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더 웹툰:예고살인]새로운 시대에 들어온 공포스릴러...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은 감점?

송씨네 2013. 7. 11. 01:36

 

 

웹툰 재미있고 저도 좋아하는데요... 그렇다고 제가 한 번 웹툰을 먹어볼 수는 없고...

미국이 종이 만화책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듯 우리나라에서도 만화가게가 많았고 이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런 만화방으로 불리우는 가게들은 많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만 있다면 얼마든지 신작을 종이가 아닌 화면으로 본다는 점에서 분명 세상은 달라졌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강풀, 윤태호, 강도하 같이 스토리를 잘 이용하는 웹툰 만화가가 생기는 반면 이말년이나 정다정, 김규삼 등의 병맛이지만 배꼽잡고 웃을 수 있는 단순한 구조의 웹툰도 많아진게 사실입니다.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어쩌면 이런 이야기가 진작에 있었어야 했습니다.

영화 <더 웹툰:예고살인>(Killer Toon, 이하 <더 웹툰>)입니다.

 

 

 

 

 

 

한 포털사이트의 사무실... 만화팀 편집장인 미숙(김도영 분)은 원고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기 웹툰 작가인 지윤(이시영 분)이 원고를 보내는 상황이었고 드디어 원고를 받아보게 되는 미숙...

하지만 숨기고 싶은 어릴 적 과걸르 담은 내용이 담긴 웹툰에 미숙은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온 어두운 그림자... 다음날 그녀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사건을 수사하던 기철(엄기준 분)과 영수(현우 분)는 엽기적인 사건에 놀라게 되지만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게 됩니다.

당연히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버린 지윤... 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창작물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가운데 웹툰 속의 등장인물들이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이어집니다.

결국 지윤은 과거 살았던 곳에서 만났던 셔현(문가영 분)이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죽음을 맞이한 선기(권해효 분)의 딸로 그는 장의사를 운영했었고 아내를 잃은 상황이었지요.

서현의 특이한 능력을 알게 된 지윤은 이것을 토대로 작품활동을 하기 시작했지만 이것이 화근이 되고 맙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 진실이 밝혀질 수록 더욱더 그 진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이고 또 꼬이고 있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죽는다는 식의 이야기로 공포스릴러의 혁신을 보여준 <링> 시리즈에 이어 같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착신아리> 시리즈는 휴대폰의 공포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영상의 저주를 담은 <하얀방>(2002)나 <미확인 동영상>(2012)처럼 CCTV를 비롯한 그 모든 동영상이 안심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작품도 생겨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나올만한 건 다 나왔지요.

그런점에서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웹툰을 가지고 공포스릴러를 만들려고 했다는 발상자체는 우선 높은 점수를 따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분홍신>(2005)을 통해 버려진 신발 하나도 공포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 김용균 감독이 다시 공포물을 들고 나온 것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 할지도 모르지만 <분홍신>을 보신 분이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거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네... 결국에 그가 선택한게 바로 이 웹툰입니다. 웹툰에 나온 사람들은 그 사건대로 죽음을 당한다는 것이죠.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데스티네이션>처럼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웹툰은 스마트폰, 테블릿 PC, 일반 컴퓨터 등의 다양한 장비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가 볼 수도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지요. 공포물은 이미 오래전부터 웹툰에서 시도했던 방식이었으며 웹툰 작가 호랑(최종호 씨)의 '옥수동 귀신'으로 인해 그 절정을 이룹니다. 스크롤 바를 내리면서 긴장하게 보는 재미와 스피커를 키고 갑작스럽게 웹플레시로 등장하는 움직이는 귀신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 공포를 즐기고 있는 것이죠. 3D와 4D로 유행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신선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 <더 웹툰>도 '옥수동 귀신'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장면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이 영화는 <디 아더스>와 <식스 센스>에 등장한 반전을 적절히 믹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걸로 끝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죠. 다시 몇 시간, 몇 일 전의 상황으로 타임머신 타고 이동하듯 제멋대로 등장해 사실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반전 아닌 반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부분도 좋았는데요. 특에 박힌 결말을 보여주는 것보다 과거로 돌아가 이런 반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특이한 엔딩은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단점이기도 한 것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냥 한 번 꼬는 것도 괜찮은데 두 세번 꼬고, 또 꼬는 방식을 취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지... 사실은 그게 아니거든!'란 식으로 자꾸 또 다른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는 서현이라는 소녀의 실체가 가장 궁금한 점으로 등장하지만 뒤로 가게 되면 그것이 허무하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너무 꼬아버린게 아닌가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더구나 어느 누구도 선한 사람은 없었다는 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큰 반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공포스릴러의 전형을 그대로 따르다보니 이제는 식상한 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죠.

뒷통수를 치며 등장하는 것은 여전히 무섭지만 갑작스런 음향으로 놀래키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제는 그 방식을 바꿔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피를 흘리며 나타나는 귀신으로 보이는 이들이나 길고양이의 움직임, 그리고 허리나 목등의 관절을 꺾으며 등장하는 '우드득' 소리 등등이 바로 그런 것이죠. 이제는 공포 스릴러에 있어서도 새로운 방식을 연구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시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 영화에서 정말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이시영 씨 입니다.

건담 마니아이자 복싱하는 국가대표 연예인 1호라는 점에서 이시영 씨는 특이한 분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연기자로써의 이시영과 복싱 선수로써의 이시영을 확실히 구분하고 활동에 임한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최근 로멘틱 코미디에서 강세를 보였는데 그녀는 그것에만 안주하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됩니다.

호러퀸으로의 도전이죠. 하지원 씨의 경우도 호러퀸으로 데뷔해서 지금에 이른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시영 씨의 도전은 밑저야 본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멋진 도전이자 그 도전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풋풋했던 만화가 지망생에서 그녀가 왜 돈과 명예를 위해 악날하게 변했는가를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소름이 끼쳤기 때문이지요.

 

이외에도 최근 <못난이 주의보>로 주목받고 있는 현우 씨나 모든 사건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등장하는 조서현 씨 같은 경우에도 이름은 익숙치 않지만 많은 작품에 출연한 이력이 있는 배우들이죠. 그에 비해 엄기준 씨는 이시영 씨 다음으로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근 한국영화가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비슷하게 만든 영화는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그만큼 영리해졌다는 의미이지요. 상업영화가 진지해지고 반대로 독립영화나 저예산 다양성 영화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점점 재미있는 소재의 영화들로 관객을 맞이한다는 점도 최근 한국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아주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변화이기도 합니다.

 

그런점에서 최근 개봉한 <감시자들>이나 이 영화 <더 웹툰>의 등장은 게속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찍어내고 금방 소비하는 영화가 아닌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요? 네... 당연한 얘긴데 문제는 영화사나 배급사들이 이런 것을 안지킨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