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옴니버스 영화제-괴담(1964)

송씨네 2005. 2. 1. 00:59
흑발-어느 한 외딴 집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내는 매일 삼베와 같은 틀을 잡는 일을 하고 있지만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남편은 사무라이였고 큰 고을로 올라가게 되면 그 지방의 대단한 가문의 딸과 결혼도 하고 벼슬자리도 받게 될 상황이다. 돈과 명예와 우선이던 남편은 아내를 버리고 고을로 올라갔지만 아내 생각  뿐이었다.  고을을 핵심이 되고 나서 몇 년후 그 허름한 외딴 집으로 찾아왔는데 역시나 아내가 반가히 맞이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설녀-두 나뭇꾼이 눈발이 날리는 산을 넘어오고 있었다. 강과 강사이를 연결하는 배도 사라지고 사공도 사라져버리고 두 나뭇꾼은 허름한 나무움악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던 와중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그 나뭇꾼의 정기를 빼놓기 시작한다. 남은 나뭇꾼 한 명은 겁에 질려있었지만 자신을 본 것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그 나뭇꾼을 살려준다. 그리고 몇 년... 한 여인이 그 나뭇꾼에게 찾아온다. 행복한 생활이 계속되고 나이가 들었지만 변하지 않는 고운 얼굴의 그녀는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귀없는 호이치-호이치라는 젊은 스님이 있었다. 그는 앞을 못보는 봉사였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느 그는 바다 저 먼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 내용은 전쟁에 몰락한 한 가문에 대한 노래... 어느 날 이 노래의 주인공인 하이케 가문의 장군 유령이 찾아와 그에게 노래를 요청한다. 얼떨껼에 노래를 한 호이치는 그러나 법사들에게 발각되어 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경고한다. 몸 전체를 불경으로 감싸고 절대 따라가지도 움직이지도 말라는 경고를 받은 상태에서 호이치는 수행을 하고 있다. 역시나 또 나타난 그 유령들... 그런데 안보인다. 거기만 빼고...
 
찻잔 속에서-사무라이 칸나이. 그는 뭔가 남과 튀는 사무라이다.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는 와중에 칸나이는 태평스럽게 물을 마시러 물통 앞으로 갔다. 그리고 잔앞에 입을 갖다대는 순간 한 남자가 물속에서 칸나이를 보면서 실실 웃고 있다. 물을 버리고 잔을 바꾸어도 그 얼굴은 떠나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마셔버린 칸나이... 그리고 그날 밤 보초 당번을 스는 칸나이 앞에 그 물속에 비친 남자가 등장한다. 칸나이를 약올리는 그 의문의 남자... 그 남자가 도대체 뭐길래...
 
 
현제 서울 아트 시네마에 가면 주옥같은 옴니버스 영화들을 볼 수 있다.
이름하여 '2004 옴니버스 영화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옴니버스 작품들이 모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여섯개의 시선', '1.3.6', '다음 필름 페스티벌'처럼 옴니버스 영화들이 쏟아져 개봉되고 있다. 이는 참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소개한 '텐 미니츠-첼로'도 사실 같은날 본 영화이다.
두 편을 동시에 소화하긴 힘들었지만... 하여튼 국내외로 옴니버스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1964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당시 칸영화제에서도  충격속에 상영된 작품이었다.
FILM 2.0의 김세윤 기자는 이 작품을 무서워서 중간에 비디오 테잎을  끊었다는데 그건 오바다...
영화는 무섭다. 김 기자 말대로...
하지만 이 작품은 무서움속에 그 당시로써는 최고의 엽기였고 중간 중간 위트가 있어서 사실 이 영화를 무섭다고 얘기만 하기에는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오히려 그 어처구니 없는 황당함에 웃음을 짓게 만든 작품이라고 할까?
 
이 작품은 언듯 보면 '전설의 고향'을 연상시킨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 제목이 일단 '괴담'이라는 것 자체가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고 몇 몇 작품을 보면 '전설의 고향'의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마지막 네번째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에서 실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라고 한다. 특히 두번째 이야기 '설녀'의 경우 우리나라의 구미호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점을 지울 수가 없다. 가령 설녀가 '나를 보았다는 얘기를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마라, 이야기를 하게되면 너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이다.'라는 대목은 구미호와 비슷하고 구미호이건 설녀이건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완벽한 인간이 되지 못하고 남자(남편)의 곁을 떠나게 된다.
설화라는 점을 가만하면 한국 혹은 일본 둘 중 한 곳이 먼저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또한 표절이라기 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넘어오면서 우리나라 이야기로 설정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데렐라'와 '콩쥐팥쥐'의 공통점 역시 여기서 찾으면 역시 이런 공통점과 이런 가능성이 보여진다.
 
네번째 이야기의 경우 나머지 세 편에서 계속 목소리로만 등장했던 화자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는 글을 쓰는 작가이며 출판사에 압력에 시달린다는 대목은 관객들을 웃음짓게 만든다. 이런 압력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아서가 아닐까?... 영화는 마지막 황당한 결말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이 영화가 옴니버스라는 점, 그러나 나중에는 알고보면 하나의 이야기라는 점...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괴상한 영화 한 편 보았다.
 
PS. 정말 이 작품이 6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자체 세트제작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두 번째 이야기인 '설녀'의 경우 나뭇꾼이 나무를 쓰러트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 역시 세트장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귀없는 호이치' 역시 물이 들어간 세트가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과거 드라마경우 세트를 사용하긴 하지만 비싼 제작비 때문에 어려움도 많은지라 특수촬영 경우는 미니어처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 배에서 두 적군이 싸우는 장면까지도 세트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눈 쌓인 산길을 표현한 것도 대단하고... 참으로 일본인들도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런 잔머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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