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
숫자는 최근 영화계에서는 많은 의미를 주기도 한다.
영화 '왕의 남자'가 1 천 만(10,000,000)이라는 숫자를 돌파하고 있을 때 또 다른 한편에서는 '투사부 일체'가 국내 코미디 영화부분에서 역대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그리고 위의 숫자 20,000(2 만)을 기록한 영화가 있다.
예술영화이고 고작 상영한 극장의 숫자는 5 개관이다.
그러나 그 위력은 대단해 전회 매진사태를 기록하였다.
이누도 잇신의 신작 '메종 드 히미코'의 2 만 명 돌파는 큰 뉴스가 아닐 수도 있지만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예술영화는 1 천명을 넘기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2 만 명 돌파라면 그 의미는 또 달라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를 배급/수입한 영화사이다.
역사는 고작 4년밖에 안된 수입/배급사가 대박영화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영화들에 중심에는 조성규라는 인물이 있다.
수입/배급 전문 영화사인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를 이 메일로 만나보았다.
songcine : 2002년 설립된 스폰지... 사실 얼마 안된 것 같은데요. 간단히 스폰지의 역사(연혁)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성규 대표(이하 '조 대표') : 스폰지는 2002년 1월 설립되었습니다.
현재 12명이 일하고 있고, 이 사람들 가운데 저를 포함한 4명은 예전부터 같이 영화일을 하시던 분들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지금은 없어졌지요...
회사에 대한 소개는 저희가 지금까지 수입/배급/제작 했던 영화들로 대신하는 게 좋을꺼 같네요....
아무튼 영화 수입/배급/마케팅/한국영화 제작/디브이디(DVD) 제작/오에스티(OST) 제작 등 머 영화와 관련된 모든 일을 다 한다고 보심 될 꺼 같네요..
songcine : 사실 좀 헛갈리는 것이 스폰지는 공식 홈페이지는 없지만 '시네 휴'라는 사이트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냥 라인업을 소개하는 중심이고 커뮤니티와 관련된 컨텐츠는 하나도 없는데요. 그렇다면 네이버에 '스폰지 하우스' 카페를 만드신 이유는 커뮤니티를 대신함이 그 이유인지요?
조 대표 : 시네휴(http://www.cinehue.co.kr)는 스폰지에서 수입/배급하는 작품들 가운데, 하나의 컨셉을 가지고 따로 묶어서 진행하는 작품들의 브랜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네휴 홈피에 나와있는 소개서를 보심 알겠지만. 이 프로젝트는 케이티비네트워크라는 벤처캐피탈의 자본 투자로 이루어졌고, 작품 선택 기준은 거장들의 신작... 이라는 겁니다.
영화별로 따로 홈피를 만들어 왔고, 네이버 카페의 스폰지하우스는 이런 영화별 홈피나 시네휴 사이트에서 불가능한 커뮤니티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이 맞습니다.
songcine : 직설적인 질문인데요. 여태까지 스폰지가 수입 혹은 배급한 영화들을 모두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스폰지는 적자인가요? 아니면 흑자인가요? 예상외로 성공한 영화와 심혈을 기울려 수입 혹은 배급을 했는데 실패한 영화를 손꼽으신다면?
조 대표 : 숫자상으로 약간의 마이너스지만, 미래가치를 포함한다면 플러스라고 생각합니다.
음, 사실 대부분의 영화사들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플러스 마이너스에 상관없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폰지는 그런 면에선 흑자, 적자는 회사의 존폐와 별로 상관없는 상태는 되었다고 말하고 싶고요.
예상외로 성공한 영화는 솔직히 없고요. 그냥 저희 영화는 대부분 예상한거 보다 조금 잘 되던지, 조금 안되던지 그정도 입니다.
가장 금전적으로 실패한 영화는 <도그빌>과 <도쿄타워>... 다 '도'자로 시작하네요...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 가장 애착을 가지고 만든 영화지만 실패한, 영화는 <온 더 로드, 투>일꺼 같네요.
songcine : 작년에 씨네코아에 '스폰지 하우스'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드셨습니다. 씨네코아가 어려움에 처하자 궁여지책으로 다른 상영공간을 제공한 경우 같은데 언제부터 '스폰지 하우스'를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상 스폰지의 전용관인데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 대표 : 예전부터 오프라인 상에 극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원래는 저희가 직접 극장을 만들려고 했지만 , 이게 생각보단 쉽지가 않더군요. 무엇보다도 제대로된 극장을 만들려면 최소한 10-15억 정도(1개관 기준)의 자본이 필요한데... 그런 자본을 쉽게 모을수도 없고, 시네코아는 스폰지가 처음 생길 때부터 저희가 수입한 대부분의 영화를 상영한 극장입니다. 시네큐브나 나다가 직접 수입/상영을 하는 시스템인데 비해, 직접 수입하는 조직이 없는 시네코아 입장과 극장이 필요한 스폰지의 입장이 잘 맞아 떨어서 서로 윈윈하는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고요... 관객들의 반응은 아무래도.. 앞으론 최소한 관객이 드는데,, 극장 사정으로 상영이 종영되는 경우는 없을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좋치 않을까 합니다.
첫 상영작이었던 <온더로드, 투>는 대실패 했지만 두번째 작품인 <메종 드 히미코>는 대박입니다...
songcine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하 '조제...')에 이어 '메종 드 히미코'(이하 '메종...')까지 이누도 잇신의 감독의 작품이 국내 팬들에게 반응이 좋습니다. 더구나 기사를 보니 '브로큰 플라워'도 반응이 좋다는 군요. 이렇게 스폰지에서 수입한 작품들이 반응이 좋은 비결은 뭘까요?
