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론 레인저]잘못 돌아온 망작인가? 아니면 디즈니와 버빈스키의 무리수?

송씨네 2013. 7. 8. 23:06

 

 

 

저는 솔직히 고백하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팬입니다. 그렇게나 강렬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는 드물다는 생각이 드니깐요.

더구나 의외로 해적선원이나 그외의 인물들이 캐릭터가 확실히 살아있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리즈에는 도무지 어른답지 않은 이상한 해적인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해적 루피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천방지축이지요. 그리고 거기에는 조니 뎁이 있었습니다.

 

쓸대없이 서두가 길었다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만한 이유가 있지요.

바로 지금 소개할 영화가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스텝들이 만든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라디오 드라마와 TV,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던 고전 중의 고전이 그들에 의해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론 레인저>(The Lone Ranger)입니다.

 

 

 

 

 

1933년... 한 꼬마 아이가 허름한 천막으로 들어갑니다.

놀이공원에 있는 간이 박물관에 온 소년은 여러 전시물을 바라보다 괴상한 모습의 인디언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인디언... 그냥 마네킹인 줄 알았는데 말을 하네요. 그는 소년에게 오래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는 1800년대 미국의 모습을 비춥니다. 당시 서부는 여러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백인과 인디언들은 끊임없이 싸우고 있었으며 길고 긴 철도가 건설되던 시기였으며 은광 사업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였습니다.

악명 높은 범죄자인 부치 캐빈디시(윌리엄 피츠너 분)와 정체불명의 인디언 한 명이 쇠사슬에 묶인체로 열차 구석칸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사형집행장까지 끌고 가기 위해 검사인 존(아미 해머 분)도 이동중이죠.

그런데 갑자기 떼강도가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을 인질로 잡더니 부치를 탈출시키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존의 형이자 보안관인 댄(제임스 뱃지 데일 분)은 존과 합심해 부치를 잡으러 나서지만 오히려 역공격 당하고 형 댄은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물론 존의 상태도 거의 심각한 상황... 그런데 아까 그 괴상하게 생긴 인디언이 나타나게 되고 전설의 백마 실버의 결정(?)으로 존을 살리기로 합니다.

이로써 인디언 톤토(조니 뎁 분)과 존의 거래는 끝이 나게 됩니다. 톤토는 존을 복면의 히어로인 '론 레인저'로 만들어 버립니다.

자... 이제 서둘러 형을 죽인 원수인 부치를 잡으러가야죠. 그런데 이런 저런 장애물이 한 둘이 아닙니다.

형의 아내이자 존 자신도 좋아했던 여인 레베카(루스 월슨 분)에게 집적대는 철도업체 대표인 레이텀 콜(톰 윌킨슨 분)을 비롯해서 도무지 정의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마대장 제이 플러(베리 패퍼 분) 등이 이들 두 사람을 노리고 있습니다.

한편 톤토의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댄은 그가 영혼과 새, 시계 등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그를 더 의심하게 됩니다.

과연 이 어울리지 않는 이 콤비는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요?

 

 

 

 

<론 레인저>를 알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약간의 지식이 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가 알던 히어로 물과는 분명 다르고 우리가 알던 서부극과도 분명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이 처음 시작을 알린 것은 1933년의 라디오 드라마였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1955년에 <청실홍실>이라는 라디오 드라마가 처음 생겼고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작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도 1978년에 만들어진 라디오 드라마가 원조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오래된 라디오 드라마의 조상이라고 해도 틀림없는 사실임은 분명합니다. (영화의 시작이 1933년부터 시작된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죠!) 이후 이 작품은 TV 시리즈나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가 됩니다. 물론 이중에는 히트를 친 것도 있고 스핀오프로 시도해보려다가 쫄딱 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쩌면 이 영화의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와 감독인 고어 버빈스키, 그리고 이 영화에 제작비를 때려박은(!) 디즈니 측의 입장에서도 모험 아닌 모험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대박으로 만든 팀들이었고 거기에 조니 뎁까지 있었으니 어느 정도 자신감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근거없는 자신감(근.자.감)은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곧 이따 해보기로 하죠.)

