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원수~!' 라면서 복수를 하는 이들의 이야기들... 많이 보셨죠?
그런 이야기에 식상해질 때도 되었는데 이런 이야가는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복수를 하느냐, 왜 복수를 하게 되었느냐의 배경과 과정이겠지요.
기상천외한 영화였던 <지구를 지켜라!>(2003)를 들고나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준환 감독...
그가 10년 만에 공백을 깨고 다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배우 문소리 씨의 남편이 아닌 감독 장준환으로 말이죠.
복수극인데요, 근데 뭔가 이상합니다. 과연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 소년은 복수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요?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 Hwayi)입니다.
1998년 봄, 어느 전철역...
돈가방이 오가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경찰이 여럿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유유히 사라지는 사람들... 그리고 한 편에서는 큰 화분이 내려오고 있고 흙더미로 위장한 화분 밑에는 한 어린 아이가 웅크리고 있으며 겁에 질린 상황입니다.
시간은 흘러 2012년 겨울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화이(여진구 분)라는 이름의 소년으로 성장하였으며 그의 곁에는 다섯 아버지와 한 여인이 있습니다.
리더이자 화이를 스파르타로 교육시킨 석태(김윤석 분), 지식이 많으며 화이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걸 가르쳐주고 싶었던 진성(장현성), 엉뚱하지만 화이를 매우 사랑했던 기태(조진웅 분)과 거칠기로는 만만치 않은 동범(김성균 분)과 범수(박해준 분)가 이들 화이의 다섯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석태의 아내인 영주(임지은 분)까지 많은 식구가 화훼 농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실제 본업은 따로 있지요.
청부 살인이 전문인 그들에게 화이는 다섯 아빠의 후계자인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재개발 마을 중 유일하게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형택(이경영 분), 선자(서영화 분)의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형택과 앙숙인 건설회사 회장인 승기(문성근 분)의 사주를 받아 제거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화이는 이들 부부의 모습이 어딘가 낮익다고 생각된 나머지 살해를 주저합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요.
이들 '낮도깨비'에 대한 수사를 하던 형사 정민(김영민 분)은 수상함을 느끼게 되지만 한편에서는 낮도깨비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비리 형사 창호(박용우 분)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습니다.
어둠이 싫었고 괴물이 싫었던 화이는 자신이 쏜 사람에 대한 정체를 알게 되었고 분노로 가득찬 그의 표적은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화이>는 보는 순간 딱 남자영화라는 것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액션장면이 유난히 많고 총이 등장하는 장면도 많습니다.
한간에서는 총기가 합법화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저렇게 많은 총이 등장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기도 하지만 이건 영화이니깐요.
어쨌거나 <화이>는 한 소년이 스스로 괴물이 되는 과정을 다룬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둠속의 괴물을 무서워하던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인데 다섯 아버지는 결국 화이를 스스로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이 트라우마 부분은 석태에게도 등장하는데 형택을 저주하게 된 사연과 낮도깨비의 탄생과정, 그리고 영주는 석태에게 꼼짝없이 순종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유가 하나로 통일되어 등장한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입니다. 석태 역시 화이처럼 어렸을때 괴물을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고요.
그것이 이들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고 그것이 어느 정도 화이에게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것이 아마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물론 앞에 힌트를 보시면 대충 짐작도 가시겠지만) 복수에 대한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되는 상황에서 후반전의 이야기가 상당히 볼만하다고 이야기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앞의 부분도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의 부분이 다섯 아버지의 이른바 '낮도개비'가 얼마나 악날한 존재들인가를 보여주는 부분이 많은 시간으로 할애된다면 후반은 그 아버지들에게서 자란 소년이 어떻게 다섯 아버지 만큼이나 괴물이 되어가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이 영화에서 소년 화이는 자신이 괴물이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속 진성이나 기태의 모습을 보더라도 화이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장면에서는 친아버지 만큼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정이 느껴지지요. 하지만 바로 이 정반대의 모습이 석태라고 볼 수 있지요. 아이를 가두고 그것이 화이에게는 공포를 느끼는 계기가 되어버렸지요. 그럼에도 희안한 것은 다섯 아버지 중에 유일하게 '아버지'라는 존칭을 쓰는 사람은 자신을 독하게 키웠던 석태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기까지 합니다.
분명한 것은 소년 화이는 영화에서는 자세히 들어나지 않았지만 정규과정의 수업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키워졌지만 교복입은 학생으로 위장하여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평상복보다 교복을 더 좋아한다는 것에서는 배움에 대한 갈망과 꿈이 어느 정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일하게 러브라인이 나올 뻔했던 유경(남지현 분)을 좋아함에도 고백할 수 없었던 것도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꿈과 현실이 이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닌가도 생각됩니다. 자신의 어린시절을 다섯 아버지에게 빼았겼고 갑작스럽게 소년이 아닌 어른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니 그에 대한 부담감과 혼란도 크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화이>는 이야기 전개 방식도 그렇고 긴장감을 끝까지 놓지 않는 재미를 주는 작품입니다. 다섯 아버지가 화이에게는 선이었지만 그것이 악이 되는 순간에 화이는 더 이상 자신이 머물 곳이 없음을 알게 되고 거기에 승기나 창호 등의 인물들이 서로 먹히고 먹히는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승기에게 사주를 받는 낮도깨비 집단은 그에게 충성해야 하는 상황이며, 아무리 형사인 창호도 승기나 승기의 비서실장인 지원(유연석 분)에게는 하나의 하수인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되는 부분도 마치 먹이 사슬의 상황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동물의 왕국'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것이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에 대해 하나하나 묘사가 가능할까라는 점과 등장과 관련되어 그 역할 배분이 잘 이루어질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생각보다 잘 배분이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화이의 다섯아빠에 대한 역할 배분은 잘 이루어졌는가라는 의문도 듭니다.
앞에도 이야기드렸듯이 가장 눈에 띄는 화이의 아버지들은 석태, 기태, 진성이었으며 나머지는 그 활약상이라던가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어려울 정도로 그 분량이 적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성균 씨와 박해준 씨가 연기한 캐릭터를 하나로 합치거나 아니면 아예 화이의 아버지 수를 그냥 줄이는 것이 어쩌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점이 좀 아쉽긴 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흥미가 가는 것은 배우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제는 성인 연기자로 발돋음하고 있는 여진구 군이라던가 김윤석 씨와 장현성 씨의 카리스마 대결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들 가운데 중심을 잡아주는 조진웅 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고요.
박용우, 이경영, 문성근 씨 등의 배우들이 큰 역할이 아닌 작은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연기를 펼친 것도 좋았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화이>는 전형적인 남성영화입니다.
총격전도 많고 상당히 잔인한 부분도 많습니다. 따라서 여진구 군을 좋아하는 여성 팬분들이라도 이런 충격적인 장면을 견딜 수 있는 분들만 도전해보시길 권하며 간만에 멋지고 화려하며 하드고어 적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도 강렬하다는 것과 엔딩크레딧 후 쿠키 영상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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