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 미니츠 첼로

물의 이야기(Histoire D'eaux)-한남자가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 인도남자는 물을 찾는 한 노인을 만나고 물을 찾으러 떠난다. 그러다가 오토바이가 고장나 어쩔줄 모르는 한 여인을 만나고 그 여인의 오토바이를 고쳐주면서 사랑을 싹튼다. 여기가 독일... 아니, 이탈리아란다.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인가? 사랑하면 됐지... 결혼도 하고 애도 나았지만 그리고 어느날 일어난 사고... 사고 수숩하던 길에 다시 원점으로  왔다. 또 그 노인이었다. 아직도 물을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시간에 대해서(About Time 2)-네 개의 화면으로 나뉘어지고 한 남자가 무언가 글을 쓰고 있다. 그 글의 내용처럼 옆화면에서는 여자가 뛰고 있다.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연인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소년... 그 남자의  

부모로 보이는 두 노인이 각자 두 대의 텔레비전에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면은 서로가 서로 이어져 있고 남자는 뭔가에 홀린 듯 그렇게 벽에 기대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순간(One Moment)-한 중년의 남자가 회상에 젖어 있다. 그는 왕년에 유명했던 꽃미남 배우였다. 세월이 변하고 사람의 얼굴도 변한다. 그의 얼굴도 빛도 까칠까칠하고 중후함이 보인다. 그는 나이를 먹었지만 무언가에 환희에 찬 모습이다. 하지만 세월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10분 뒤(Ten Minutes After)-남편의 생일을 준비하는 아내...TV에서는 같은 말만 죽어라 반복하는 회화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고 들뜬 마음으로 남편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우울한 모습에 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듯 부인의 모습에는 별 반응이 없다. 아... 그런데 심하게 부인을 공격하는 남편... 얼떨결에 칼을 든 아내... 그리고  그 10분은 악몽이 되었다.

 

낭시를 향해서(Vers Nancy)-두 남녀가 대화를 하고 있다. 기차안에서... 이민자이야기라던가 프랑스 인의 이야기들... 인종차별 이야기 등등 길고 화면은 계속 이 둘을 비추고 있다. 기차는 계속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저만치 같이 동승한 흑인 남자가 묻는다. "언제 도착하죠?"

 

계몽(The Enlightenment)-시간을 흘러가고 있다. 과거, 현제, 미래... 그러나 종류에 따라서 그 현제가 다르게 분류될 수도 있고 해석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항상 그랬던 것 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고 즐기고 있다. 메니큐어도 바르고 그 와중에도 시간을 흘러간다. 고기를 굽던 한 중년남자가 벌레를 피하려다 전기에 감전되어 쓰러진다. 그는 죽었다. 이렇듯 시간의 운명이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렇게 혼자 궁시렁되던 모기 한마리 역시도 자기의 운명은 모르긴 모르나 보다.

 

별에 중독되어(Addicted To The Stars)-지구로 귀환한 남자... 서기 2146년... 비행사였던 그는 겨우 10분을 우주에 머물렀지만 지구는 그 사이 80년이 흘렀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고 그러던 와중 비행선 안에서 그렇게 꿈꾸고 그리웠던 아들을 다시 만났다. 그러나 아들은 너무나도 지쳐보이고 머리카락은 하얀색으로 변해 있었다.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온 것으로 늙은 아들에게는 행복할 따름이다.

 

시대의 어둠 속에서(Dans Le Noir Du Temps)-밤은 왜 어두운 걸까? 어둠속에서 우리는 많은 마지막 순간들을 겪고 있다. '청춘의 마지막 순간', '용기의 마지막 순간', '사유의 마지막 순간', '기억의 마지막 순간', '사랑의 마지막 순간', '침묵의 마지막 순간', '역사의 마지막 순간', '공포의 마지막 순간', '불멸의 마지막 순간', '영화의 마지막 비전'... 그 내용은 하나같이 장 뤽 고다르 자신의 영화들 속에 답이 있었다.

 

 

 

 

 

 

 

무려 총 9명의 감독... '텐 미니츠'의 1편 격인 '텐 미니츠-트럼펫'의 후속작인 '텐 미니츠-첼로'...

1편에는 8명의 감독이지만 이번 작품은 위에 언급했듯 9명의 쟁쟁한 감독들이 참여하였다.

나라를 초월해, 시공을 초월해, 장르를 초월한 이들의 작품 9개는 시간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이다. 이 중에는 자신의 영화를 재해석한 것(시대의 어둠 속에서-장 뤽 고다르)도 있으며 실험적적인 작품도 있고(시간에 대해서-마이크 피기스) 이야기를 이끄는 자가 사람도 아닌 모기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던 작품(계몽-폴커 슐렌도르프)도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장난친(낭시를 향해서-클레르 드니) 작품도 있고 짧은 단편임에도 돈좀 들었을 법한 작품(별에 중독되어-마이클 레드포드)도 있다.

 

'물의 이야기'(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에서는 꿈이란 일장춘몽처럼 허무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직설적이지는 않지만 목이 마른 노인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간의 대해서' 원제인 'About time 1'으로 이미 작년에 첫선을 보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번 두번째 이야기 역시 난해함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보여지게 된다. 마이클 피기스가 좀 엉뚱하다는 얘기도 있고... '10분 뒤'는 시종일관 같은 집 같은 사람의 얼굴을 비추고 있지만 카메라는 알게 모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소만 고정되어 있을 뿐이지... 남편을 살해하고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은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돌아옴을 보여주는 것이다. '낭시를 향해서'는 솔직히 졸아가면서 봤던 작품이다. 그만큼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는 대화로만 이루어진 '비포 선 셋'을 생각할 수 있지만 '비포 선 셋'처럼 장소가 수시로 변하기라도 한다면 그것도 아니다. 제작비 절감하려고 일부러 고정된 장소에서 영화를 만든 것 밖에는 안되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이외에도 많은 실험적인 작품들이 보여졌다.

 

영화의 대부분은 물이 등장한다. 물은 생명의 출발 지점이고 순환함으로써 인간의 삶과 공통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사람은 태어나고 있고, 사람은 한줌의 흙으로 시작해 역시 그 끝도 흙이다. 강물의 흐름이 처음도 물이고 끝도 물인 것처럼...

 

지금 내 자리 옆에는 이 영화의 OST가 있다.

정식 발매가 아닌 극장에서 마련한 선물로 OST에는 이 첼로 편과 트럼펫 편에 등장한 클레식컬한 음악들이 모여있다. 음악은 아직 안들어봤지만 영화만큼이나 음악역시 차분하게 이루어져 음악을 듣는데는 거부감은 없을 듯하다. 시간과 물의 여행으로 한번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