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코아의 폐관 소식을 처음 올리고 나서 예상외로 많은 이들이 이 극장의 사라짐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는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최근 충무로와 예술영화는 많은 멀티플렉스 극장들과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① 예술전용관의 몰락...
1987년 코아 아트홀이 문을 열면서 사실상 예술영화 전용관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1994년 동숭시네마텍이 문을 연다. 동숭시네마텍은 시네마테끄(실험적 영화-이하 '시네마테크'라는 용어로 통일)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첫 극장이기도 한다.
이후 예술 전용극장이 늘어나면서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네코아는 코아 아트홀과 동숭시네마텍이 생겨난 사이인 1997년 생겨났다.
코아 아트홀이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였다면 시네코아는 상업영화 중심으로 상영이 된 극장이다.
이렇게 이른바 코아 패밀리의 시작은 이랬었다.
하지만 2003년 8월에 둥숭시네마텍이 1관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예술전용관은 위기를 맞게 된다. 이후 10월에 나머지 2관마져도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일반 공연을 펼치는 곳으로 바뀐 상태이다.
2004년 11월 코아 아트홀은 경영난으로 폐관을 하게 된다.
아래 사진과 같이 지금 코아 아트홀 자리에는 외국어 학원이 자리잡고 있다.
전혀 코아 아트홀의 자취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술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회)의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 플러스'에 가입되어 있는 극장은 다음과 같다.
광화문 씨네 큐브 (1, 2관), 낙원상가 필름 포럼(1, 2관), CGV 인디전용관(상암/강변/인천/부산 서면), 스폰지 하우스(종로 시네코아/압구정),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서울 애니 시네마, 부산 국도극장, 광주 광주극장, 대구 동성아트홀, 대전 아트 시네마, 대전 둔산 프리머스(7관), 전주 프리머스(7관) 등이다.
이 중에서 CGV 강변과 스폰지 하우스, 프리머스, 서울 애니 시네마는 영진위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146일을 상영할 수 있다. 이 외에 영진위의 지원을 받는 극장의 경우 219일을 상영해야 한다. 이외에 예술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네마테크는 서울 아트 시네마, 시네마테크 부산이 있다.
그러나 이들 극장의 상황은 쉽게 비관할 수도 낙관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낙원상가의 과거 허리우드 극장자리에 위치한 필름 포럼과 서울 아트 시네마는 이들 예술 전용관 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필름 포럼의 경우 작년에 개봉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 이외에는 별다른 히트작이 없다. 서울 아트 시네마는 더욱 상황이 심각해 예술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이 줄어드는 상태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작은 영화제(레알 판타스틱 영화제 등)를 유치하거나 '시네마테크와 친구들'과 '류승완의 액션 스쿨' 등 영화인들과 협력하여 관객을 끌어모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며 더욱 더 다양화된 프로그램의 개발이 요구된다.
필름 포럼 & 서울 아트 시네마
앞에 설명한 동숭시네마테크의 경우 폐관 이후 동숭아트센터는 하이퍼텍 나다를 운영함으로써 예술영화 마니아들의 발길을 이어지게 하도록 하고 있다. 나다의 경우는 다큐영화를 중점적으로 상영하거나 매년 연말 '나다의 프로포즈'를 기획함으로써 꾸준히 관객을 모으는 중이다.
작년 '어떤 나라'가 큰 반응을 보였으며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 태어나'도 알찬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가장 사정이 나은 곳은 CGV와 씨네 큐브이다.
CGV는 예술전용관으로 올해 인천점을 추가하면서 예술영화 알리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CJ 인디 영화제 통한 예술영화 지원도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예술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을 디지털 네트워크 전송망을 이용하여 영화 상영을 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씨네 큐브의 경우 이안 감독의 '브로크 백 마운틴'의 흥행성공으로 탄력을 받고 있으며(씨네 큐브의 자회사인 백두 대간이 상업적 배급망인 CJ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한 첫 예술영화이다.) 씨네 큐브가 자리잡고 있는 흥국생명의 도움으로 든든하게 극장 운영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씨네 큐브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의 경우 가장 주목할만한 전용관이 아닐까 싶다.
스폰지 하우스는 수입/배급사인 스폰지가 운영하는 예술영화 전용 극장이다.
시네 코아의 두 개 관을 사용하고 있는 스폰지 하우스는 이후 압구정에도 2호점을 문을 열어 예술전용관 체인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후 부산을 비롯한 지방에도 스폰지 하우스를 신설하는 것을 추진중에 있다. 다만 스폰지 하우스는 시네 코아의 폐관으로 조금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압구정점의 경우에는 극장을 찾기가 매우 난해한 곳에 위치하여 있어 영화 홍보는 물론이요 장소 홍보에 유난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폰지 하우스는 다른 예술영화 전용관과 달리 일본 영화에 강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비롯해, '메종 드 히미코', '오늘의 사건사고'가 예상외로 큰 반항을 보였으며 다음에 개봉 될 예정인 '히노키오'도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스폰지 하우스 압구정
최근 영진위의 활동이 더 바빠졌다.
씨네 21과 손잡고 만든 무가지 'NEXT plus'의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영화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무가지로 전국의 주요 예술전용관에 배포중이다.
