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사이비]진실과 왜곡은 종이 한장 차이? 연상호 감독의 무거운 고발.

송씨네 2013. 11. 19. 00:38

 

다른 리뷰에 비해 조금은 감정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이 부분 주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신을 얼마나 믿으시나요?

아마 예전같으면 저도 '신따윈 없습니다!'라고 이야기 드렸을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확신에 차지는 않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세상의 조물주는 어딘가에서 당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죠.

장편 <돼지의 왕>(2011)을 통해 왕따와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었던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도 강력한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종교 이야기입니다. 진실과 왜곡 모두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애니메이션 <사이비>(The Fake)입니다.

 

 

 

 

어느 평온해 보이는 시골마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저수지 수위가 올라가면서 마을이 물에 잠긴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마을 주민들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미리 보상금을 챙기긴 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살던 마을의 터전을 떠난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법...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두 남자가 찾아옵니다.

장로인 경석(권해효 분/목소리)과 젊은 목사 철우(오정세 분/목소리)가 바로 그들이죠.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성전이 세워지고 이들은 동산을 마련해 마을 주민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하는 샘물을 팔아 교인들에게 그 수익금을 챙기고 있습니다.

한편 마을을 향해 내려오는 사람이 또 한 명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민철(양익준 분/목소리)입니다.

그는 모든 재산을 노름으로 탕진하고 아내(황석정 분/목소리)와 딸 영선(박희본 분/목소리)을 버리고 간 사람이죠.

다시 마을로 향한 이 사내는 또 다시 노름판에 끼여들었고 영선이 어렵게 공장에서 피땀흘려 모은 돈을 가져가기에 이릅니다.

이 돈은 영선의 대학 등록금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시내의 술집에서 경석 일행을 발견하고 술김에 시비가 붙지만 알고보니 경석은 지명수배가 내려진 인물이었던 것이죠.

민철은 경찰에게 경석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술주정뱅이의 말에 귀담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동네 구멍가게 주인인 칠성(김재록 분/목소리)의 아내도 기적의 샘물로 암을 치료하게 되면서 경석과 철우의 믿음은 더 커지게 되었고 민철의 아내와 영선도 이들에게 설교와 그 모든 것들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아무도 민철의 말을 믿지 않게 되자 그는 최후의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영선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과연 최후의 웃는자는 누구이며 그리고 그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요?

 

 

 

학교폭력, 군대 가혹행위, 종교문제...

공교롭게도 연상호 감독들이 그동안 장편과 중편을 통해 다루었던 이야기들 입니다. 근데 하나같이 무겁죠?

물론 이들 이야기는 실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룬적이 있으며 다룰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더 이야기를 절망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너무 절망적인거 아니냐고요? 아니요!

오히려 실제 우리들의 모습은 절망적입니다. 드라마나 실사 영화에서 다뤄지는 것은 상당히 순하게 편집하고 순하게 그려진 것들입니다.

그리고 실사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것들도 의외로 많고요. 더구나 실사로 만들어질 경우 그 많은 제작비는 어디서 감당해야 할까요?

 

애니메이션 <사이비>의 제작비는 2억원 안팍입니다. 여전히 큰 제작비이지만 상업영화나 TV 드라마를 생각하면 아주 저렴한 제작비입니다.

더구나 세트와 배우, 스텝들의 인건비나 이런 저런 비용을 포함한다면 오히려 이런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야기를 과연 누가 만들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종교문제는 특히 더 심합니다. <PD 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고발성 교양 프로그램에서 종교문제를 다룰 때 방송을 앞둔 시점에서 종교단체들이 시위를 합니다. 방송을 못하게 막기도 하고요. 일부 종교 단체들은 동성애가 등장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반대하며 사탄과 악마 이야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이 작품이 상업영화로 만들어졌더라면, 그리고 그런 소식이 한 줄만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부 종교단체에서는 들고 일어날것이 뻔한 일이죠.

 

저는 그런 점에서 연상호 감독의 이번 도전을 무모하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힘든 도전이며 박수쳐야 할 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특정 종교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스컴에서 봤음직한 이야기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만병통치약이라면서 일반물을 비싼 값에 팔기도 하며, 신도들에게는 온갖 이런 저런 이유로 헌금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신에게 받치는 제물이라면서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거나 윤락업소에 팔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가감없이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 <사이비>인 것이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이야기를 보도 교양 프로그램은 할 수 있어도 앞에서도 이야기 드렸듯이 상업영화나 드라마로써는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방송금지 요청은 물론 시위를 하고 극장을 점거하겠다는 협박도 하는 사람들인데 과연 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요?

