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더 테러 라이브]테러라는 겉포장지로 포장?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따로 있다!

송씨네 2013. 8. 3. 00:00

 

 

 

※등장 인물에 대한 아주 자세한 묘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 바랍니다.

 

우리는 대부분 뉴스를 보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TV가 되었던 라디오가 되었건, 아니면 스마트 폰의 어플이나 DMB로 보건 간에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접하게 되지요.

특히 TV의 경우 채널도 많아졌지요. 공중파에 캐이블에 종편까지... 그들의 취재열기나 보도를 하는 모습은 전쟁 그자체이지요.

여기 한 앵커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굴러들어온 특종도 있지요.

과연 마이크를 잡은 이 사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영화 <더 테러 라이브>(The Terror Live)입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TV 뉴스 앵커직을 하차한 영화(하정우 분)는 '윤영화의 데일리 토픽'이라는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현안에 대해 전화연결을 하던 중 정체불명의 한 남자와 통화를 하게 됩니다.

자신이 한강 마포대교를 폭발시키겠다는 다소 생뚱맞은 협박이지요. 영화는 장난전화로 여기고 그의 통화내용을 무시합니다.

하지만 잠시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다리가 세 동강이 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자신을 마포대교 당시 일했던 노동자라고 소개한 그는 보수공사 도중 희생된 동료를 위해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사과를 원한다는 내용.

엎친데 덮친격으로 세 조각으로 나눠진 다리 가운데 상판이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전 부인이자 같은 기자였던 지수(김소진 분)의 안전도 위태롭기만 합니다. 당연히 그 곳의 사람들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요.

경찰청에서 심리분석과 협상전문으로 활동하는 정민(전혜진 분)은 차분하게 테러범과 대화를 이끌라고 지시하고 영화 만큼이나 시청률과 청취율에 욕심많은 보도국장 대은(이경영 분)은 영화와 위험한 딜을 시작한 상황입니다.

테러범의 요구사항은 단 하나... 대통령의 사과이지만 계속 되는 정부측의 지연방침과 테러범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조건은 영화를 더욱더 당황하게 만듭니다.

더구나 영화의 귀에는 폭탄까지 장착된 상황... 심각한 상황에서 영화는 과연 이 공포의 생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실시간 생방송... 그리고 얼굴만 보이는 라디오로 시작해 보이는 라디오로 TV와 동시 생중계 되는 상황...

다리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며 영화를 비롯한 추가 테러나 폭발 등이 벌어질 수 있는 등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들로 이어져 있습니다.

근데 이 영화 좀 이상하죠? 테러범이 대부분 돈을 요구하거나 헬기나 자동차등의 운송수단을 통해 도주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협박(테러)범은 오직 대통령의 사과만 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의 앞에는 돈을 요구하기 했지만 금방 처리가 되었고 돈으로 협상을 해야하는 부분은 이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제한된 장소에서 영화가 진행됩니다. 주인공 영화는 방송국 밖을 한번도 떠나지 않으며 대신 화면은 CCTV의 상황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상태가 안좋은 화질의(물론 이것도 의도된 화면이지만요.) CCTV로 불안정한 마포대교의 상황을 비추고 있지요.

폐쇄되고 제한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참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 디테일한 상황들인데 그 상황들 역시 마치 우리가 실시간으로 영화가 일하고 있는 방송국의 스튜디오에 와 있는 느낌이 들도록 빠르게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자칫 테러범과의 대치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인질극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렇게만 생각하신다면 이 영화를 잘못 알고 계신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테러라는 상황 속에 무능력하고 사태에는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있어서는 앞에 예를 들어 설명한 <개그콘서트>의 '비상 대책 위원회' 코너를 생각하기 충분합니다. 영화라는 앵커 대신에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으로 대체 되었을 뿐이지 상황은 거의 똑같다는 것입니다. 긴박한 상황인데 엉뚱한 소리를 일삼으며 나라와 국민의 안전보다는 대통령의 안전을 더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죠. 콩트에 등장하는 대통령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며 영화에서는 대통령의 모습은 끝까지 등장하지 않지만 이는 벙커에 숨어서 무능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과도 흡사합니다.

 

영화의 엔딩을 향해가는 장면에서야 비로써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는 장면으로 등장하는데 깨진 TV 액정화면으로 보이는 대통령의 얼굴은 절묘하게도 그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끝까지 자신의 잘못(혹은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하는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통치권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씁쓸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더 테러 라이브>는 정부만이 풍자 대상은 아닙니다. 시청률과 청취율에 목숨거는 방송국들의 모습도 보인다는 것이죠.

