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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파이어]껌 좀 씹던 언니들의 모험담! 청춘은 그들에게 비상구일까?

송씨네 2013. 8. 15. 19:25

 

 

 

어딜가나 우리들의 학창시절에는 모범생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양아치라 불리우는 노는 형, 노는 언니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의 주된 일이 남에게 시비를 걸고 돈을 빼앗은 뒤 유흥비로 탕진하는게 전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노는 형과 언니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아마 이 궁금증을 해결해 주려고 이 영화가 개봉을 하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영화 <폭스파이어>(Foxfire: Confessions of a Girl Gang)입니다.

 

 

 

이야기는 한 여인의 목소리로 시작됩니다. 폭스파이어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죠.

총무이자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서기였던 매디(케이티 코시니 분)은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왕따였으며 그것도 모자라 학교 선생님에게 희롱을 당했던 리타(마들렌 비손 분)은 또래 여자 아이들에게 알렸고 그들은 처절한 복수로 성희롱을 했던 선생님의 코를 납짝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리타가 이들의 모인 폭스파이어에 들어오면서 그들만의 모임은 점차 커지고 있었습니다.

의리는 물론이요, 배신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규칙입니다. 배신은 곧 죽음 뿐입니다.

매디의 큰아버지의 공격을 막아준 것도 바로 이들... 이 때 구해온 타자기로 이들의 일대기가 하나씩 기록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직은 점점 커지게 되며 맴버는 여섯으로 늘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불량스러운 남자학생들과 시비를 붙던 중에 겨우겨우 도망친 아이들은 호기심에 차를 훔치게 되었고 운전도중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팀의 리더이자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살아야만 했던 렉스(레이븐 애덤슨 분)에게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죠.

법정까지 올라가게 된 여섯 아이들은 각자 판결이 결정나고 렉스는 교도소에 수감되게 됩니다.

몇 개월이 흐르고 렉스는 돌아왔고 폭스파이어는 더욱더 다양한 일들을 모색합니다. 차를 구입하고 그들의 아지트도 마련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생활비 지출로 적자에 가까운 삶을 살게되고 이들은 극단적인 선택들을 하게 됩니다.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폭스파이어는 여러번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교도소에서 만난 또래의 후견인인 매리앤을 만나게 되고 자신들의 인생역전의 기회로 이들 집안을 공격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폭스파이어의 미모 담당인 바이올렛(레이첼 니휴스 분)과 같이 말이죠.

그러나 점점 일은 꼬여버리고 도무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소녀... 아니 이 여성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야기했던대로 입니다. <폭스파이어>는 여섯아이들(물론 그 규모는 점점 커지지만)을 비롯한 폭스파이어라는 조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성을 성노리개나 우습게 보는 남자들을 주적으로 삼으며 통쾌한 복수를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아울러 가진자들에 대한 울분과 철장에 갇힌 동물들의 살아갈 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정도로 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거침없이 내뱉습니다.

그야말로 고삐풀린 망아지들처럼 자신들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결국 앞의 차량사고를 통해 이들 아이들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전환점이라는 것이 보통 좋은 길로 바뀌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들은 좀 다른 선택을 하게되는 것이지요.

더더욱 극단적인 삶... 자신들을 우습게 보던 남성들을 유혹해서 돈을 뜯는 것이지요.

물론 그들은 돈많은 갑부들만 공격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었고 그것으로 자기합리화를 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조직에도 조금씩 문제가 생기게 되지요. 폭우로 인해 위험해진 아지트의 모습은 겨우 이들에게는 큰 시련중의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신입을 받고 나름의 운영비를 거두었음에도 적자에 시달리게 되고 일하는자와 일하지 않는자에 대한 차별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맴버들끼리도 다른 이들을 비난도 서슴없이 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 타켓이었던 매디는 더욱더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지요. 심지어 작전에 실패해 자칫 상대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까지도 겪게 되었으니 말이죠,

또한  인종차별의 문제점도 등장합니다. 렉스는 같은 교도소 출신이었던 매리골드라는 흑인을 새맴버로 영입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맴버들이 비밀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게 됩니다. 렉스는 실망하고 매리골드에게 미안해 합니다. 

조직의 덩치만 커지고 몸매와 얼굴만 성숙했을 뿐 이들은 여전히 어쩔 수 없는 철없는 소녀들이었던 것이죠.

 

자신의 후견인이었고 여러 호의를 배풀었던 매리앤의 가정을 박살내는 상황은 그야말로 은혜를 원수로 갚는 상황이지만 부자들의 호의호식과 더불어 복지정책을 비난하고 노동자, 진보층의 인사를 빨갱이라고 비아냥거린 매리앤의 아버지인 켈로그의 말을 들은 렉스는 더욱더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켈로그를 납치만 하고 돈만 받을 생각이라고 말을 합니다. 해칠 뜻은 없었고요.

