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관상]관상의 힘... 인생을 바꾸다, 역사를 바꾸다!

송씨네 2013. 9. 18. 14:06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운명이 보인다...

흔히 관상학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사주팔자라 말하는 점(占)이 생년월일로 그 사람의 운명을 정하는 것처럼 얼굴로 그 사람의 운명을 정하는 것은 미신일지 몰라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무조건 미신이라고 비난만 하기에는 웬지 모를 과학적(?)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관상으로 운명을 바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운명을 바꾸었을까요?

쬐끔 늦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관상>(The Face Reader)입니다.

 

 

 

당파싸움도 끊이지 않고 온갖 비리에 백성들의 삶은 궁핍했던 어지러운 조선 시대...

외딴 어느 곳에 집을 짓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몰락한 양반집 출신의 사내인 내경(송강호 분)은 가끔 멀리서 오는 사람들의 관상을 봐주고 살고 있고 그의 처남 팽헌(조정석 분)과 내경의 유일한 핏줄인 진형(이종석 분)과 함께 가난하지만 나름 힘들지 않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관상보는 기생으로 알려진 연홍(김헤수 분)이 내경에게 찾아오고 그에게 한양(지금의 서울)에서 좋은 자리가 있다며 그를 안내하기로 합니다.

용하다는 관상쟁이로 알려진 내경의 소문은 윗선까지 알려지기 시작하고 벼슬에도 오르게 됩니다. 또한 김종서(백윤식 분)을 보좌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김종서와 노쇠한 선왕(문종)(김태우 분)을 노리는 이들이 있으니 선왕의 형제중 한 명인 수양대군(이정재 분)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거기에 내경의 뜻을 어기고 급제에 성공한 진형을 비롯해 내경 역시 수양대군을 비롯해 한명회라는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쫓기는 상황입니다.

수양대군의 쿠테타를 막아내고 세자(단종)(채상우 분)를 왕위에 오르게 할 수 있을지도 관건... 과연 관상의 힘으로 역사는 바뀌게 될까요?

 

 

 

 

이 영화는 앞에서도 이야기 드렸듯이 1453년 발생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입니다.

수양대군의 야욕으로 정권이 한순간에 뒤바뀌게 되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가상의 픽션으로 담은 영화라는 것이죠.

따라서 이 영화를 이해하시려면 계유정난의 역사적인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는 것이 좋다는 것이죠. 관상에 대한 부분이나 내경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는 눈치를 채셨겠지만 픽션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계유정난 속에 이들 가족의 고난을 잘 녹여낸 점은 의외로 괜찮은 부분이었다고 봅니다.

이 영화의 초반이 상당히 강렬하고 볼거리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내경 자신이 왜 성공해야하는가에 대한 동기부여도 생각보다 괜찮았던 부분이라고 봅니다.

가문이 한 순간 추락하는 물론 가족들이 몰살당하고 어렵게 살아남은 상태에서 재기(再起)는 모두에게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다른 공부라도 해야할 상황에서 관상학을 공부해 재기하려는 부분은 일종의 틈새전략처럼 보이는 대목이라는 것이죠. 물론 왜 하필이면 관상학인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지만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경 자신은 겉으로는 출세에 대해 꿈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던 반면 아들 진형에게는 자신의 아버지(진형에게는 할아버지죠.)가 겪었던 고난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던터라 그가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긍적적으로 바라만 볼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에는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한 노인의 고백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상당히 공포에 질려있는 모습이죠.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에 이 노인의 정체를 다시 알리게 됩니다. 수양대군도 인상적이지반 바로 이 영화의 히든카드라고 볼 수 있는 한명회(김의성 분)였던 것이죠. 이 영화의 크레딧에서도 상세히 정보가 노출되지 않았던 인물이었는데 그의 등장은 수양대군의 공포 만큼이나 내경의 가족들에게도 큰 공포로 남았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후반에 한명회는 내경에게 '목이 달아날 관상이다'라는 말에 겁을 먹게 됩니다. 건장한 채구와 카리스마를 지닌 사내가 관상쟁이의 말 말 한마디에 평생을 공포에 질렸다는 대목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수양대군이 스스로가 파멸하게 되고 쿠테타의 주요인물이 사형당하거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 것을 보면서 자신 역시 그 삶에 자유롭지 못함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로도 한명회는 독살이나 자객의 습격, 사형 등의 집행으로 인해 세상을 마감하지 않았지만 후에 반대파에 의해 시신이 훼손된 상태에서 죽은 후에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니 어쩌면  그 보이지 않는 두려움은 요즘 현대인의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부분과도 유사한  부분이 보여진다고 봅니다. 

 

 

 

 

이 영화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인사제도에 관한 소개도 등장하는데 바로 황표정사(黃標政事)라는 것입니다.

김종서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이 추천하는 인물은 무조건 뽑히게 되는 방식인데 요즘으로 치면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에 등장하는 '슈퍼패스'와 같은 것이죠. 하지만 이 제도는 오히려 심사규정을 까다롭게 하는 조선시대 인사제도에 찬물을 껴얹는 상황을 얻게 되고 극 중 진형을 비롯한 이들이 반대하고 반발하는 계기가 됩니다. 아울러 이 영화에서 최대의 피해자를 만드는 동기가 됩니다.

 

영화는 이렇게 역사적인 사실과 픽션을 제대로 혼합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듯 초반에 강렬했던 이야기들은 후반에 들어서는 그 긴장감과 몰임도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선왕의 죽음 이후인지 아니면 김종서의 죽음 이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대결을 더 강화하고 관상과 관련된 다양한 일화를 제작진이 자료수집하고 이야기에 덧붙었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죠.

 

캐스팅... 참 화려하죠?

'설국열차'를 탔던 남궁민수가 조선행 타임머신을 타고 등장한 송강호 씨를 비롯해 백윤식 씨와 이정재 씨의 카리스마 대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정재 씨는 이제는 나이를 먹으니 점차 연기의 맛을 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고 백윤식 씨는 최근 의외의 스캔들로 인해 관심을 받고 있죠.

조정석 씨는 분장을 해서 몰라볼 정도로 다른 얼굴의 모습으로 내경의 처남 역할을 하였습니다. 김혜수 씨나 이종석 씨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요.

사랑의 이야기를 특이한 관점으로 보던 <연애의 목적>, 조폭의 세계를 역시 특이한 관점으로 본 <우아한 세계>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작품입니다.

아울러 음악은 사극이나 현대극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이병우 씨가 맡았고요.

 

 

 

 

명절에는 무슨 영화가 재미있다더라...라는 기대가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리뷰를 쓰고 있는 날도 추석의 첫번째 연휴이고요.

어떤 작품이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추석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더 사랑을 받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저러나 명절 때 아마 많은 잔소리를 듣게 될텐데요. 내 취업운, 내 결혼운, 내 건강운은 아무도 모르는 법...

아무래도 관상 책이라도 하나 들고 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