 

연상호 감독들의 작품은 하나같이 강도가 센 작품들이 많습니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야기를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아마도 이런 직설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가 싶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그의 초기작에서도 볼 수 있는데 가령 단편 <지옥:두개의 삶>(2006)을 보더라도 그렇고요. 그나마 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덜 잔인한(!) <사랑은 단백질>(2008)에서는 처참한 모습의 통닭 앞에서 울고 있는 닭 아버지의 모습도 등장합니다.

그 속에서 풍자를 느끼기도 하는데 <돼지의 왕>은 이런 풍자의 본격적인 서막을 아린 작품이라고 봅니다. 왕따 소년이 등장하고 그를 구해주는 그들만의 왕(돼지의 왕)이 등장하면서 학교에는 평화가 찾아오는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곪아터진 상처가 깊이 남아있음을 보여주었던 작품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이비>는 이런 연상호 감독들의 전작에서 연장선상인 부분인 것이죠.

 

가족을 버린 술주정뱅이와 선한 인상의 사기꾼,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감추어야 사는 젊은 목사까지...

진실을 말하는 자와 거짓이 진실로 둔갑한 자와의 대결을 통해 아이러니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수배전단의 사람을 보고도 부정하는 마을 주민과 철우의 모습만 봐도 그렇죠.

심지어는 칠성처럼 진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이 그에게는 이득이 될 수도 있고 차라리 거짓을 믿는 것이 지금 자신과 살아가는 아내를 위해서도 행복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민철과 영선이 대립하면서 아버지인 민철에게 자신은 사랑받기 위해 선택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었다는 얘기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도 있듯이 사랑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자신인데 그렇다면 왜 태어났는가에 대해 민철에게 묻죠. 그러자 민철은 대답합니다. '그건 니 팔자야...'라고 말이죠.

그 탄생이 고귀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고귀한 탄생이 그냥 묻쳐지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연상호 감독들은 배우인 지인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익준 씨나 오정세 씨는 거의 단골이고 심지어는 프리렌서인 허지웅 기자와도 절친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특히나 양익준 씨는 드라마도 악역전문, 영화도 악역전문... 거기에 애니메이션까지 악역을 전문적으로 맡고 계시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하지만 지인들을 활용한다고 해서 상당히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특이하게 스케치한 영상을 보여주고 그 것을 토대로 발성을 시키고 대사연습을 시킨 다음 그것에 맞게 스토리를 그리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배우의 개성이 존중되며 조금은 귀찮긴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작품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일반 성우에서 보여질 수 있는 특유의 발성방식에 관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게 싫어서 배우 더빙버전이나 혹은 자막버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런 부분에는 찬반양론이 많은 편입니다. 저도 솔직히 성우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발성이 좋은 배우들이 더빙을 하게 된다면 그 점에 있어서도 찬성한다는 것이죠. 다만 여전히 흥미위주의 화제의 스타들을 데리고 더빙을 시키는 문제는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런점에서 볼 때 연상호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양익준 씨나 오정세 씨의 발성톤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전작 <돼지의 왕>에 이어 역시 같이 작업을 하는 박희본 씨도 마찬가지며 조연급 등장인물들도 되도록이면 성우들이 아닌 일반 배우를 기용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죠.

거기에 권해효 씨까지 악날한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니 이 부분 역시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 종교들을 보면 요즘들어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직 대통령을 찬양하는 사람들도 있고,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인상이 좋아보인다고 떠드는 사람도 있으며, 외국인이 많은 명동거리에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대한민국 종교계의 현실입니다.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에 종교를 이용하며 심지어는 뉴타운 같은 생활 터전에도 하나님 말씀을 들먹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양심있는 종교인들이 반성을 촉구하고 있고 어떤 종교인 분들은 비양심 종교인들 때문에 고개를 못들겠다고 하소연도 합니다.

그런점에서 <사이비> 같은 고발 영화는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그럴껍니다. 실사로 만들 수 있는 영화를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냐고 말입니다.

그런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선 제작비를 많이 모으셔야 하고 배우들과 스텝들을 모으셔야 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수많은 악플러들과 종교단체들과 싸우실 자신이 있다면 만들어보시라고 말입니다.

과연 누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다시한번 되묻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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