영화 자신도 그 욕심을 부리고 있고 보도국장에게 자신이 마감뉴스 앵커 자리를 주는 조건으로 이 특종을 보도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분은 인간의 탐욕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는 타 경쟁사 방송국 앵커가 영화에게 마치 인사청문회를 하듯 그의 비리 혐의에 대해 질문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청률에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런 것들은 자신의 동료나 라이벌이자 경쟁자인 타방송국의 기자나 앵커도 예외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 작품은 이렇게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약간의 의외의 헛점도 보인다는 것인데요. 방송국이 무너지고 기울어진 상태에서 혼자 방송을 진행하려는 대목이 있는데 대부분 전화나 통신시설이 끊긴 상황에서 자체적인 생방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극적인 상황을 위한 부분이지만 사실 거의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죠.

이런 약간의 부분만 보완했더라면 완벽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하정우 씨의 원맨쇼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정도로 영화의 대부분을 그가 혼자 맡아가고 있습니다.

2010년 작품 <베리드>처럼 폐쇄된 공간이지만 어느 정도 그 공간이 그나마 자유롭다는 점에서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윤영화의 조건은 상당히 좋은 편이죠.

더구나 극중 영화는 속이 답답할 때는 물을 마시면서 자신의 초조함과 불안감을 나름 극복하려는 모습도 보였고요.

 

등장인물은 그리 많은 영화는 아닙니다. 보도국장으로 등장한 이경영 씨나 지혜로운 척 하지만 알고보면 정부의 허수아비처럼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에 짜증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정민 역의 전혜진 씨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배우 이선균 씨의 아내이시죠!)  또한 얼마전 부천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 <밀청>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김소진 씨는 큰 역할은 아니지만 이성적으로 사고현장에 취재를 하는 기자로 등장해 역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인물은 협박범의 목소리였지요. 영화 <그 놈 목소리>에서 강동원 씨의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영화의 집중도를 높였던 것처럼 말이죠. 이 영화에서는 얼마전 영화 <명왕성>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이다윗 씨가 협박범으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등의 영화 DB자료에도 배역이름과 그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철저히 영화의 재미를 위해 배역을 감춘것이죠. 일종의 히든카드죠!) 영화 후반에는 결국 얼굴을 드러내고 영화와 결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목소리는 그가 맡지 않았다는게 함정이죠! 연극배우 김대명 씨가 범인의 목소리로 등장합니다. 영화와 무대에서 활동하는 분이지만 김대명 씨에 관한 작품들의 목록이 없네요. (아울러 이 영화에서는 협박범의 비밀이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과 다르게 나아가는 약간의 반전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 목소리를 맡은 사람은 이 영화의 제작사인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의 목소리라고 합니다.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 열차를 타라>(2008)의 이상한 박사님(?)의 목소리도 바로 그 분이죠!  (스포일러 종료합니다!)

 

감독 이름도 우리에게 익숙치 않죠. 김병우 감독의 작품인데 신인치고는 정말 쎈 작품을 가지고 왔구나 싶었지만 이 작품이 사실 첫작품은 아닙니다.

2007년 <리튼>이라는 영화를 통해 저예산 스릴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지요. <더 테러 라이브>는 두번째 장편영화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첫 도전하는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의미도 큽니다. 더구나 이 작품은 2009년 부천영화제 'NAFF 잇 프로젝트'에 <뉴스를 없애라!>라는 제목으로 첫 공개가 되었다는 점에서 더 인상적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죠. 그걸 알았던 피판은 올해 이 작품 <더 테러 라이브>를 폐막작에 선정하여 감독과 영화제측 모두 서로의 은혜(!)를 갚은 격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 영화의 의외의 파격적인 엔딩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인데요.

저는 오히려 이 엔딩이 깔끔했었던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 방송국 건물이 그곳(영화에서 확인하시길!)을 향해 넘어가는 장면에서 방송국의 배경이 괜히 여의도를 지정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는 기존에 대놓고 드러내는 풍자가 아닌 날카로운 발톱을 살짝 숨긴 상태에서 서서히 그 발톱을 드러내고 공격하는 느낌이 느껴졌던 영화였습니다.

소극적이다 못해 무능력한 정부의 모습... 어쩌면 아직도 현재 진행중인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점에서 모든게 끝나고 종료되었다고 할지라도 아직 끝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무고한 시민들은 끊임없이 나올테고 여전히 이 나라는 그것에 책임을 공감하는 모습,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은 보여주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