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변태가면]변태라 욕하지 마라... 순정마초의 슈퍼히어로 도전기!

송씨네 2013. 11. 13. 01:48

 

본 리뷰는 부천영화제 필름버전으로 본 것으로 실제 개봉버전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과거 같으면 입에 담기 힘든 단어가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변태'라는 단어죠.

동물이 변하는 형태를 뜻하는 생물학적 의미가 있지만 사실 우리 인간들에게 이 '변태'라는 단어는 '저질'보다 더 심한 상황일때 아마도 이 단어를 사용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성(性)에 대한 우리의 인식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방적이었고 이른바 '색드립'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며 성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그러고보면 의외로 19금 단어일 것 같은 '변태'라는 단어가 19금 단어가 아니라는 사실이 약간은 놀랍기도 합니다.

 

올해 2013년 부천영화제(이하 '피판')에서는 좀 유별난 영화가 상영이 되었습니다.

변태가 슈퍼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구해낸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적어도 우리보다는 성에 더 개방적인 일본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변태가면>(HK 変態仮面 / HK:Forbidden Super Hero)입니다.

 

 

 

 

 

 

SM(마조 & 사디) 관계로 만난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쿄스케(스즈키 료헤이 분)...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전학을 온 아이코(시미즈 후미카 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하지만 SM의 피가 흐르고 있는 쿄스케는 의외로 소심함은 물론 순둥이에 가깝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코를 포함한 인원이 인질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녀를 구하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소심했던 그는 아무거나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로 마음먹지만 하필 그가 가리고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여성의 속옷...

그런데 그 속옷의 힘 때문일까요? 갑자기 힘이 강해진 쿄스케는 악당들을 일망타진하게 됩니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 되어 가고 있을 때 타마오(무로 츠요시 분)를 비롯한 건달 일행이 쿄스케의 학교를 접수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곳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보물이 위치한 학교 유도부를 급습해야 하는데 하필 그 곳에 쿄스케가 있던 것이죠.

다시한번 변태가면이 등장함으로써 평화는 찾아오는 듯 했지만 변태가면을 처리하기 위해 타마오는 유인책으로 바른생활가면(사토 지로 분)을 학교에 투입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선생으로 위장한 토와타리(야스다 켄 분)까지 동원해 변태가면 처리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토와타리는 또 다른 비밀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로 인해 변태가면... 아니, 쿄스케는 일생 일대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의 변태가면은 학교와 아이코를 지키고 지구도 구할 수 있을까요?

 

 

 

 

올해 피판에서는 몇 가지 영화를 보았는데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毒戰 / Drug War 2012) 같은 홍콩식 르와르 액션도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병맛 스타일의 영화를 몇 편 보기도 했지요. <맨보그>(Manborg 2011) 같은 작품이 그랬고 또 다른 일본 영화인 <내 여친은 피규어>(フィギュアなあなた / Hello, My Dolly Girlfriend 2013)는 수준높은 핑크무비라고 하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했던 영화였죠.

어떻게 보면 <변태가면>도 전형적인 병맛 스타일의 영화라고도 보여집니다. 또한 B급 스타일의 향수도 느껴지는데 한편으로는 일본이기에 저런 영화가 나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피판 행사를 놓치고 일부 영화를 서울에서 특별상영한다는 소식에 보게 된 영화가 바로 이 <변태가면>이죠.

설마 이런 영화가 정식개봉을 할리가 없을테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수입,배급사는 다소 위험한 모험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변태가면>은 실제 1992년~1993년까지 일본 만화 잡지에 연재되었던 만화 '궁극! 변태가면'을 가지고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만화로 만든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런 이야기를 영화화 시킨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죠. 하지만 그렇게 놀라실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디트로이트 메탈시티>(2008)을 통해 진정한 병맛이 뭔지를 확실히 느꼈으니깐요. 뒤늦게 저는 캐이블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분명 병맛인데도 기여코 빠져들고 마는 마성의 영화였다는 점에서는 부정할 수 없었는데 이 작품 <변태가면>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위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만화가 원작이라는 것의 공통점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가장 큰 공통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끝판왕 악당인 볼드모트를 주인공들이 그 이름을 제대로 말할 수 없듯 이 영화도 우리가 쉽게 '변태가면 한 장이요!'를 쉽게 외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일지도 모릅니다.(시사회장에서도 이 영화의 이름을 제대로 외치신 분들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입니다.)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잘못 부르면 민망해지는 그 이름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변태'라는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야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노골적인 상황들이 많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많이 민망하긴 하겠지만 그것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기에 무시할 부분은 못된다는 것이죠.

