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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싶은 것]아직도 끝나지 않은 슬픔... 그림책으로 되살아난 그들의 이야기!

송씨네 2013. 9. 1. 16:48

 

 

얼마전 8월 15일은 68주년 광복절이 되는 해였습니다.

나라 잃은 설움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완전한 행복인가를 묻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본 일부 우익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가 그것이지요.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 영웅으로 우대받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아직도 일본에는 있는 것이지요.

여기 한 작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도 있고요.

과연 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다큐 <그리고 싶은 것>(The Big Picture)입니다.

 

 

 

2007년... 한중일 그림책 작가들이 모여 평화에 관한 책을 만들기로 합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온 가운데 한국에서는 정신대 문제를 다루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결심에는 권윤덕 작가의 힘이 컸습니다.

권 작가가 만난 사람은 심달연 할머니로 1927년 생이며 경북 칠곡에서 태어난 그녀는 열 세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습니다.

그녀의 언니와 함께 알 수 없는 어딘가로 끌려간 그녀는 일본군의 성노리개로 이용이 되었지요.

그녀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내놓겠다고 했을 때 일본 측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이 섞인 상황입니다.

일본의 우익들이 좋아하지 않을 상황이며 일본 측의 출판사쪽에서도 여론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기에 권윤덕 작가의 그림을 그대로 실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모니터가 실시되었고 많은 수정을 거듭하게 됩니다.

그림 속의 꽃잎의 크기, 그리고 욱일기나 일본 천황의 모습을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두고도 일본 출판사 뿐만 아니라 국내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출판사 관게자들과 길고 긴 마라톤 회의를 해야하는 상황이니깐요.

과연 권윤덕 작가의 생각대로 책은 출간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림책은 출간되었습니다. 위에 보시는 스틸컷 속의 한 소녀가 들고 있는 책이 바로 그 책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이 출간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권효 감독의 <그리고 싶은 것>의 주된 줄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일본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의 여성의 숫자는 20만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부분 전쟁터에서 버려져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거나 그 곳에 미아 아닌 미아가 되기 일쑤였고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많은 고통과 후유증을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으며 매주 수요일 열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열리는 일본대사관 앞의 문도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그 앞을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소녀상'만이 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지요.

 

권윤덕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으로 그림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 작품 <그리고 싶은 것>이 들려주고 싶은 것은 왜 일본은 여전히 사과하지 않는가에 대한 생각과 일본인들은 이 한국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다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림책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제작과정이 있는 출판방식입니다. 아이들도 봐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이야기면에 있어서도 자극적이지 않게 구성을 해야한다는 문제점이 발생되는 것이지요.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안이정선 대표는 권윤덕 작가에게 자칫 초중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기도 하였을 정도니깐요. 아직 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가 자칫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천황의 얼굴을 빼고 일본을 나타내는 국화 문양도 빼보며 어려가지 절충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일본 출판사와 한국 출판사, 그리고 권 작가가 모여서 마라톤에 가까운 회의를 하는 장면인데 그 설전을 보는 장면이 흥미롭다는 것입니다. 국내 출판을 담당하는 사게절 출판사와 일본에서 출판을 담당하기로 한 일본 동심사 출판사 담당자간의 대화에서는 쉽게 절충안이 나오기 힘들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지요.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어쩌면 다큐의 인터뷰 내용처럼 권 작가에게는 '세월이 약'이 되었는지도 모르는 순간이었습니다.

 

 

화면은 이어서 2010년 62주년 국군의 날 행사의 카퍼레이드 등의 행사를 보여주면서 우리나라의 국력이 강해졌음을 보여주지만 국력만 강해졌을 뿐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보상이라던가 일본에게 사과를 촉구하려는 의지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와중에 국내 출판사와 작가진들과의 만남이 한번 더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욱일(승천)기도 포기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됩니다.

 

2010년 ... 12권의 가제본(임시로 만들어진 책)을 만들었을 정도로 고치고 또 고치고를 반복한 그녀는 그 해 2월 책을 들고 일본으로 향하게 됩니다.

정말로 그들에게 보여줄 시간이 된 것이죠. 우선 권 작가는 일본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갑니다.

그림책을 보여주고 낭독을 한 후 아이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원치않은 부름을 받고 추행을 당했다는 것이 그들 눈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중고등학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 자신의 나라인 일본에서 이런 악행을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성공적인 모니터를 마쳤지만 일본 출판사는 여전히 우익세력이나 여론에 대한 부분 때문에 출판을 허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한국에서 먼저 그림책이 출간되었고 심달연 할머니는 오랜만에 외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념사진... 사람들이 울고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 교차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2010년 12월 추운 겨울 그녀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수목장으로 한 줌의 재가 되어 한 그루의 나무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1년 후 동심사의 사카이 코코 회장이 직접 한국에 찾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해 당시의 상황을 전해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측은 출간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동심사 회장은 진심으로 이번 출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몇 년이 걸리던 간에 심달연 할머니에 대한 그림책을 출간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알려오기도 했습니다.

 

다큐 <그리고 싶은 것>은 이렇게 우여곡절의 상황을 들려주는 것은 물론 실제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꽃 할머니'의 장면과 내용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림책 낭독은 배우 김여진 씨가 참여하였으며 담담하게 그림책을 낭독하였습니다.

 

 

 

 

 

 

작년에 저 역시도 우연치 않게 수요집회를 다녀와본 적이 있습니다.

미디어 몽구로 알려진 김정환 씨가 이야기 했던 그 곳이었지요.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나눔의 집 봉사활동은 물론 그들이 이동할 수 있게 승합차 지원 모금활동도 했던 장본인입니다.

유난히 젊은 학생들이 많았고 노란 나비의 행렬도 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소년과 소녀들이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보인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대사관의 창문과 대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소녀상은 여전히 일본대사관을 바라보고 앉아 있습니다.

명절에는 소녀상에 한복이 입혀지고 추운 겨울에는 목도리와 옷들이 걸쳐져 있습니다.

소녀상이 외롭지 않았던 것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위안부 생존자는 58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계시고요.

그들에게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더더욱 이 분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가 생각도 듭니다.

이 분들이 모두 돌아가셔야 일본은 사과할까요? 아니면 이 분들이 모두 돌아가실 대까지 이 악행이 덮어지는 것을 바라는 것일까요? 나치 전범들이 많았던 독일처럼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일부 우익들의 반성이나 사과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PS. 이 영화는 인천의 한 다양성 상영관에서 봤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단체관람을 왔더군요.

인솔교사로 보이는 분이 계셨는데 아마도 관람 후 그림책 '꽃 할머니'를 읽어보고 토론도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이 책의 실물도 보게 되었습니다.

멋지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과연 이 작품을 본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