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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믿음과 신뢰에 대한 난해한 질문들... 우리는 대답할 수 있는가?

송씨네 2013. 7. 23. 00:02

 

'갱생'이란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교화, 교정이란 말로도 써도 맞는 말이죠.

조금은 웃기는 단어로 이 말을 쓰는 사람도 늘었지만 무언가를 올바르게 고친다는 의미에서 결코 웃기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의 버릇을 고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에 가까운 삶을 바꾸는 것도 일종의 갱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믿음과 신뢰가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떠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그게 실제로는 가능한 것일까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마스터>(The Master)입니다.

 

 

 

 

한가로운 해변... 해군으로 보이는 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구석에서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야자수 나무에 올라가던 이 남자는 뭔가를 섞어서 마시기 시작합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은 끝났고 이들 군인들을 태운 배에서는 맥아더 장군의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어느 정도 상처를 지니고 있는 것은 프레디(호아킨 피닉스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뭐든지 술과 섞어 마시며 괴로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백화점의 사진사가 되었지만 그 직업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여인인 도리스(메디슨 비티 분)도 있었지만 고향을 등지고 그는 이 곳 저 곳을 떠도는 신세이지요.

폭탄주에 가까운 술을 같은 일꾼에게 먹인 죄로 양배추 농장에서 도망치다시피 나온 프레디는 한 호화 유람선을 발견하고는 무작정 배위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마스터라 불리우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지요. 랭케스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분)라는 이름의 이 노신사는 '코즈'라는 이름의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곳의 대표입니다. 랭케스터는 프레디를 내쫓는 대신 그가 만든 술을 마시기로 하고 또한 자신과 함께할 것도 제안하게 됩니다.

마침 선상에서는 랭케스터의 사위인 클락(레미 말렉 분)과 자신의 딸인 엘리자베스(엡바이어 칠더스 분)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벌어지고 있던 상황이죠.

그들의 고향이자 본거지로의 귀환... 하지만 사고만 일으키던 프레디를 좋게 바라볼 리가 없습니다.

아들 밸(제스 플레몬스 분)도 그렇고 랭케스터의 젊은 아내인 매리 수 도드(에이미 애덤스 분)의 반응도 심상치 않지요.

스파르타에 가까운 훈련이 시작되고 프레디는 새로운 사람이 되나 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리고 프레디와 랭케스터는 우정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까요?

 

 

어쩌면 영화의 첫 장면에서 프레디가 야자수를 가지고 술을 만드는 장면부터가 웬지 모를 이상함을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울증을 살펴보기 위한 정신감정에서도 군의관을 비웃듯 행동하는 모습도 웬지 불안해 보이지요.

그리고 은근히 섹스에 집착을 하며 심지어는 축제를 즐기는 모든 여성들이 헐벗은 모습처럼 느껴지는 환상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편으로 프레디는 분명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아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 만남이 지속되지 못한 부분에서 프레디의 삶이 게속 어긋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때 등장한 마스터라 불리우는 한 사내를 만남은 운명적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자네 기억은 초대 안했어!'라며 모든 과거를 안다는 듯 그의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이야기부터가 그와 함께하겠다는 모습으로만 들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쉽지 그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하나의 전초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묘한 상황에서의 두 남자를 보여줍니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프레디를 보여주고 있으며 또 한 사람인 랭케스터는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모든 이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으며 최면을 통해 자신의 영혼이 과거를 여행하면 현재의 정신과 육채가 지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시간 구멍 작업'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프레디는 실존인물은 아닌 가상의 인물이지만 또 한명의 등장인물인 랭케스터는 싸이언톨로지라는 신흥종교이자 단체의 대표인 론 허버드에 대한 묘사일 가능성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죠. 실제로도 폴 토마스 앤더슨도 어느 정도 그 부분에 대해 인정을 하였고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특정 종교를 홍보하는 영화일가요? 그건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이비 종교 느낌이 나는 것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휴거 소동이라던가 증산교, 대순진리교 등의 수 많은 정체가 불분명한 신흥종교가 많은 것도 사실이기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는 상당히 이런 종교에 거부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마스터>는 자칫 특정 종교에 대한 홍보영화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것보다는 두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연 믿음과 신뢰는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프레디는 랭케스터에 의지하고 사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자신의 이론에 반대하는 의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몰래 손을 봐서라도 처리하는 다혈질의 인물인데요. 이런 것이 어쩌면 랭케스터와 서로 대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재단의 불법자산 횡령 의혹으로 랭케스터가 경찰에게 붙잡히자 마치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프레디의 모습은 랭케스터를 주인처럼 생각하는 충성심과 존경심이 더해진 부분이라고도 보여지는데요. 하지만 자신의 욱하는 성질을 버리지 못해 구치소에서 그 딱딱한 변기를 깨면서 거의 자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어쩌면 랭케스터의 가족들이 그를 멀리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고 그를 갱생시키려고 방침을 정한 것도 아마 그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됩니다.

 

그런 점에서 프레디 갱생을 위한 장면은 상당히 코믹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위인 클락과 프레디가 서로 마주보며 저주를 퍼부을 때 인내심을 가지고 참을 수 있는가를 시험합니다. 거기에는 전 애인인 도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거냄으로써 분노를 줄일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상황도 보여지게 되지요. 아울러 그의 폐쇄 공포증도 탈출시키기 위해 벽과 창문을 왔다갔다 왕복시키는 훈련도 하게 되고 매리의 눈을 마주보며 절대 눈싸움에 기죽지 않는 모습도 보이는 등의 테스트도 같이 진행하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프레디는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는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어쩌면 오랜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분노를 한번에 이겨내고 치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니깐요. 아무리 지금처럼 힐링이 유행하고 과거에도 혹시 비슷한 방식으로 치유의 다양한 방식들이 사용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프레디는 의외로 스스로의 분노를 다른 방식으로 치유하려고 노력하지요. 도리스에게 다가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알아본다던가 <꼬마유령 캐스퍼> 같은 작품을 보면서 동심에 빠져 스스로를 치료하는 방법 등을 사용한게 바로 그 예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하나의 또라이 혹은 부적응자가 세상속에서 어떻게 적응을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당히 복잡한 내면을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먼저 세상을 떠난 형 리버 피닉스를 잇는 연기자로써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감정을 자제하며 온화한 미소로 마스터를 연기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아울러 얼마전 이야기드렸던 <맨 오프 스틸>을 통해 당당한 커리어 우먼을 보여준 에이미 애덤스는 비중은 작지만 영화에서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말미에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프레디를 맞이한 것도 인상적이죠.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특정 종교의 홍보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과학적으로 여전히 증명하기 힘든 최면과 더불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본인을 치유할 수 있는 열쇠인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솔직히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의 의문이 듭니다. 어저면 누군가를 우리가 의지하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이 외로운 동물이기 때문에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쟁으로 마음에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그 당시에는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 같은 힐링을 찾으며 자신의 억누른 감정을 치료하지는 못했을 것 같기 때문이지요.

어느 뮤지션이 힐링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는데 병주고 약주는 힐링 열풍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푼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신의 경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누군가 같이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자 힐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점에서 <마스터>는 우정과 존경, 믿음과 신뢰를 통해 한 사람이 힐링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