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그래비티]지구 밖 우주... 그 곳에서 생존의 이유를 묻다!

송씨네 2013. 10. 22. 22:44

 

 

※본 리뷰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3D 버전으로 관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죽을때까지 가지 못할 수 있는 곳... 아마도 그 곳은 지구 밖의 우주라고 생각됩니다.

닐 암스트롱(1930~2012)이 세계 최초로 우주 저편의 달에 착륙했을 때 사람들은 다른이들도 꿈꾸지 못한 것들을 해냈다는 점에서 그를 영웅화 했지만 그가 정말 간 곳이 달이었는지는 지금도 미지수입니다. 세상을 뜨기 전에 그는 심지어는 자신이 간 곳은 달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까지 했었으니 말이죠.

우리는 우주를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에서의 그 모든 것들이 허무맹랑한 가짜이듯 말이죠.

하지만 가보지 않았음에도 가본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이야 말로 혁명이자 멋진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우주를 느낄 수 있다면?

우주 미아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그래비티>(Gravity) 입니다.

 

 

 

우주 어딘가... 지구가 바라보인 곳 어딘가에 우주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중인 상황이죠. 업무를 지휘하는 맷(조지 클루니 분)과 과학자인 라이언(산드라 블록 분)은 줄 하나에 의지한 상태에서 아슬아슬한 임무를 수행중입니다.

그런데 러시아 미사일의 발사과정에서의 오류로 다른 인공위성들이 파괴되면서 그 잔해들이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곳을 지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공포는 현실이 되고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의지하던 맷 역시 우주 저편으로 사라지며 라이언 스톤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지구에서 살았을 때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아이를 잃었을 때의 슬픔과 맘먹는 공포가 그녀에게 찾아오고 그녀는 여러 소유즈 우주선으로 피신을 갑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날라오는 파편과 화재, 낙하산이 엉켜버리는 사고에, 갑자기 추워지는 우주의 기온에 그녀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살기 위해 지구로의 귀환을 위한 발사버튼을 누르기 시작합니다.

불에 타 죽거나 혹은 살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상황... 과연 그녀는 지구로 무사귀환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우주의 그 모든 것을 알 수 없습니다. 당연한 겁니다.

매년 많은 나라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우주인들을 우주 저편으로 보내는 것도 끊없는 우주에 대한 비밀을 밝히기 위함이라고 생각됩니다.

우주에 대한 영화는 많았고 대부분이 외계인과의 조우이거나 지구인의 식민지 개척 등이 주된 소재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래비티>는 상당히 단촐하고 초라한 소재라고 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목소리 출연으로 등장하는 일부 인물을 제외하고는 더구나 등장인물도 달랑 두 사람이서 90 분이라는 러닝타임을 만들어줘야 하는 부담감도 있으니깐요.

더구나 이들은 회상도 하지 않으며 '한편 지구에서는...' 따위의 상황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그들의 이야기는 우주에서 시작되며 마지막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우주에서의 이야기로만 그려지고 있습니다.

 

따분한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외의 점을 발견했습니다.

우주 미아가 된 여인과 그 곳에서 홀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약간이지만 작은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죠.

죽음에 직면해야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으며 주인공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운명에 맞서거나 아니면 자포자기로 포기를 하던가 말이죠.

하지만 라이언은 비록 환영이지만 맷을 만났고 지구 저편 어딘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일상을 엿듣게 됩니다.

개 짓는 소리, 아이의 울음소리... 어느 나라 말인지도 알아먹을 수 없는 얘기지만 지구 저편 어딘가에는 누군가가 살고 있고 말은 통하지 않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참고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그린란드 이누이트 어부의 목소리로 이에 관한 이야기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들이자 공동 시나리오 작업을 한 조나스 쿠아론이 단편으로 연출한 <아니가크>(Aningaaq)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외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영화가 고독과 외로움, 삶에 대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그냥 뻔한  SF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한 편 보는 것과도 같겠지요. 그런 교육물들은 EBS나 네셔널 지오그라피, 디스커버리 채널 같은 곳에서 하고 있는 내용들인데 굳이 또 볼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절대 그런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많은 군중들 속에 홀로 살아가고 있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상황들이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외로움이 없거나 물질적으로 풍요한 이들 중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모두 다 그렇지는 않아도 대부분은 참으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질적으로만 행복할 뿐 어쩌면 외로움을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반대로 누군가가 함께 있을 때의 즐거움, 행복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3D로 감상하셔야 그 진가가 발휘되는 작품입니다.

화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CGV의 IMAX(아이맥스)가 좋을테고 음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메가박스 M2관의 돌비 애트모스 버전을 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거기에 3D는 필수라는 것이죠. 입체적인 효과도 잘 나타나는 편이라서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CG를 배경으로 두고 연기하는 배우들, 3D 버전으로 개봉되는 영화들의 모습이라는 것이죠.

과거 작가주의라 불리우는 영화들이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은 오락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멀었던게 사실입니다. 3D로 제작될 이유가 없으며 보이지 않는 괴물이나 사물과 싸우거나 연기를 해야할 필요도 없었지요. 이런 3D 영화들이 기술의 혁신에 발전을 줄지는 몰라도 과연 작가주의나 작품성까지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최근까지 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를 시작으로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와 이 작품 <그래비티>가 등장함으로써 이런 걱정은 괜한 것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술혁신과 더불어 작품성(좋은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뒷받침 된다면 분명 3D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들 작품에도 어느 정도 가능성은 보인다는 것입니다.

 

영화 보시기전에 확인 하셨겠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적은 등장인물에 당황하셜을지도 모르겠네요.

초반에 조지 클루니가 생각보다 일찍 퇴장하면서 의외로 이 작품의 대부분의 러닝타임은 산드라 블록의 독무대로 꾸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일인극처럼 보여지지 않는 것은 아까도 말씀드렸던 지구 저편의 소리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상황들이 그녀 앞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중반에 대부분의 극의 상황을 혼자 이끌고 있는 산드라 블록의 능력도 대단하다고 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입니다. 멕시코의 천재 감독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위대한 유산>(1998)이나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를 떠오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는 <이 투 마마>(2002)가 기억에 남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그나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들 중에 제대로 봤기 때문이죠.

막장 스토리에 가까운 두 소년의 로드무비일지도 모르지만 중간 중간 보여지는 풍경들과 이야기들이 인상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단순한 스토리로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도 감독의 재능이라면 재능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되는 시기에 우리나라의 한 우주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국정감사에 이 분의 이름까지 오르내렸으니 심각한 수준이죠. 이 분을 두고 이야기가 많습니다.
200억으로 공짜 우주여행을 다녀온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니깐요.

그런 시점에서 이 작품 <그래비티>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앞에 서두의 부분을 다시한번 여러분에 읽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주인이 등장한 것은 단순 우주관광을 즐기기 위함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우주 어딘가의 미지의 세상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이 우주인이 우주로 탐사를 떠나는 주목적이라고 보여집니다.

우주인으로 살아가기에는 돈벌이가 되지 않아 지구에서 학사과정을 취득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주인으로 살았던 자부심과 자신의 신념, 그리고 왜 자신이 우주로 날아갔는가를 생각한다면 어떤 것이 현명한 것일까는 이미 답이 나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행복한지도 모릅니다. 약 150만 배에 해당하는 저렴한 금액으로 우주여행을 떠났으니깐요.

또한 여러분은 더 많은 것을 느끼셨을지도 모릅니다. 우주를 직접 갔다오지 않아도 우리는 간접체험으로도 충분히 그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극장문을 나서며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 참으로 세상살기 복잡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구만큼 좋은 곳은 없을꺼야'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