 

여성의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 쓰면 힘이 솟아나는 변태가면은 우리가 생각하는 히어로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능력하고 존재감이 없는 히어로라는 점에서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를 생각하기 충분합니다. <킥 애스>의 데이브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그럴까요? 영화의 오프닝에는 마블 로고를 교묘히 패러디한 모습도 보이고 스파이더 맨처럼 도시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그러나 무엇을 뒤집어 쓰느냐에 따라 민망함의 강도라던가 활약상의 모습들이 달라지듯 분명 여성의 팬티를 뒤집어쓴 변태가면의 모습은 분명 히어로적인 모습임은 분명하나 여전히 자신의 민망한 무엇인가를 감추고픈 욕망은 분명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남성의 가장 중요한 그 부위를 가리고 그것을 가지고 무기로 삼을때 아마 더 환호하는 것은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양쪽 모두 민망해질 수 있겠지만요.

분명한 것은 B급 감성속에 기존의 알고 있던 슈퍼히어로물의 틀을 전복시키며 특유의 쾌감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르기 민망한 제목의 영화지만 보고나면 유쾌함 속에 극장문을 대부분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죠.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의 공동 각본을 쓴 사람이 일본의 대표적인 청춘스타인 오구리 슌이라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즐겨읽던 만화를 영화화함으로써 본인과 관객모두 즐거운 일을 선사하고 싶었던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연을 맡은 배우들을 살펴보면 우선 쿄스케 역을 맡은 스즈키 료헤이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가 된 적이 있는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오리지널판에 출연한 배우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인 <독수리 오형제>(일본에서는 '갓챠맨'이라고 불리우죠.)의 실사판에 출연하여 그럭저럭 많이 알려져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아이코 역의 시미즈 후미카의 경우 장수 특촬물인 <가면 라이더> 시리즈에 단골로 출연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고요.

 

재미있는 사실은 쿄스케의 어머니 마키 역할을 맡은 가타세 나나로 그녀는 1983년 생으로 1981년 생인 스즈키 료헤이를 생각할 때는 나이차가 크지 않은 두 배우가 어머니와 아들 역할을 했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죠. (하긴... 우리나라의 경우 김수미 씨가 젊은 시절부터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 방송)의 일용엄니 역할을 했다는 일화도 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심지어 상대역인 일용 역의 박은수 씨와의 나이차가 크지 않았다고 하니깐요.)

 

 

 

 

이 음악 어때요?

이 영화가 가면을 쓴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답게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이들도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는 휘황찬란하게 등장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속옷 사이로 강렬한 음악이 하나 등장하는데 일본의 락 밴드인 맨 위드 어 미션(Man With A Mission)의 'Emotions'라는 노래가 등장합니다. 실제 이 팀도 늑대 탈을 쓰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콘서트나 공연에서도 항시 이 가면을 쓰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늑대밴드'라는 별칭도 얻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올해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도 이 가면을 쓰고 와서 노래를 부르고 갔다고 합니다.

 

 

 

 

 

 

 

 

영화의 제목 탓일까요?

개봉관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매표소에서 '저기, 변태가면 한 장 주세요!'를 외치기에는 민망하다는 것을 극장주들이 알고 있어서 일까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그 선입견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약간은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유쾌한 변태들의 반란이 보고 싶으신 분은 이 영화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시잖아요... 이런 영화들이 영화제에서는 주목받아도 정작 공식 개봉에서는 찬밥신세라는 것을 말이지요.

빨리 볼 수록 이익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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