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주먹이 운다

송씨네 2005. 4. 25. 06:57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아시안게임 은매달 리스트 강태식이라고 합니다.
오늘 제가 여기에 나온 이유는...
거리 한복판에 그가 서있다.
그가 여기 나온 이유는 그의 말처럼 돈못받고 애인에게 버림받고 이런 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러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이제 아무 직업도 없는 사람이다.
돈떼이고, 공장은 불타버리고...
 
또 한쪽에는 한 사내가 있다.
그는 자동차안에서 뭔가를 꺼내고 있다.
카 스테레오이다.
이 사내, 아니 이 소년 상환은 돈이 없다.
돈을 위해서라면 갑부인 영감의 돈도  빼앗아야 한다.
소년원에 들어갔다.
한바탕 싸웠다.
뭐 항상 하는 일이 그모양이지...
 
두 사람이 복싱을 한다.
한 남자는 자신의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또 한 남자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병석에 누워계신 할머니를 위해...
신인왕전...
복서들에게는 누구나 꿈꾸는 희망이지만 그 희망은 너무나 난해하다.
 
 
 
류승완 감독 작품을 나는 좋아한다.
그의 작품들은 항상 남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그 남자들은 폼나게, 때로는 처참하게 인생끝까지 향해간다.
나는 항상 그의 작품을 보면서 폭력미학에 동감하기도 하고 이해 못하기도 한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그나마 여자들의 이야기를 했다지만 여전히 그들은 웬지 마초 근성을 지닌 남자 같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생활속 도인의 이야기를 이야기했지만 그 도인의 대부분은 역시 남자이다.
 
이번에는 그런데 좀 다르다.
류승완 감독은 여전히 남자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 속에는 가족이라는 테마를 공통적으로 집어넣었다.
영화속 태식과 상환은 류승완 감독이 참고했던 모델이 있다.
태식의 경우 실제 일본에서 인간 센드백이 된 하레루야 아키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상환의 이야기는 실제 복서가 된 서철 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사람이 과연 같이 싸우면 어떤 이야기가 될 것인가가 도마에 올랐고 결국 '주먹이 운다'를 탄생시켰다.
 
최민식과 류승범의 연기는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최민식은 자타가 공헌한 최고의 배우임은 분명하고 류승범은 일상생활 자체가 연기였는지도 모를만큼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었으니깐...
수많은 감초들이 총출동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또다른 재미를 준다. 태식을 도와주는 식당주인 상철 역의 천호진, 의리를 위해 마지막에 맘을 고쳐먹고 역시 태식을 도와준 원태 역의 임원희, '밀리언달러 베이비'에 프랭키가 있었다면 상환을 위해 물심양면 도와준 복싱 코치 박사범 역의 변희봉, 아들을 위해 소화제를 챙겨주는 자상한 아버지 역의 기주봉, 그리고 상환의 할머니 나문희 까지...
약방의 감초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영화보는 내내 지루함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면 두 사람의 대결이 너무 허무했다는 것이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이들의 대결이여야 말로 가장 중요한 장면임은 분명하다.
열심히 그들은 싸우긴 했지만 큰 변수가 등장하지 않아서 사실 박진감은 느끼기 힘들었다.
마지막에 승자와 패자로 나뉘긴 했지만 승자도 패자도 모두 한마음이었다는 것...
좋았다. 하지만 이게 이 영화의 끝이라는 점이 아쉽다.
뭔가 뒷이야기라던가 다른 상황을 더 첨부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영화가 마지막에 맥없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남자 이야기 보다는 가족애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류승완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잘 추구하는 감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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