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그때 그사람들

송씨네 2005. 2. 8. 07:07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말이 없었다... (아, 이건 노래제목이고...)
 1979. 10. 26... 이 날은 국내 정치사 중에 가장 가슴아프면서도 한 독제자의 죽음에 말들이 많았던 시기이다. 중앙정보부 김부장은 좀 쉬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는 인원초과로 대통령 핼기도 못탔다. 그걸로 삐진다면 웃길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을 조롱하는 듯 앉아있는 차실장과 항상 신경이 쓰였던 그 할아버지를 그 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결판을 못지을 것 같다. 그래서 주과장과 민대령과 같이 이 사건을 처리하기로 한다. 궁정동에는 적막이 흐르고 늘 그랬던 것처럼 자그마한 만찬이 시작되고 젊은 두 여인을 초대한다. 하나는 좀 방정맞은 젊은 학생이고 하나는 심심치 않게 TV에 나오는 가수이다. 여기에 대통령 수행비서도 있고... 하여튼 복잡하지만 궁정동은 적막감이 흐르는 것은 사실이다.
 탕. 탕. 탕... 자신이 왜 이것을 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역사는 참으로 사람을 잔인하게 만든 것 같다.
 
 
초반 1분 이상 암혹속에서의 시작...
법원판결로 인해 약 3분여 시간이 잘린 영화는 당초 김윤아(극중 초청받은 가수/실제로도 가수-자우림 보컬)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음악만 나올 뿐 검은 화면은 좀처럼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아줌마(윤여정 씨)가 주 과장(한석규 씨)에게 당하고 있다. 결국 그 아줌마와 딸은 고문 아닌 고문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왔다. 김 부장(백윤식 씨)은 건강이 좋지 않아 부황을 뜨고 있다. 사실은 자신 앞에서 껄쩍대는 차 실장(정원중 씨)을 없애버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중심목표가 그 할아버지(송재호 씨-영화에서는 절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란 이름으로 안나온다.)로 바뀌어버린 이상 확실히 일을 처리해야 했다.
 
임상수 감독은 소위 '떡 3부작'을 만들어 성과 우리의 삶을 비교하여 보여준 감독으로 많은 이들에게 화제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문소리를 확실히 망가뜨려준 '바람난 가족'에 이어 이번에 그가 들고 온 이야기는 한국의 정치사 문제이다. 대통령은 죽었지만 아들이 사업가가 되어 있고 딸은 정치가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이야기가 영화화가 되는 것은 사실 위험한 도박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임 감독은 도박을 선택했으며 조금 판돈을 잃긴 했다.
 
3분의 잘림과 더불어 일부 보수 언론과 보수 주의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토론 프로그램에 이슈가 되자 '영화 선전을 위한 하나의 쇼'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게 되고 역시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는 판단이 서게 되었다. 과연 이 작품은 거품 가득한 싸구려 영화인가?
 
이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잘 안보는 40~50대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부담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객석에는 많은 관객이 있었으나 10. 26을 경험한 세대보다는 본인처럼 10. 26과는 전혀 관련없는 젊은 세대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영화는 이게 픽션이냐 허구이냐라는 말이 많았다. 분명 잘린 앞 부분과 뒷 부분은 사실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저격도 사실이며 김재규(영화에서는 김부장)로 인해 사살된 것도 맞다. 하지만 그 나머지는 감독의 상상을 생각을 바탕으로 한 허구라는 것이다. 이건 내 생각이지는 모르지만 10. 26을 아는 세대가 아니라면 아마도 젊은 세대들은 이 영화의 대부분을 사실이라고 믿을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말해서 어느 부분이 사실인지 허구인지를 구분을 못하겠다. 적절히 사실과 허구를 구분지었다면 영화를 보는데 헛갈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임감독은 허구이야기는 맞지만 모두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었노라 주장한다. 그리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바치는 영화라고 말한다.
 
FILM 2.0은 이 점에 많은 지면을 들여 딴지를 걸었고 씨네 21의 일부 칼럼을 쓴 이들도 어느정도 딴지를 거는 듯 싶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마지막 김부장을 비롯한 모든이들이 잡혀 법에 심판을 받고 일부는 사형을 당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앞부분에 등장했던 아줌마(윤여정)의 나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데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결론이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언론이나 포탈사이트에서는 이 작품의 장르를 코믹이라고 했는데 과연 코믹이라는 것이다. 코믹... 물론 풍자와 사실, 유머를 곁들인 이 작품의 장르는 블랙 코미디가 맞긴하다. 하지만 결코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많이 웃을 수가 없었다. 피가 계속 뿜어져 있고 시체가 뒹굴고 있는 궁정동 만찬회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 장면... 결코 웃을 수 없다. 잔인하다. 앞의 여성의 음란한 부분이 나왔을 때도 과연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가 맞나 하는 의문도 들었다. 웃겨볼려고 했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영화가 '그때 그사람들'인 것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맘에 드는 장면들이 있긴하다. 아주 한산하기 짝이 없는 광화문 거리를 뱅뱅도는 주과장의 차... 이 모습은 아주 혼란스러운 시점을 잘 표현한 부분이라고 얘기한다. 박 전대통령이 엔카를 즐겨부르고 일본어를 즐겨섰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기는 하지만 그와 별개로 초청녀로 등장한 김윤아의 엔카는 정말 환상적었다. 원악 훌륭한 보컬이라서 딴지를 걸 수 없지만 기왕 부르는 것 국내 가요 한 곡 뽑아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홍록기와 봉태규의 생뚱맞은 까메오...
좋았다. 봉태규의 경우 임 감독의 전작 '바람난 가족'후 특별 출연을 해주는 듯 싶은데... 홍록기와 임상수 감독... 매치가 안되는 것은 나 혼자의 생각인가?
 
이 영화... 정말 평가하긴 난해하다.
하지만 시도는 좋았으며  앞으로 이 논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과제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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