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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수행의 길... 비구니 스님들의 삶을 통해 엿보다!

송씨네 2013. 8. 5. 16:57

 

 

카톨릭에서는 열심히 믿던 사람이 갑자기 예수나 마리아를 멀리하는 경우를 냉담자로 분류합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도 이런 냉담자에 속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이것만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최소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남에게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말자는 것이죠.

요즘은 뜸해졌지만 봉사활동 제안이 오면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고요.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이 있는데 그 종교가 무엇이 되건 간에 그 종교를 인정하고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믿는 것은 다를지 몰라도 이념과 사상은 동일할테니깐요. 그런점에서 저는 불교나  개신교 분들의 종교도 존중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다큐는 그런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다큐 <길위에서>(Bhikkuni - Buddhist Nuns / on the Road)입니다.

 

 

 

"이곳은 참선 정진하는 수행도량 이오니 외부인 출입을 금합니다"

살벌한 경고문이 문앞에 걸려 있는 이 곳은 백흥암이라고 불리우는 곳입니다.

이곳의 대부분은 여승인 비구니 분들만 거처하시는 곳이고 이 곳은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 당연이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며 당연히 촬영은 힘든 곳이죠.

무모한 도전이었고 제작진은 이 곳 관계자들에게 여러번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끈질긴 노력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게 됩니다. 이 다큐는 바로 이 곳의 비구니 스님들의 이야기입니다.

 

첫번째로 보이는 비구니 스님은 이제 정식스님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상욱 행자의 모습입니다.

그녀는 나간다는 편지만 남기고 이 곳에 왔습니다. 분리수거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그냥 평범한 모습의 일과 속에서 그녀의 일상도 묻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그녀에 대한 사연은 기구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엄친녀로 불리우는 그녀는 미국 명문대를 졸업했고 마음만 먹는다면 대학교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젠(Zen)센터를 우연치 않게 방문하고 그녀의 삶은 180도로 변하게 됩니다. 그녀의 선택은 단호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상황은 너무 다르기에 고된 일이 계속 될 것이라는 선배 비구니 스님과의 1:1 심층면접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꿋꿋히 드러냅니다.

 

 선우 스님의 경우는 상욱 행자와는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어렸을 적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일찍 부모님을 떠나보내야 했던 그녀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절에 오르게 됩니다. 동진출가라 부르죠.

원치 않았던 삶이지만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착실하게 비구니로써의 일을 수행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외출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선배 비구니 스님들을 모시고 떠나는 만행길이지요. 쉽게 말하면 성지순례와 같은 것이죠.

지리산 천왕봉을 지나 시장을 거닐고 발바닥이 아프고 급체로 몸도 성하지 않지만 그들의 여행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는 조금 후에 한 젊은 여인을 비춥니다. 아름다운 긴머리를 가진 여인은 그냥 천진난만하게 미소만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자신의 머리카락이 하나 하나 잘려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입니다.

민재 행자는 그렇게 비구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삭발을 마치고 절을 하기 시작합니다.

해우소로, 그리고 법당을 지키는 개와 장독대 등등으로 절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도 모든 일에 열심히 입니다. 하지만 엉둥한 구석도 많습니다.

출가를 결심한 것도 인터넷을 통해 카톨릭, 개신교, 불교 등을 모두 다 살펴본 뒤 결정했다고 이야기하는 대목도 그렇고 스님들도 주 5일제가 필요하다는 엉둥하지만 다소 당돌한 발언도 하기도 하지요. 참으로 유쾌한 행자님입니다.

 

<길 위에서>는 이 다큐의 등장인물 중 최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영운스님을 포함하여 네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살가는 이야기를 다룬 다큐입니다.

다소 어두운 화면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무겁게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무거운 영화는 아닙니다.

그들도 사람이고 비록 백흥암 같은 곳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사는 공간이라는 점을 이 작품은 말해주고 싶지 않았나 싶어요.

