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잡스]사과실업 대표 스티브 잡스... 그는 고집쟁이인가, 혁명가인가?

송씨네 2013. 9. 3. 00:52

 

 

단도직입으로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애플빠인가요?

저요? 저는 애플 제품이 딱 하나 있습니다. 자세공과금을 내고 여럽게 얻은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애플 제품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며 싫은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휴대폰은 현재 안드로이드폰 운영체제를 쓰고 있으니깐요.

어쩌면 당신이 애플 매장인 프리스비나 윌리스 같은 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면 전형적인 애플빠일 가능성이 높지요.

오늘 얘기할 내용은 바로 이 애플의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알고 있던 스티브 잡스는 과연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영화 잡스(Jobs)입니다.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한 남자가 단상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냅니다.

이야기는 이 남자의 과거로 흘러갑니다.

1974년... 리드 대학교에 괴짜로 보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잡스(애쉬든 커쳐 분)...

머리와 수염도 덮수룩한 그는 교수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신경은 쓰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학위 따위는 시간낭비라면서 수업도 잘 듣는 것 같지 않아보이고요.

하늘을 바라보며 공상에 떨던 그는 언제서부터인가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인도에 가서 참선하고 명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1976년 한 게임업체에 입사했지만 생각만큼 열정은 나오지 않습니다.

친구 워즈니악(조시 게드 분)이 도와줘서 그냥 뚝딱 일을 해치우는데 좋게 보면 독똑한 것이고 나쁘게보면 남의 공로를 내것처럼 만드는 행위죠.

그러던 어느 날 워즈니악이 집에서 자신만의 가정용 컴퓨터를 TV에 연결해 만드는 것을 보고 이것을 직접 홍보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유독 컴퓨터 판매상인 마이크(더모트 멀로니 분)의 눈에 띄고 결국 그들이 개발한 컴퓨터를 판매하기로 합니다. 바로 이것이 그들만의 일구어낸 회사... 가내수공업으로 일구어낸 애플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준 것은 1977년 센프란시스코의 박람회였고 애플표 퍼스널 컴퓨터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됩니다.

애플은 더욱 더 커졌고 사옥도 짓게 됩니다. 하지만 폰트가 이뻐야 한다는 경영철학에 당황한 일부 직원들을 해고시킴은 물론 잡스의 자동차 차고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창업맴버인 다니엘(루카스 하스 분)의 지분을 빼는 것은 물론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도 않습니다.

산너머 산으로 잡스의 여자친구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친자확인 소송으로 올라온 변호사에게 자신의 자식이 아님을 부정하기까지 합니다.

애플사는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그야말로 진짜 펩시에서 홍보의 달인으로 손꼽히던 리얼 '펩시맨' 존 스컬리(매튜 모딘 분)을 CEO로 임명합니다.

거기에 자신이 만든 회사를 자신이 나가야 하는 상황에 접하며 잡스의 위기는 더욱 커져만 갑니다.

 

 

스티브 잡스(1955~2011)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춘 <잡스>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자서전이 출간되고 나서 첫번째 전기영화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많은 이들이 기대를 하게 되었고 과연 잡스의 역할을 누가하게 될까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점에서 애쉬든 커쳐를 기용한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라고 봅니다.

스틸컷 등이 공개되면서 의외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것을 보고 영화에 대한 기대도 컸었지요. 그런데 대부분 영화를 보신 분들의 반응은 신통치가 않습니다. 잡스의 일대기를 너무 평이하게, 평범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 문제점이었다고 보는데요.

사실 빈 라덴이 죽었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들이 성급하게 발표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들었던 것처럼 잡스의 일대기를 전기영화로 만들겠다는 소식은 기대반, 우려반이 들었던 것도 틀린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이야기드렸듯이 <잡스>는 바로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등장하는 첫 그의 전기영화라는 점이며 앞으로도 영화화를 준비중인 경우가 여러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첫술애 배부를 수는 없다고 보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점에서 첫번째 잡스의 전기영화에 대한 제 생각은 처음치고는 괜찮았다라는 것입니다.

전기영화(혹은 위인전)에서 보여지는 어디서 출생하고, 어디서 뭘 했다는 등의 일들을 모두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잡스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앞에 먼저 보여주고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옮은 나열 방식이었다고 봅니다.