하지만 그들의 삶이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결국 의도하지 않게 벌어진 이들은 이들을 파멸과 파국의 길로 안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어요.

 

어쩌면 폭스파이어라는 조직에서 떠난 매디와 남자를 지속적으로 사귄 것이 걸려 강제 퇴출당한 리타가 몇 년후 고향에서 재회하는 것은 눈치채신 분은 아셨겠지만 이미 끝나버린 폭스파이어라는 조직에 대한 하나의 추억을 열거하는 부분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때는 그랬고 우리는 그냥 철이 없는 아이였어...'라는 식의 이야기 말입니다. 매디는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 그대로 천문학자가 되었고 리타는 평범한 가정을 꾸린 아줌마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쯤에서 생각나는 영화가 있죠. 바로 우리나라 영화 <써니>(2011)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폭스파이어>와 <써니>는 닮은 구석이 거의 없는 영화라는 것이죠. 물론 추억을 회상하거나 불량 서클이 규모가 커지고 와해되는 계기를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는 유사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써니>의 칠공주들은 그 때를 회상하며 '그 때가 좋았지'만 생각하지만 <폭스파이어>는 이제는 소식도 끊겨버린 상황에서 팀에서 탈퇴, 퇴출된 맴버들이 그 때를 화싱하며 우리는 왜 그시절 왜 그래야만 했는가를 되묻고 있는점이 다른 점이라고 보여집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영화 <클레스>의 로강 강테 감독의 작품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신경전을 이야기했던 영화였고 신선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았던 감독이자 영화였기에 그의 신작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는 군요. 실제 이 영화 <폭스파이어>는 14회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큰 관심을 보였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창작작품은 아닙니다. 리메이크이며 원작 소설도 있습니다. 미국의 소설가인 조이스 캐럴 오츠의 원작을 가지고 만든 영화이며 이미 1996년 미국에서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작품도 러닝타임이 길었는데요. 로강 강테는 여기서 조금 더 뒤로 후퇴하여 1950년대 미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판 <폭스파이어>에서 렉스를 연기한 안젤리나 졸리와 2012년판의 렉스를 연기한 레이븐 에덤스의 연기와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아마 큰 재미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곡 어때요?

이 영화는 많은 음악들이 등장합니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이라면 아마 이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 카드사의 CF로 등장하는 이 곡은 Doris Day(도리스 데이)의 'Whatever will be, will be'(Que Sera Sera)입니다. 이 분 아직도 여든 아홉으로 아직도 생존해 계시는 분인데요. 'Que Sera Sera'로 알려진 이 곡은 우리말로 하면 '될대로 되라'라는 뜻입니다만 이것은 그냥 단순한 뜻이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폭스파이어 맴버들이 새 아지트를 향해가는 장면에서 버스안에서 흥얼거리며 합창하던 노래였지요. 유튜브에 올라온 버전은 아마도 도리스 데이가 출연한 1956년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의 장면들을 편집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죠.

 

 

 

 

 

우리에게 추억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불량스럽고 거칠었지만 그곳에 희망이 있었다면 그들의 청춘도 나름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195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폭스파이어>에서의 모습은 희망도 없고 꿈도 없는 그저 반항아들만 모아놓은 집단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사람에서 과연 희망을 느꼈을까요?

 

영화에 등장하는 노 신부는 이들에게 맨토의 역할이었지만 그 맨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 아마도 이들은 그가 말하는 올바른 혁명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죠. 같이 나누는 혁명이 그들의 오래전 순수했던 모습들이라면 돈이 없어 궁핍했던 이들이 남자들과 부유층에게 했던 행위는 혁명이라기 보다는 혁명으로 포장한 범죄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행복은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행복에 대한 정의 역시 그들이 행하는 모습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이들은 희망을 찾는데는 실패한 것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소년 소녀들에게도 아마 '희망을 찾았는가? 행복을 찾았는가? 당신이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이 올바른 혁명인가?'라는 이 질문은 똑같이 주어져도 쉽게 답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ps. 1996년 버전의 <폭스파이어>도 보시면 좋다고 이야기드렸는데요.

내용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친절하게 풀어놓은 것은 이번에 만들어진 로랑 캉테의 작품을 더 강추드리고 싶습니다.

1996년 만들어진 버전과의 차이는 우선 골디의 캐릭터가 1996년 캐릭터는 동양인이라는 것에서 거대한 덩치를 지닌 여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며, 폭스파이어의 아지트도 오리지널 버전의 영화에서는 빨리 등장하는 편이죠. 또한 매디가 기록을 하는 것도 사진기에서 타자기로 바뀌었다는 것...

심지어는 납치 당하는 이도 다릅니다. 그 동기 역시 다르고요.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1950년대의 미국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이 방식이 더 탁월했다고 보여집니다.

기회 되시면 두 버전을 같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