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깡철이]잡탕찌개가 늘 맛있지 않은 이유, 결론은 나와 있다!

송씨네 2013. 10. 6. 16:15

 

 

명절 끝난지도 꽤 되었습니다. 저도 큰집에 다녀온 뒤 전이고 뭐고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전이나 꼬치, 동그랑땡 종류는 금방 먹는 반면 이상하게 송편은 지금도 냉동실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냉동실에 금방 나오게 된 전 종류는 보통 다시 기름이나 전자렌지에 돌려져 반찬이나 술안주가 되거나 찌개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잡탕찌개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죠.

영화 이야기를 하다말고 서두에 웬 잡탕찌개 이야기를 하는가 하실껍니다. 네, 이번에도 쓸대없이 서두가 길었습니다.

잡탕찌개라는 것이 잘 끓이면 정말 맛있는 음식인데 좋은 재료가 있어도 만드는 사람이 정말 못만들면 부실한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영화 <깡철이>(Tough as Iron) 입니다.

 

 

 

 

부산의 한 부둣가... 꽁꽁얼린 참치더미 사이로 한 사내가 나옵니다.

그의 이름은 강철(유아인 분)...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를 깡철이라고 부릅니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치매를 비롯해 온갖 합병증을 달고 사는... 그래서 그녀의 별명은 '부산의 핼렌켈러' 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순이(김해숙 분)지만 자신을 가끔 김태희로 착각하는 것이 문제죠. 그 정도 문제는 애교입니다.

항상 사고를 일으키는 어머니 때문에 깡철이의 마음은 편할 날이 없습니다.

그에게는 착한(?) 건달친구 종수(이시언 분)도 있는데 일본 야쿠자와 거래를 하는 조폭 형제인 상곤(김정태 분)과 휘곤(김성오 분)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상곤은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건 부업이며 그들은 주로 사채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휘곤과 야쿠자 상대였던 아기토(김인우 분)과의 시비가 붙게 되고 휘곤은 그를 얼떨결에 살해하게 됩니다.

사건을 우연히 본 깡철은 얼마전 두 형제를 구해준 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찾아갑니다.

아키토와 형제인 아가미(신정근 분)의 심기를 건드린 이상 그도 처치 대상인 것이죠.

제일교포 출신인 아가미는 어머니의 칠순잔치를 위해 한국으로 내려오게 되고 깡철은 그를 살해하면 됩니다.

이유는 단 하나 어머니의 수술비가 입금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원치 않은 상황에서의 청부살인이라는 점에서 꺼림직합니다.

과연 깡철이는 어머니를 구해내고 자신의 목숨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서론에 이야기한 '잡탕찌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도대체 뭘까요?

액션? 드라마? 가족물? 아니면 로멘스? 그것도 아니면 코미디?

이 작품은 등장인물도 많지만 그만큼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너무 많은 장르가 혼합되다보니 극의 정체성이 의심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앞에 줄거리 요약부분은 깡철이의 조폭과 손잡게되는 인연을 대충 압축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 외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나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선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여인 수지(정유미 분)의 이야기가 있으며, 음식은 정말 못하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 같은 종수의 아버지 환규(송영창 분)도 있습니다. 거기에 깡철에게 어머니의 수술이라던가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정체불명의 브로커(김현숙 분)도 등장하죠. 심지어는 영화에서는 통편집 당한 비운의 등장인물로 배슬기 씨도 등장합니다.

 

자... 이런 상황이면 뭐가 이 영화의 문제인지 예측이 되실 껍니다.

등장인물도 많고 하고자 하려는 이야기도 많기에 결국 누군가는 통편집 당했지만 그럼에도 이야기의 전개나 상황들이 상당히 허술하다는 것이죠.

저는 오히려 <깡철이>가 조폭 코드를 줄이고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강화하고 그 중간에 종수와 환규 이야기, 그리고 수지와의 사랑 정도로 이야기의 구조를 단순화 했다면 어느 정도 이 영화가 먹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러니깐 이 영화는 더 줄여야 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정말 연기 잘하고 감초연기에 탁월한 배우들이 이렇게 총출동했는데도 이야기를 이렇게 밖에 못만든다면 시나리오와 감독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해숙, 유아인, 정유미, 송영창 등의 명배우에 김현숙, 김정태, 신정근, 이시언, 김성오 씨 등의 감초연기의 대가들도 모인 상황에서 만든 것이 겨우 이것이냐라는 문제죠. 결국 잡탕찌개의 재료는 훌륭한데 요리사가 맛을 내는데 실패한 것이죠.

 

조폭 코드도 뻔한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더구나 <아저씨>(2010)나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김성오 씨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캐릭터가 재미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은 마치 <넘버 3>(1997)의 조필(송강호 분) 캐릭터의 재탕이라고 밖에는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긴장하거나 화가 나면 말을 더듬는다는 캐릭터였는데 이런 캐릭터를 거의 병신(표현이 과격하지만...)처럼 만들어버린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요?

코믹한 캐릭터로 영화속 이시언 씨나 김현숙 씨와 더불어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놓은 것은 짐작이 가는데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 하나... 정유미 씨는 왜 나왔는가라는 의문이죠.

러브라인을 잘 만들면 괜찮은 캐릭터임에도 정유미 씨가 맡은 수지 캐릭터를 상당히 활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수지는 유일하게 부산에 살지 않는 관광객인데요, 그렇다면 깡철과 지고지순은 아니더라도 <비포 선라이즈>처럼 어느 정도 애틋한 사랑, 아쉬운 사랑 정도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 그 캐릭터를 활용하는데 있어서는 실패합니다. 고작 떠나자고 이야기하고 깡철의 오토바이를 몰고 싶다고 이야기하는게 전부이니 뭔가 아쉽죠. (그렇다고 수지가 상곤 형제의 인질이 되는 상황도 아니고요, 물론 그 장면도 만약 등장했다면 이것 역시 식상했을텐데 그런 상황은 다행히도 없더군요.)

 

일부에서는 버스에서 깡철이와 그의 어머니가 대립하는 장면에서도 손발이 오글거린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일부 장면은 그야말로 폼을 잡기 위해 등장한 장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칫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장면들이 과도하게 나왔다는 것도 이 영화에서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은 폼을 잡고 있고 그것이 긴박하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의문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있서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 음악 어때요? 

 부산의 향토적인 색깔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 음악이 아닐까 싶은데요.

영화에서 순이가 자신의 주제가처럼 자주 부르던 노래가 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에게는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로도 익숙한 '부산 갈매기'입니다. 문성재 씨를 스타로 만든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노래죠.

 

 

 

 

 

 

 

 

<깡철이>는 유아인 씨의 원맨쇼를 볼 수 있는 영화지만 어설픈 시나리오와 전개, 연출이 그 좋은 상황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물론 한 배우가 같은 이미지로 소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것도 괜찮은 부분이라 봅니다.

<깡철이>가 <완득이>처럼 휴먼적인 이야기로 조금 시나리오를 손을 봤더라면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텐데라는 안타까움이 드네요.

정말로 요리재료나 배우 모두 좋은 요리사, 좋은 감독을 만나야 멋진 음식과 멋진 영화가 나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