히 처치하는 부분을 보더라도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라 여겨졌습니다.

총이나 칼 같은 단순한 무기가 아닌 만년필이라는 특이한 도구로 공격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특별하게 보여졌습니다. 마치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가스통 사나이인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분)이 떠오를 정도로 특이하지만 강렬한 무기이지 않았나 싶어요.

 

 

이 영화가 제가 탄탄한 영화라고 했지만 그런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원작 영화가 있다는 것이죠. 홍콩의 유내해 감독의 작품인 2007년 작 <천공의 눈>이 원작이죠.

그렇다보니 정말 시나리오를 잘 각색하면 괜찮은 영화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얘긴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적이라는 것이지요.

두번째는 두 명의 감독입니다. 보통 한 명의 감독이 욕심을 부리다보면 아무것도 못살리고 처참하게 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요. 그런점에서 이 작품은 전체적인 부분에는 조의석 감독에게 맡기고 촬영부분에 있어서는 김병서 감독에게 맡기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영상도 상당히 디테일하고 이야기의 구조에 있어서도 흐트러짐이 없다는 것이죠.

감독은 한 명이여야만 한다? 글쎄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 않을까요? 물론 너무 많으면 배가 사공으로 가기 때문에 두 명이 적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배우들에 있어서도 놀라울 정도는 아니라도 변화된 모습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가령 설경구 씨의 경우를 보면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 캐릭터가 너무 강했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 영화에서는 성깔있는 경찰이 아닌 깊이 생각하고 팀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팀장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좀 부드러운 설경구도 만나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정우성 씨는 악역도 잘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악당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주 지능적인 악당으로 등장하지요. 그의 이름이 영화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다가 엔딩 크레딧에 '제임스'라고 등장하지요. 어쩌면 그의 극중 이름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이름이 없는 것(이름이 알려져서는 안되는 것)이 영화의 의도였기에 그렇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한효주 씨의 경우는 예쁘기만 하는 그런 배우가 아닌 다양한 모습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강인한 여전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민폐녀가 아닌 사건해결에 열심히 앞장서는 여경으로 등장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등의 의외의 팔방미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한효주 씨 말고도 주목할만한 여성 분이 한 명 더 있는데 사건을 지휘하는 이 실장 역으로 등장하는 진경 씨였습니다. 특히나 이 캐릭터가 괜찮았던 것은 연출팀이 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디테일하게 꾸며놓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죠. 화가 나면 전화기를 부수는 장면과 서랍밑에 수십대의 새 전화기가 걸려있는 부분, 수화기를 때리는 탁자에 유난히 흡집이 많이 표시가 되는 부분 등이 다른 캐틱터들 만큼이나 이 실장 캐릭터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표현했죠. 아주 카리스마 있게 말입니다.

 

 

 

 

 

이 영화는 의외로 경찰청이 많이 도와준 영화라고 하네요.

용어라던가 수사 방식, 그리고 도로 통제 부분에서도 아낌없는 도움을 주었다고 하죠.

그렇다보니 이 영화가 다른 수사물에 비해 리얼하고 생생함이 보이지 않았나 싶네요.

 

이 영화에서는 감찰이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요즘은 도청이라던가 여론조작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국정원으로 인해 이 부분을 많이 잊은게 아닌가 싶겠지만 이 영화에서 상대방을 수사하는데 있어서 자칫 오지랖은 감찰이라는 오해를 받기 충분하다는 부분을 영화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황 반장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며 감찰 했다가 심하게 여론에게 못매를 맞었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봐도 그렇습니다.

아울러 <감시자들>에는 CCTV가 등장합니다. 사건을 해결하는데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사생활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도구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눈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이들이 또 다른 이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유쾌한 영화지만 유쾌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점도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의를 위한 감시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그 범위가 어디냐라는 것도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니깐요. 너무 깊게 생각해서는 안되지만 요즘 세상이 이렇다보니 이런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