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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재스민]신경쇠약 그녀... 왜 센프란시스코에 왔을까?

송씨네 2013. 9. 25. 23:45

 

 

 

잘 살던 사람이 갑자기 추락해 버리면 그 사람은 과거에 계속 연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고 싶거나 아니면 그 과거를 잊지 못해 허세를 떨게 되는 것이죠.

밑바닥에 있는 한 여인... 그녀가 센프란시스코에 왔습니다. 왜 그녀는 여기에 있는 것일까요?

센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여인... 우디 앨런의 신작, 영화 <블루 재스민>(Blue Jasmine)입니다.

 

 

비행기에서 한 여인이 쉴새없이 떠들고 있습니다.

'할'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옆의 여인은 그냥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재스민(케이트 블란쳇 분)은 그렇게 센프란시스코에 도착했습니다.

동생 진저(셀리 호킨스 분)의 집에 오게 된 재스민... 하지만 뭔가 표정들이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과거 할(알렉 볼드윈 분)의 여자였던 재스민은 자넷이란 이름까지 버려가며 그와 살기로 마음먹었으니깐요.

하지만 바람둥이에 남들을 그렇게 등쳐먹었던 할은 이제 재스민 곁에 없습니다.

할에게 투자를 했던 진저의 전 남편인 어기(앤드류 다이스 클레이 분)은 몽땅 돈을 잃은 상태에서 이혼한 상황이고 진저에게는 ADD 증후군(주의력 결핍증) 환자 아들 두 명만 남겨졌습니다.

다행히 진저는 칠리(바비 카나베일 분)라는 이름의 새 남친을 만나 사랑하고 있지만 은근 다혈질입니다.

호화로운 과거 삶을 잊지 못했던 재스민에게 센프란시스코의 삶은 지옥과 같습니다.

컴맹이던 그녀는 컴퓨터를 익혀 인테리어 전문가 자격증 시험을 붙으려고 게획 중이었고 좋건 싫건 새 직장도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교모임에서 재스민은 정치계에 야망을 가지고 있는 드와이트(피터 사스가드 분)라는 사내를 만나며 동생 진저는 '알'(루이스 C. K. 분)이라는 사내를 만나게 됩니다. 당연 칠리가 알면 난리날 일이죠.

한순간 '망했어요'를 외친 재스민... 과연 백마탄 왕자 만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디 앨런의 영화가 돌아왔습니다.

늘 그렇듯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들고 찾아온 그는 이번에는 센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이나 나레이션도 빠졌고 판타지적인 상황도 없습니다.

단연컨대 최근 우디 앨런 영화들 중에서는 그나마 현실적인 인물이 바로 재스민인 것이죠.

하지만 만만치 않은 사연을 소유했으니 한 순간 부자에서 알거지가 되었지만 죽어도 명품 사랑 못버리고 헤세는 장난이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자 자신의 신분을 다시 세탁하는 인물로 묘사가 된 것이죠. 거기에 온갖 히스테리는 다 몰고다니는 여성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런 그녀를 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그녀의 과거가 드러난 상황에서는 말이죠.

 

재스민은 부자였을 때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습니다. 할이 새로운 집을 보여주고 아들인 대니와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로또에 당첨된 진저의 전 남편 어기의 이야기에 호텔 투자 명목으로 그의 돈을 손대면서 비극은 시작되었지요.

그러나 그 비극은 서막에 불구했고 할은 자신의 고문 변호사, 헬스장 강사 등 닥치는대로 뻐꾸기를 날리는 바람에 재스민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연이은 불화는 그를 모든 사기죄로 재스민이 신고하면서 자폭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아들 대니 역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어머니 재스민과의 인연을 끊지요.

할이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것과 아들과의 연락이 끊겼다는 것... 신분 세탁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상황이었지만 이것은 한순간 물거품이 됩니다.

더구나 어렵게 다시 만난 아들 대니(앨든 이렌리치 분)은 중고 악기를 파는 가게 주인이 되었지만 나름의 행복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등장에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동안의 우디 앨런의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잘 이루어진 편이고 이야기의 긴장감도 다른 작품들보다 더 큰 편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자꾸 왔다갔다 한다는 점이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겠지만 우디 앨런은 이 상황을 통해 '상황이 이런데도 이 여자는 아직도 이렇게 산답니다!'라고 마치 관객들을 향해 중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약간의 의외의 상황이라면 기존 작품들에 비해 우리가 알만한 얼굴들이 그다지 없다는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앞으로 이어질 '호빗' 시리즈도 포함) 요정계의 대모인 갈라드리엘로 등장해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준 케이트 블란쳇이 아주 색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제는 우디 앨런 영화의 단골 손님이 된 알렉 볼드윈도 등장합니다.

<해피 고 럭키>(2008)에 출연했던 셀리 호킨스가 사고뭉치 누나 재스민의 배다른(!) 여동생 진저로 등장하는 것도 주목할 점이고요.

 

 

 

이 음악 어때요?

우디 앨런의 음악들이 다 그렇죠... 재즈풍의 음악을 사랑하는 그답게 이번에도 다양한 음악들이 들어가있는데요.

다른 음반에 비해 (아마존 닷컴 기준으로) 음원을 미리 들어볼 수가 없어서 대체적인 음악에 대해 소개해 드릴 수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다만, 이 영화에 재스민은 '블루문'(Blue Moon)이라는 노래를 자꾸 되뇌이는 모습을 보시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코넬폭스(Conal Fowkes)라는 뮤지션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바가 없습니다. 물론 외국포탈에는 그의 사진이 있습니다만 국내에는 알려진 정보가 없어서 말이죠. '블루문'은 많은 미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불렀는데요. 오늘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버전으로 이번에는 들어보심이 어떨까요?

 

 

 

 

 

홍상수 감독이 서울 전역을 돌며 남녀의 찌찔한 상황들을 묘사한다면 우디 앨런은 전세계 도시를 돌며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홍상수와 우디 앨런은 닮은 듯 다른 이야기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 구성이 상당히 비슷한데 미묘한 차이로 이야기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요. 

이번 작품 <블루 재스민>도 그런점에서 우디 앨런식 세계 여행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요.

조금씩 다른 밑반찬을 마련하고 있는 우디 앨런이 이번에는 어느 곳으로 관객들을 초대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