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텔레비전]영혼없는 것과도 소통하라! 낡음과 새로움에 대한 현대적 우화.

송씨네 2013. 11. 22. 02:11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좋은 혜택을 누리지 않고 그것을 배척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올해(2013)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는 아주 독특한 영화가 소개되었습니다.

정말 영혼이 없는 것들은 나쁘기만 할까요?

방글라데시에서 온 영화 <텔레비전>(Television)입니다.

 

 

 

 

 

방글라데시의 작은 어촌마을...

이 곳에는 아주 깐깐한 촌장 아민(샤히르 카지 후다 분)이 살고 있습니다.

그는 극심한 이슬람주의자로 마을 주민들에게 많은 것을 제한 시키고 있습니다.

신문도 사진이 들어간 부분은 모두 제거하고 보고 있으며 휴대폰은 정말 위급할 때 그것도 윗어른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지요.

그에게는 아들이 있습니다. 이름은 솔라이만(찬찰 초두리 분)으로 물고기를 파는 도매상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아버지에 비해 개방적인 편이죠.

하지만 아버지의 고집은 꺾을 수만은 없지요.

솔라이만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데 이름은 코히누르(누스랏 임로세 티샤 분)로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이 필요한데 아버지의 반대에 그는 잔꾀를 부려 사업상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우여곡절 끝에 휴대폰 개통을 허락받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었으니 코히누르를 더 만나고 싶은 마음에 노트북을 장만하고 인터넷을 설치하며 그녀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 이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부라는 이슬람계 초등학교 선생님이 TV를 가져오게 되고 그것을 안 아민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납니다.

'신이시어'를 외치던 그는 결국 TV를 허락하는 대신 무슬림쪽 사람들에게는 TV 시청을 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습니다.

하지만 학교 수업외에 방과후 과외과 그들의 주수입원인 상황에서 바부에게만 아이들이 몰리는 상황에 난처하기만 합니다.

수업을 핑계 삼아 아이들은  TV를 보러 온 것이죠,

그러던 와중 아민은 성지순례를 가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솔라이만과 코히누르의 결혼을 어렵게 승락합니다.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방글라데시의 도시인 다카에 오게 되지만 거기서 아민은 큰 시련을 겪게 됩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제가 싫어하는 말이자 공교롭게도 많이 쓰는 단어가 '꼰대'라고 이야기 드린 기억이 아마 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훈계하고 가르친다는 비속어입니다만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사람들도 바로 이런 꼰대라는 단어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촌장 아민은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과 영혼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영혼도 없는 휴대폰과 TV와 이야기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라는 것이죠.

아마 옛날 같았으면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아직도 옛것만 옮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죠. 그런 것이 결국에는 마을의 화합을 깨뜨리는 요소가 되어버렸던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어른들은 또 다른 이유로 젊은 세대와의 충돌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끼치는 악영향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영화에서는 휴대폰과 더불어 얼굴책(페이스북)에 대한 비난을 하는 아민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얼굴책에만 집중을 하는 나머지 다른 것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이런... 만약 아민이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봤더라면 주커버그의 곱슬머리를 보고도 '오호 통재라... 서양 양키 놈이 사람 여럿을 배리는 구나!'를 외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종교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배척하는자와 새로운 것을 개혁하려는 자의 의견충돌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전히 이슬람의 일부국가들은 차도르나 히잡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야 하는 여성들이 많은 반면 일부 이슬람국가는 서구문명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상황에서 여성 트럭운전기사도 생겨나는 추세이니깐요. 더구나 요즘은 히잡과 차도르를 쓰는 것을 반대하는 여성들의 시위도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꼰대라고 불리워지는 이들이 대부분 기성세대들의 남성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남자지만 부끄러운 일이죠.