격주로 나오고 있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예술영화 전용관의 정보를 보다 쉽게 알 수 있는 아트 플러스(http://www.artpluscn.or.kr)의 홈페이지도 현재 공사중인데 곧 새로운 모습으로 예술 영화 마니아와 만나게 될 것 같다.
② 충무로의 몰락...
자, 다음의 두 장의 사진은 과연 어디일까?
지금 이 사진은 과거 스카라 극장 자리의 모습이다.
현재 스카라 극장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지금 스카라 극장 부지의 용도는 안타깝게도 주차장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정말 아까운 땅이 이렇게 낭비가 되고 있다.
스카라가 헐리면서 바로 옆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 점은 문을 닫고 말았다.
가게가 망했다기 보다는 사업성이 떨어지기에 철수한 것이다.
사진에는 담지 않았지만 길건너 명보 극장은 아예 불이 꺼진 상태이다.
11시가 조금 넘어 평일 마지막 상영을 했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완전히 불이 꺼져 있었다.
그렇다보니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그러나 인근 대한극장, 피카디리, 단성사, 서울극장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들 극장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사실 시네 코아의 몰락 이전부터 이미 충무로 극장가는 대형 멀티플렉스들로 인해 타격을 받은 상태이다.
스카라 극장처럼 시사회 전용 극장으로 가다가 결국 포기를 하거나 명보 극장처럼 영화와 관련없는 점포를 임대하거나, 아니면 결국 시네 코아처럼 둘 다 시도한 뒤 자폭 하거나... 이 들 중 하나이다. 충무로 극장가는 죽었다고 이야기 한다. 단성사와 피카디리는 리모델링이 아닌 아예 건물을 허물고 새로 극장을 지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한다. 서울극장과 대한극장이 의외로 선전하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사진의 명보 극장은 작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또한 서울의 극장 중심지가 충무로에서 명동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현재 명동에 있는 극장만 해도 중앙 시네마, CGV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씨너스 명동, CQN(씨네 콰논)이 있다.
이는 과거 영화만 보는 형태가 아닌 쇼핑과 영화 관람을 동시에 즐기는 소비형태로 변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단성사나 피카디리의 경우 귀금속 상가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명동의 극장들처럼 쇼핑을 동시에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런 쇼핑 센터 안의 극장들의 입점은 이제는 당연한 일이고 유행처럼 인식되고 있다. 중앙 시네마를 제외하고는 아바타 쇼핑몰(CGV 명동), 롯데 백화점(롯데시네마 에비뉴엘), 켓츠 쇼핑몰(CQN), 하이해이럿 등의 백화점 혹은 쇼핑몰에 극장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최근 오픈한 하이해리엇(씨너스 명동)의 등장으로 명동은 멀티플렉스 체인간의 대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명동에 극장 짓는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가족전용 극장을 운영했던 DMS의 경우 명동 밀리오네 건물을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어필하려고 하였으나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폐관하였다. DMS의 실패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형 멀티플렉스들과 달리 최신작에 대한 배급망이 형편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 인지도가 낮은 영화들이 이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DVD 방도 못한 상황에 영화를 보느니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보겠다는 심리로 인해 결국 극장 운영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멀티플렉스라서 모두 잘나가는 것도 아니다.
단성사, 피카디리, 대한극장과 더불어 충무로를 대표하던 중앙 극장(명동에 위치해 있지만 충무로 대표적인 극장으로 같이 묶여지고 있다.)의 경우 중앙 시네마로 탈바꿈하여 예술영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영화를 상영중에 있으나 명동의 다른 극장들에 비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태이다. 중앙 시네마 1관은 그러나 서울극장 1관과 더불어 시사회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아울러 게스트 라운지를 개선하고 여러 이벤트를 여는데 주목하고 있다. 일단은 씨너스, CGV, 롯데 시네마의 공세를 어떻게 이기느냐가 관건이다.
CQN은 과거 켓츠 시네마 자리를 리모델링 하였다.
씨네콰논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이 곳은 제일동포 출신의 영화인들이 영화를 만들고 배급, 수입을 하는 곳이다. 또한 우리 영화를 일본으로 수출(배급)하는 역활도 하고 있다.
한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선구자와 같은 역활이다. ('범죄의 재구성'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이 곳에서 수출되었다.)
'박치기', '린다 린다 린다'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일본 영화들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다만 배급망이 적기 때문에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스폰지 하우스처럼 지방에 새로운 지점을 만드는 것도 이들의 소망가운데 하나이다.
(※사진의 CGV, 롯데 시네마, 중앙 시네마는 작년 겨울에 찍은 사진입니다.)
시네 코아의 몰락은 예술 전용관과 충무로 극장가 두 곳을 긴장시킨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소개는 하지 않았지만 이 외에도 스타 식스와 드림 시네마가 서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 들 극장은 인지도가 매우 낮다. 특히 드림 시네마는 폐관한 스카라와 더불어 단관 상영관을 고집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 식스의 경우 재정난이 심각해져 싸이더스에 일부 매각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동 극장 별관으로 활용중인 난타, 도깨비 스톰 같은 전용관을 제외하고는 별 성과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시네 코아는 7월에 우리 곁을 떠난다.
몇 달 전 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던 허리우드가 문을 닫았을 때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필름 포럼과 아트 시네마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학원이 들어서고 일부는 극장의 용도 그대로 쓰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 경우도 올해 연말쯤 윤곽이 드러난다.
예술영화의 종말 혹은 충무로의 몰락...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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