조 대표 : 결국 영화는 어떻게 홍보하고 어떻게 배급하고 보다는, (여기서 말하는 영화는 일반 상업영화가 아닌 작은 영화를 말합니다.) 본질적으로 영화자체의 힘이 흥행을 좌우한다고 봅니다.. <조제...>나 <메종...>, <브로큰 플라워> 그리고 앞으로 개봉할 영화 중에서도 솔직히 광고나 홍보와 상관없이 영화의 힘으로 충분히 관객이 들 영화는 거의 대부분 예상되로 된다고 봅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 2-3만 정도까지 들 영화는 대부분 저희가 처음 수입을 결정할 때부터 어느정도는 보인다고 할까요?
다만 그 영화를 어느 정도 가격에 구매하고, 어느정도 비용으로 배급하느냐에 따라 수익성만 달라질 뿐이죠.
저희가 홍보/마케팅/배급을 잘해서 영화가 잘되는게 20%라면 영화자체의 힘이 80%입니다. 그래서 사실 그냥 큰 준비없이 영화를 개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songcine : 스폰지 뿐만 아니라 최근 여러 중소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수입/배급하는 영화사가 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며 최근 라이벌이라고 생각되시는 영화사가 있다면? (특정 외국 영화 판권을 두고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영화사는 어디이며 무슨영화인지 이야기하실 수 있다면 이것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 대표 : 먼저,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말씀드린다면 선의의 경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들 하고 싶어하는 영화는 사실 어떻게 해서라고 사려고 하는 것이 이 업계의 생리이고, 결국은 누가 먼저, 좋은 영화를 잘 발견해서, 좋은 가격에 구입하는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죠.
사적으론 좋은 관계라 하더라도, 영화 구매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게 스폰지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 수입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보심이 좋을 듯 하고요.
특정회사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들 예술영화 , 작은 영화는 돈이 안된다고 포기했을 때 스폰지는 오히려 더 많은 영화를 구매했고요. 최근 저희가 하는 영화들이 수익이 된다고 기사가 나고 하니, 다시 많은 회사들에서 작은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구매를 하려고 하더군요. 시장이 과열되는거에 대해선,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심하면 결국 가격이 오르고, 그러면 국내에서 아무리 어느정도 흥행이 되도, 손해가 나고, 그럼 결국 다시 구매를 안하고, 이려면, 예술영화 /작은 영화의 수입.배급이 주춤해지고, 자꾸 이런일이 반복되는거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금까지 꼭 하고 싶어는데 놓친 영화로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화씨911> 정도입니다.
경쟁에서 진 경우죠.
songcine : 좀 민감한 질문입니다. 최근 스크린 쿼터로 인해 말이 많습니다. 일부에서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대한 쿼터가 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생각들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조 대표 : 이 부분에 대해선 제 입장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매체를 통해 그런 의견을 말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네요.. 솔직히 스크린 쿼터 문제 땜에 여러 기자들로 부터, 의견제시와 기고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죄송합니다.
songcine : 마지막 질문입니다. 스폰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며 앞으로 배급 혹은 수입할 영화들을 살짝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조 대표 : 스폰지는 스폰지 다운 영화를 계속 수입/배급/제작 할 것입니다.
스폰지 답다라 함은 지금까지 저희가 가진 색깔을 크게 바꿀 생각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영화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감독입니다.
재밋는 소재, 좋은 배우가 나오면 흥행도 되고, 수익도 나겠지만, 모든 영화가 그렇치는 않겠죠. 한 감독을 선택하면 가능하면 그 사람의 예전작품부터 신작까지 계속 라이브러리화 하는 것이 스폰지의 방침입니다.
빔 벤더스, 라스 폰 트리에, 왕가위, 기타노 다케시, 페드로 알모도바르, 짐 자무쉬, 프랑소와 오종 등... 한번 이 리스트에 들어가는 감독의 영화는 계속 신작을 구매하고, 판권이 만료된 영화는 재구매 하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론 미국영화보단 비미국영화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장르적인 선호취향은 별로 없습니다.
한국영화는 1년에 한 두편 정도 직접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거칠마루>와 <온더로드, 투>를 제작했고, 현재 한편의 한국영화를 제작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개봉할 작품들은 저희 스폰지하우스 카페(http://cafe.naver.com/spongehouse) 왼쪽리스트를 보심 잘 나와 있고요.
대략 한달에 3편 정도의 작품을 개봉한다면 산술적으론 일년에 36편의 작품의 개봉이 가능하겟죠.
가능하면 많은 영화를 개봉해서, 관객들이 좋은 영화를 시간적인 딜레이(원제작국가와)없이 보게 하는 시스템을 정착하는게 단기적인 목표이고, 장기적으론 좀더 안정적인 극장체인망(프랑스의 엠케이2 체인같은)을 구성하는게 목표입니다. 종합적으론 스폰지라는 회사가 하나의 브랜드화 되어, 작지만 좋은 영화를 통칭하는 그런 의미가 된다는 더할 나위없는 일이겟죠.
이 인터뷰를 준비할 쯤 조성규 대표는 이미 베를린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영화 몇 작품을 구입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된다.
스폰지가 현재 수입/배급하는 작품 중에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 '타임 투 러브'가 얼마전 개봉을 하였고 '더 차일드'도 개봉했으며 '브로큰 플라워'는 지방의 예술전용 극장에서 계속 상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주 신재인 감독의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스폰지 뿐만 아니라 동숭 아트센터(하이퍼텍 나다), 씨네큐브 광화문(백두대간) 등에서 영화 수입과 배급, 상영을 하는 예술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는 극장들이 있다. 그들이 준비하는 영화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지만 공통된 것은 바로 소수의 마니아들까지도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며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예술, 독립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들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갖아주었으면 한다.
한국영화도 사랑받아야 하지만 예술영화 역시 그만큼 사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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