우리나라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교사상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무시를 하기도 했고 홍성 대원군 같은 경우는 외세의 침략에 대한 안좋은 기억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척화비를 세우면서까지 외국문명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카톨릭을 믿는 이들을 '천주쟁이'라 불리우며 이들을 잡아 가두는 등의 박해를 당해오기도 했지요.

 

다시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서....

아민이 TV를 금지시키자 마을  사람들 일부는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들은 그것을 대체할 방식으로 가상의 방송국과 세트를 만들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오래가지 못합니다. '속이는 것과 속는 것은 둘 다 죄이며, 그래서 소설과 영화가 해롭다'라는 이유죠.

이로써 강제로 그들만의 방송국은 폐쇄가 되고 방송중단이라는 상황까지 겪게 됩니다.

 

그러나 아민 역시 모든 것을 인정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강제로 바자 제도를 만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민은 성지순례를 가러간 곳에서 1차로 통과에 실패합니다.

이유는 여권이 없기 때문이죠. 여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영혼이 없는 것들을 모두 반대했던 그로써는 난감한 입장입니다.

사진촬영을 비밀로 하고 풀이 죽은 모습으로 촬영에 임하는 아민의 모습을 보며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익혀야 함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다카에 올라온 아민은 이번에는 사기를 당해 진짜 성지순례를 가지 못할 상황에 놓입니다.

신을 만나지 못한다는 슬픔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마을주민들에게 당할 망신을 생각하면 속이 상하고도 남지요. 더구나 자신의 아들의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생기는 굴욕은 더 클테고요. 그렇지만 그가 묵던 낡은 호텔에서 그는 TV를 발견하고 거기서 코란을 모시는 특별집회를 TV로 생중계를 하는 모습을 접하게 됩니다.

자... 이제 그는 그가 그렇게 미워하던 TV를 인정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김인권 씨의 영화 <방가?방가> 같은 영화에서만 듣던 방글라데시라는 나라의 영화를 진짜 접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그동안 인도나 이란의 영화는 접했지만 또다른 아랍권 국가인 방글라데시의 영화의 궁금증도 컸던게 사실입니다.

이 영화는 우화처럼 다가왔지만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우아한 현대 우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경우 솔라이만 역의 찬찰 초두리나 솔라이만의 어설픈 부하직원으로 열연한 모샤라프 카림의 경우 방글라데시의 인기 텔런트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의외의 인물은 아민과 코히누르를 맡은 배우들이죠. 우선 아민 역을 맡은 샤히르 카지 후다의 경우 실제 직업은 유니세프 사무관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많은 문물이나 소식들을 접해야 하는 직접을 가진 사람이 이런 역할을 맡았다는게 상당히 아이러니한 부분이죠.

코히누르 역을 맡은 누스랏 임로세 티샤는 이 영화의 감독인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의 아내입니다. 미모의 아내를 둔 덕분에 영화 촬영이 수월하지 않았나 싶군요.

 

 

 

 

 

얼마전 폰을 새로 바꾸었습니다. 최신형 스마트 폰을 바꾸면서 나도 어른이다 보니 이런 자유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와 그들의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새 휴대폰을 가지고 실갱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통제가 심한 부모님과 자유롭고 싶은 딸아이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전쟁같았죠.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오래전 삐삐(무선호출기)가 나왔을 때 무료 증정행사를 보고서 부모님에게 조르다가 본전도 못건진 적이 있었는데 이들 가족의 모습을 보니 그 때 생각이 나더군요.

영화에서는 통제의 부당함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렇게 말하는 꼰대라 불리우는 어른들의 생각도 무조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 오래 살았던 사람으로 혹시 다가올 문제들에 대한 두려움이 기대보다 더 먼저 다가와서 그랬을지도 모르죠.

 

이 영화 <텔레비전>은 상영관이 적습니다. 부산영화제 폐막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봉관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행히도 합법적인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되도록이면 극장에 가셔서 그 감동과 그 공감대를 같이 느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꼰대로 살고 있는게 아닌지, 그리고 합리적인 방식과 소통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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