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앞에서 두 소년이 이야기합니다.
바다거북과 조호련이 바다 경주를 하면 누가 더 빠를까라는 이야기를 말이죠.
결론은 나지 않았고 그렇게 그들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작별을 고해야만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살기 위해 감옥에서 심기일전에 들어간 이도 있지요.
영화 <친구>가 만들어진지 1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필요했을지도 모르는 속편... 과연 그 친구들은 제대로 돌아온 것일까요?
곽경택 감독의 그 후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화 <친구 2>(Friend 2)입니다.
친한 친구이자 적이기도 했던 동수(장동건 분)의 살해지시를 내린 죄로 징역 17년을 받은 준석(유오성 분)...
징역살이가 끝나갈 쯤 한 사내가 감옥으로 오게 됩니다. 천방지축 청년인 성훈(김우빈 분)이 들어온 것이죠.
그의 어머니이자 전직 고교밴드 레인보우 맴버였던 혜진(장영남 분)은 준석에게 찾아가 자신의 아들을 잘 돌봐달라는 이야기를 남깁니다.
준석은 형량을 마치고 출소하지만 예전과 다른 조직의 분위기에 심기가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조직 서열에서 높은 순위가 아니었던 은기(정호빈 분)가 넘버 투가 되었기 때문이죠.
젊은 시절 준석의 아버지인 철주(주진모 분)과 생사를 같이 했던 형두(기주봉 분)은 준석에게 미안한 마음만 듭니다.
준석은 가발이(이철민 분)를 비롯한 이들을 불러 모아 조직을 재건하기로 하고 성훈과 함게 일을 모의하기로 합니다.
한편 형두는 철주와 젊었을 적 부산바닥을 평정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준석에게 용기를 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두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조직의 일인자를 가리기 위한 움직이 포착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와중 성훈은 한 의문의 사내에게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버지 동수를 죽이도록 지시한 사람은 준석이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형과 아우처럼 지내던 관계가 깨지기 시작하는 순간...
과연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에도 누군가는 하와이에 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곽경택 감독의 장기라면 남자 이야기를 아주 기가막히게 잘 그려낸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게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이런 부분이 단점이 많다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죠.
영화적 배경이 되는 부산을 웬만해서는 떠나지 않았던 곽경택 감독이 <통증>(2011)을 통해 서울로 갔지만 그의 부산 사랑은 여전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그러던 그가 <친구>의 두번째 이야기에서 울산을 택했던 것은 의외의 선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발이 거의 마무리된 부산에서 옛 정취를 느낀다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기에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 이상 그 친구들은 삼일극장을 향해 뛸 수 없었기 때문이죠.
산업도시인 울산에서 과연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울산과 부산의 차이가 그리 멀지 않다는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친구 2>의 울산에서의 배경은 1편의 연장선상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많은 이들의 초유의 관심사는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정말 동수를 준석이 죽이도록 놔두었는가라는 점이죠.
영화는 이 과정을 담아내기 위해 1편에 등장했던 은기와 더불어 심지어는 이름도 모르는 동수에게 칼을 들었던 이른바 '우산청년'까지 재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많은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은 은기 뿐만이 아니라 이 우산청년으로 알려진 기호(선호진 분)였기 때문이죠.
준석이 재활원 센터에 가서 기호를 만나는 과정은 그런 점에서 1편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떠오르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인물들을 재소환하고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과정은 좋았지만 그 외의 장면은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죠.
철주가 속편에서 왜 필요했으며 (다른 분들은 분량이 많다고 이야기하지만...) 분량이 적었다면 그렇게까지 등장시킬만한 이유가 있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죠. 더구나 철주의 과거, 준석의 과거, 성훈의 과거가 얽히면서 상당히 영화가 산만해졌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고작 철주와 준석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것은 철주가 차고 다니던 롤렉스 시계가 전부였으니깐요.
물론 성훈이 삐둘어진 계기와 친구의 죽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던 성훈의 친구가 스님이 된 이유를 설명한 부분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살생을 금기하는 불교의 가치관을 강조한 것을 봐서는 1편보다는 덜 자극적이겠구나 생각했지만 이것은 저의 착각이었던 것이죠.
낫은 물론이요, 전기톱까지 등장하는 등 1편에 비해 더 잔혹한 조직 재건의 현장을 관객들은 억지로 봐야만 했습니다.
영화의 특성상 폭력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방식을 달리했더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면을 최소화 하거나 생략하는 방식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폭력의 미학'이라고들 우리는 떠들긴 하지만 모든 폭력이 아름다움으로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더구나 곽경택 감독은 큰 폭력적인 장면이 없이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전작 <미운 오리 새끼>(2012)에서 보여준 분입니다. 그런점에서 볼 때 <친구 2>의 장면들은 화가 난다기 보다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작품이라고 봅니다.
1편이 친구들과의 의리를 이야기했다면 2편은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과 조직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특징이지요.
곽경택 감독이 <대부>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부분이 이를 나타내주는 부분인데 이에 대해서는 한국식과 서양식 느와르를 억지로 혼합시키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게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친구'의 두번째 이야기였더라면 차라리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줄이고 중호(서태화 분)와 상택(정운택 분), 그리고 지금은 남의 남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진숙(김보경 분)을 만나러가는 과정을 그리는게 더 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꼭 단점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1편의 출연진들이 12년 만에 재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대부분이 재등장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며 심지어는 미술이나 의상 등을 담당하던 스텝들이 다시 모여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점에서는 팀웍은 물론 다시 부르고 찾아주었다는 점에서도 볼 때 멋진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유오성 씨의 경우 곽경택 감독과의 앙금을 풀고 나왔다는 것도 인상적이고 정호빈, 기주봉 씨는 물론이요 우리가 몰랐던 우산청년의 정체까지 2편에서 보게 된 것은 괜찮았던 부분이라고 봅니다.
음악의 경우는 1편의 재활용의 느낌이 많습니다. 또한 연관성을 느끼게 하는 음악들도 많았죠.
가령 1편에서 준석을 비롯한 네 친구들이 부산바닥을 뛰어다니면서 'Bad case of loving you'가 나왔다면 성훈은 젊음을 불태우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울산 산업단지를 폭주하는 장면으로 그것을 대신하지요. 그 때 나온 노래는 지금은 고인이 된 故 최진영(스카이) 씨의 '영원'이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1편에서 '동수의 죽음' 테마는 성훈이 복수를 위해 나서는 장면에서도 한 번더 등장하며 연관성을 짓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마치 이 영화가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그냥 <친구 2:친구들의 역습>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직에게 역습을 가하는 준석의 모습이나 이런저런 막장스러운 모습을 보다보니 이렇게 제목을 지어도 틀리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멋지게 돌아와 아름다운 속편이 있는가 하면 왜 돌아왔는지 의문인 작품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안타깝게도 <친구 2>가 그렇습니다. 과거의 이 작품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속편을 보시는 것을 굳이 말리고 싶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돌아오지 말아야 할 속편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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