김장을 하고, 고추를 따고 시원 아이스크림으로 간식을 먹고, 겨울에 눈이 쌓이면 눈을 쓸고, 연말이 가기전에 흥겨운 윷놀이 한판을 벌이기도 하니 이곳도 하나의 사람사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비구니들의 삶이 이렇게만 유쾌하다면 이 영화는 그저 가벼운 영화로 포장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진정한 스님, 비구니가 되기 위해 사미(어린 중을 일겉는 말)/사미니계(나이 어린 남녀 중인 사미와 사미니가 지켜야 할 열 가지의 계율) 훈련을 받는 장면에서는 살벌함도 느껴집니다. 조계종의 수계교육은 마치 극기 훈련이나 훈련소를 느끼게 만들정도의 엄격함이 있고 벌점 15점을 맞으면 퇴소해야 하는 상황도 보여주지요.

수많은 시험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고 피곤함에 지친 일부 예비 스님들은 그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기도 합니다.

 

무문관(無門關)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방과 같은 시설에 이들은 하루 한끼의 제한된 식사를 해야하며 나홀로 수행아닌 수행을 3년 정도 해야합니다.

아파도 아프다 말할 수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일반인도 견디기 힘든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런 곳에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분도 계신 반면 우려 6년을 버티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죠.

다큐는 단순하게 그들의 삶이 그냥 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다큐의 감독이 누군지를 아신다면 공감이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당의 삶을 이야기했던 <사이에서>의 이창재 감독의 두번쩨 디쿠 직픔이자 두번째 관찰 다큐인 것이죠.

최근 TV에서 관찰 예능이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은 상태에서 아마 이창재 감독이 그것의 원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나레이션을 최소화하고 제작진의 개입역시 최대한 줄임으로싸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화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죠.

 

2006년 작품인 <사이에서>가 원치 않는 무당의 운명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 <길위에서>도 그와 유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우 스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비구니와 행자들의 모습은 오히려 출가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맡긴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우 스님이 가족이 그립고 사람이 그리웠음을 이야기하는 대목과 달리 일반 행자에서 스님이 된 상욱 스님의 경우는 스님이 되기 위한 훈련과정에서도, 그리고 스님이 된 후 계속 찾아오는 부모님 때문에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모자이크처러 되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로 추측되는 분이 담담히 그녀의 출가를 인정해주는 반면 어머니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이 눈물 흘리며 그녀를 만나려고 절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은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운명이었고 부처님의 뜻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함부로 그들의 결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이 작품은 의외로 다양성영화 중에서는 계속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인데 2006년 <사이에서>에서 보여주었던 상황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특히 불교계 인사라던가 불교를 종교로 가지신 분들의 관람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상업영화였다면 비매너의 관객들이 많았고 나이드신 분들의 경우 이런 모습들이 많았는데 이 영화를 보러 오신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모습의 경우 이런 모습이 없는 것을 봐서는 아마도 불교를 종교로 가지신 분들의 관객층이 끊임없이 늘고 있다는 증거로도 생각됩니다. (<길위에서>에 대한 뒷이야기는 이 영화를 배급한 백두대간의 자회사이자 극장인 아트하우스 모모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모모의 영화보는 다락방' 호외편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는데 의외로 촬영의 어려움도 많았고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많은지라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청취해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다큐를 보고 방송을 들으셔야 이해가 빠릅니다.) 

 

 

 

 

 

이창재 감독은 백홍암 촬영 허락을 받은 후 두가지 질문 정도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갈 것이며 출가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친 후에도 이 동일한 질문을 다시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마 저라도 그 답변에 쉽게 답변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스님이나 비구니, 그리고 신부님이나 수녀님을 존경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힘든 결정 속에 스스로 외로운 길을 걷기로 결심을 했다는 것입니다.

참선을 쉽게 말하고 수행을 쉽게 말합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쉬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심지어는 비하하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의외로 이 다큐를 보고 출가를 결심한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못견뎌서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리라 봅니다.

의지가 없다면 참선과 수행을 쉽게 할 수 없겠지요.

 

<길 위해서>를 보고나서도 쉽게 대답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작품을 보고 많은 생각들을 하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