히피족처럼 살아갔고, 불교와 우주를 비롯한 자연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은 어쩌면 그 당시 문화에 잡스 역시 예외없이 그 사회에 녹아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런 삶이 잠니나마 힘들었지만 그를 게임회사에 묶어놓게 만든게 아닌가도 생각이 됩니다. 혁신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고요.

 

저는 <잡스>에서 놀랐던 것이 자신이 밝히기 싫어하는 치부를 영화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승승장구하던 애플사가 한순간에 끝없이 추락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살아있었더라면 편집을 요구했을지도 모르는 그의 사생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잡스를 혁신을 이루어낸 혁명가로 생각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집쟁이에 자신밖에 모르는 개인주의의 모습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근래에 우리가 봤던 전기영화에서 보여지는 장점 나열하기와는 분명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물론 이런  모습이 처음은 아니지요. 현재도 생존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담은 <소셜 네트워크>(2010)은 어느 정도 과장이 없진 않지만 사실적으로 그의 사생활과 찝찝한 법정투쟁의 과정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잡스나 주커버그, 그리고 또 다른 IT 천재로 인정받고 있는 MS의 빌 게이츠 등의 모습을 통해 그들도 완벽한 천재는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잡스>는 한편으로 볼 때는 회사가 중요하냐, 아니면 동료(친구)가 더 중요한가에 대한 의문도 더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젊은 시절 잡스의 차고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의 대부분이 그를 떠났으며 그나마 가장 최후까지 남았던 워즈니악까지 떠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합니다. 잡스는 애플사에서 쫓겨난 후 NeXT라는 또다른 컴퓨터 회사를 차리지만 그 역시 쉽지만은 않았죠.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많이 점프되었습니다.)

그가 고문직으로 복귀하고 창의적인 개발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쯤 디자이너 조니(자일스 매티 분)를 비롯한 인재들과 결합하면서 많은 대박 아이템을 성공시키게 됩니다. (이 부분 역시 생략되었죠.) 그리고 CEO로써의 복귀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고요.

 

어쩌면 가장 중요했을 부분은 이후의 대박 아이템들을 선보이면서의 과정인데 많이 생략이 되었으며 그가 죽기 직전의 순간 또한 과감하게 영화에서 제외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혁신에 대해 자주 논했던 만큼 영화에서도 뻔하게 그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그는 몇 년도에 사망했고 이후 애플사의 주식이 얼마가 올랐는가의 따위를 보여주는 자막은 보여주지 않는게 더 현명했다고 봅니다. 대신 영화는 잡스와 동고동락했던 실존 인물과 영화속 인물들을 같이 보여주면서 끝을 맺게 됩니다.

 

 

 

이 음악 어때요?

이 영화에서 음악들이 의외로 많이 등장하는데 잡스가 생전에 밥 딜런을 좋아했다는 점을 영화에서도 대사로 표현하지만 실제 밥 딜런의 노래는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닙니다. 'Boots Of Spanish Leather'라는 노래 정도...

우리에게는 번안 곡이자 '해 뜨는 집'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House Of The Rising Sun'이라는 노래를 들어 볼 수도 있는게 바로 이 영화이지요. 제가 골라본 음악은 켓 스티븐스(Cat Stevens)의 'Peace Train'라는 곡을 소개할까 합니다. 영화에서 그나마 가장 파이팅이 넘치는 곡이라고 해야할까요?

 

 

 

 

 

 

 

 

 

저는 이 영화에 사람들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두꺼운 잡스의 자서전을 빨리 읽는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본다면 된다고 생각됩니다.

앞에도 여러번 이야기 드렸듯이 그의 전기 영화는 또 다른 작품이 준비중이며 거기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 잡스의 전기 영화는 소니픽쳐스가 제작을 준비중인 작품이며 <소셜 네트워크>의 각색을 맡았던 아론 소킨이 맡을 것이라는 소식이 현재로써는 확실합니다,

 

과연 잡스는 정말 현명한 인물이었을까요? 아니면 고집쟁이에 이기주의의 전형적인 인물일까요?

잡스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유쾌하게 바라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잡스의 이런 노력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애플의 기괴하고도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들을 만나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이제부터가 애플사에는 큰 도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디어 뱅크인 잡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죠.

잡스의 생각과 이념을 가지고 계속 전진하느냐, 아니면 다시 추락하느냐의 문제는 애플사 건물에 놓여져 있는 수많은 연구원의 손에 달려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