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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짧지만 긴 여운... 사랑은 언제나 비온뒤 맑음!

송씨네 2013. 8. 5. 22:34

 

사랑... 참으로 오글오글 거리는 녀석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운명적인 사랑을 꿈꿉니다. 그러나 현실과 운명은 커녕 찬바람에 물벼락이죠.

여기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비가 와야 만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초속 5센치미터>(2007)의 감성 애니로 사랑받았던 신카이 마코토의 짧은 애니가 국내에 개봉합니다.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The Garden of Words)입니다.

 

 

 

 

 

비가오는 날... 고등학생인 다카오(이리노 미유 분/목소리)는 전철에서 갈아타지 않고 중간에 내려 길을 걷습니다.

학교를 가야될 시간이지만 그에게는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늘 가던 공원에 가게 되고 그림을 그리며 스케치를 하고 나서는 1교시 이후 학교로 들어오게 되지요.

다른 날처럼 마찬가지로 공원으로 가는 길... 그런데 한 여성이 앉아 있습니다.

그녀는 뭔가를 먹고 있는데 맥주에 초콜릿... 정말 말도 안되는 조합의 간식이죠.

이름도 몰랐던 그녀와의 첫대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꿈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다카오는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얼떨결에 그녀의 발치수를 알아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지요.

몇 달 후 다카오는 그녀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같은 학교 문학교사인 유키노(하나자와 카나 분/목소리)이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잠시 학교를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속이려는 마음은 없었는데 유키노는 다카오에게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죠.

몇 달이 흘렀고 긴 장마가 끝나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만날 수 있는 구실이 없었고요.

정말 이들의 인연은 이대로 끝이 나는 것일까요?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그러면 널 붙잡을 수 있을텐데.

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며 설령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당신이 붙잡아 주신다면 난 머무를 겁니다.

-만엽집(일본의 짧은 시들을 모아놓은 책) 中에서-

 

일본 영화계에서 감성적인 영상으로 사랑을 받는 감독이라면 두말할 필요없이 이와이 순지를 떠오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이런 감성적인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감독에는 누가 있을까요?

아마 호소다 마모루와 바로 이 사람 신카이 마코토가 떠오르실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미야자키 하야오를 빼놓으면 섭섭하겠지요. 하지만 그 노선에 있어서도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브리의 없어서는 안될 신과 같은 존재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우는 서정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호소다 마모루나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에는 아기자기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는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대교체에 있어서도 불가피한 변화일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미야자키 하야오를 대신할 만한 젊은 피들 중의 대표인물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 <언어의 정원>에서 신카이 마코토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우리는 이미 그의 전작인 <초속 5센치미터>와 <별을 쫓는 아이>에서 그의 스타일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초속 5센치미터>가 사랑을 받았던 것에 비해 <별을 쫓는 아이>에는 그만한 반응을 얻지 못했지요.

아무래도 신화를 소재로한 이야기가 관객들에게는 맞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에만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죠. 더구나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 중에는 단편과 장편 통틀어 이렇게 거하게 어드밴처인 작품도 없었으니 약간 어색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의 특징을 보자면 앞에 이야기한 <별을 쫓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이 분량이 짧습니다.

<초속 5센치미터>라던가 그의 데뷔작인 5분짜리 단편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0)도 짧죠. 우리나라에서는 미개봉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가 깁니다만 역시 <별을 쫓는 아이>보다는 짧은 편이죠. 그의 작품들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짧을 수록 영상미가 강한 반면 스토리가 긴 장편으로 넘어갈 경우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이죠.

앞에 이야기한 단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경우도 수컷 고양이 시점에서 바라본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인데 대사라던가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의 작품은 짧으면 짧을 수록 좋다는 생각마져도 듭니다.

그런점에서 <언어의 정원>은 짧지만 여운이 길게 느껴지는 그만의 스타일이 잘 담겨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앞에 얘기했던대로 입니다.

공부보다는 구두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과 학교에서 안좋은 소문으로 인해 학교를 쉬고 있는 여교사의 이야기인 것이죠.

결정적으로 그녀는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각까지 잃은 상태입니다. 그녀가 초콜릿과 맥주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간식을 먹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집니다만 다카오를 만나면서부터는 미각을 되찾으려고 안되는 요리를 만들고 그에게 대접하며 스스로 치유하려는 모습은 사랑이 바꾸어낸 기적이 아닐까도 생각이 되었습니다.

 

 

 

 

음... 그렇다면? 네, 맞습니다. 사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금기시 되고 있는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이 이 이야기의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야한 영화가 아닙니다. 신카이 마코토가 그런 스토리의 이야기를 만들것 같지도 않고요.

하지만 사랑의 여운은 크게 작용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스승과 제자라서, 나이 차이가 커서, 그리고 좋지 않은 소문들로 인해 다카오가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아서 그에게 다가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죠.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유키노를 언급해서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해 그녀가 거부반응을 보인 것도 그런 것일 수도 있죠. 선생님을 지켜주고 싶었던 다카오가 좋지않은 소문의 근원지였던 3학년 선배를 찾아가 사과하라고 말하는 부분은 존경심 이상의 그 사랑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는 부분이죠. 심하게 두들겨 맞고도 그녀에게는 그냥 넘어졌다고 거짓말하는 것은 그녀를 좋아했기에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작품은 짧은 중편에 해당하는 만큼 실사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영상들이 총동원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이라던가 온기가 느껴지는 커피잔의 모습 등의 장면은 이 작품이 얼마나 디테일이 살아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인데도 실제 사진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깐요.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아주 짧은 작품임에도 매진을 기록하여 작품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는데오. 국내 개봉에 있어서도 단편영화로 취급하지 않고 일반 장편영화처럼 많은 장소에서 상영을 할 예정이라 그 기대감도 큽니다. 다만 너무 짧은데 비해 장편에 해당되는 영화요금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약간 일부의 반발도 무시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주제가가 그 모든 것을 설명하는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뮤지션인 하타토모 히로(Hata Motohiro)가 부른 주제가 'Rain'입니다.

 

 

 

 

 

 

<언어의 정원>은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담겨진 애니메이션입니다.

비록 작품은 열린 결말로 끝을 맺지만 끝났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뜨는 순간 당신은 많은 이야기를 놓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실제로 엔딩크레딧 후에 쿠키영상에 해당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거 안보시고 그냥 가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쩌면 진짜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으니깐요.

 

PS.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 이후에는 실제 장소에 대한 뒷이야기가 자막으로 등장하는데 도쿄 신주쿠 공원으로 실제 존재하는 공원이라고 하는 군요.

하지만 일본 역시 경범죄나 이런 자그마한 법에는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공원에서는 음주행위는 불법이라고 하네요. 깨알같은 경고문에 관객들도 웃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