 

우선 이 작품은 화려한 액션과 볼꺼리가 가득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물량 공세는 제리 브룩하이머와 디즈니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실제로 기차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CG를 넣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기차를 만들고 레일 역시 실제로 깔아서 만드는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촬영 장소도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절벽이 나왔던 장소에서 촬영을 했다고 하니 정말 공을 들였구나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초반 장황스럽게 두 사람이 만나 팀을 이루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고 그 부분도 상당히 지루합니다.

더구나 <캐리비안의 해적>을 만든 제작자들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영화속의 조크들은 상당히 약하고요.

그렇다보니 잭 스패로우의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조니 뎁 마져도 자신의 캐릭터인 인디언 톤토를 제대로 살리지 못합니다.

이는 전작인 <백설공주>에서 허당왕자로 열연을 했던 아미 해머 역시 마찬가지이며 주거니 받거니하는 대사속에서도 폭소를 유발할만한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최근 제작된 디즈니 영화들 중에서 의외로 폭력적입니다.

자극적인 장면이 많고 총격전이 많으며 주검을 단지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지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려는 상황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가족영화에서 강세를 보여주었던 디즈니의 실사영화들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상황이지요. 어쩌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국내에서 12세 등급을 받았던 것을 떠오른다면 15세 관람가의 이 영화는 재미는 둘째치더라도 역동적이지도 못하며 잔인하기만 더럽게 잔인한 영화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두 작품 모두 13세 관람가에 해당되는 PG-13 등급을 받았습니다만 이번에는(!) 우리나라 영등위가 옮았다에 한 표입니다.)

아마 제작국가인 미국도 조니 뎁의 파워가 떨어지는 것을 인정했던 것인지 애니메이션 <슈퍼베드 2>의 성적에도 못미치는 상황을 겪는 상황에 벌어졌고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현재(2013/7/8 기준) 박스오피스 순위나 예매율에서도 그리 높은 순위를 달리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어린이 버전의 서부극이었던 <랭고>(2011)가 더 좋았다고 봅니다. 이 작품도 버빈스키와 조니 뎁이 콤비를 이루어 만든 애니메이션이었거든요.)

 

그나마 이 영화에서 절정을 달리는 부분은 마지막 열차가 등장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매인테마라고 할 수 있는 '윌리암 텔 서곡'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부터 활기가 넘칩니다.

잘 먹히지 않던 유머와 몸 개그도 이 부분부터 먹히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요? 곧 이 영화는 엔딩을 향해 달려갈텐데 말이죠.)

어쩌면 이 영화가 그나마 망작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된다면 마지막 열차에서의 액션 장면과 한스 짐머가 다시 편곡한 이 영화의 OST 덕이라고 해두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가 실패하는 이유는 앞에 이야기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헐리웃 역시 인맥과 그 나물의 그 밥인 연출진들로 영화를 이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런 방식이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기 보다는 우려먹기로 작품을 만들어간다면 헐리웃 영화 역시도 모든 세계인들의 입맛을 맞추는데는 실패할 것입니다. 헐리웃 영화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이 세상 모든 영화들의 표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국주의는 물론이요. 여전히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결론도 미국인들의 열정과 끈기로 승리했다고 무작정 결론을 맺는 경향이 있으니깐요.

 

그런점에서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는 드림웍스를 비롯해서 소규모 미국의 영화사나 제작자들의 활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여전히 폭스나 워너, 디즈니 등의 파워가 세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론 레인저>를 통해 그 공식도 곧 깨지지 않을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개봉 하루 이틀 전에 기자시사로 사람 약올리지 마시고 진정으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것인가 연구를 해보시길...

아울러 미국만 시장조사 하는 어리석음도 곧 버리셨으면 합니다. 당신들 나라에서 먹히면 다 된다는 생각부터 버리는게 우선입니다.

 

PS. 그나저러나 많은 분들이 궁금할만한 장면...

엔딩 크레딧을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에서 늙은 톤토로 보이는 사내가 소년과 작별을 하고 짐을 싼 뒤 자신이 살던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추측되는) 돌아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상당히 쓸쓸한 뒷모습인데 이 장면이 의미하는 바는 도무지 모르겠더군요. 마치 아마존이 파괴되고 이 곳의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떠나는 것처럼 인디언들의 터전이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버빈스키 감독이 이렇게 메시지를 쉽게 쉽게 보여줄 감독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