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마니아들에게 외면 받는 EBS 시네마 천국...

송씨네 2006. 6. 10. 02:33

 

화잡지를 보려면 키노를 읽어야 하고 극장을 가려면 코아 아트홀 같은 예술 전용극장을 가야하는 의무감...

 

 

영화 마니아들이라면 한 번쯤 느끼는 생각들이 아닐까 싶다.

특히 예술 영화나 고전 영화를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레포트를 준비할 만큼의 많은 지식을 갖춘 사람들...

 

영화 잡지 키노도 사라진지 오래이고, 코아 아트홀도 사라졌지만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을 삼는 것이 있었다. 바로 EBS TV의 시네마 천국이다.

 

 

EBS 시네마 천국 홈페이지

 

 

 

 

1994년 3월 시작된 '시네마 천국'(이하 '시천')은 MBC '출발 비디오 여행'(과거 '영화가 산책')과 더불어 장수하고 있는 영화 전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이 영화를 쉽게 단순하게 소개하는데 그친다면 '시천'은 영화 마니아이건,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이건 간에 누구나 볼 수 있었던 길잡이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런 시천이 최근 들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얼마전 4월 28일은 시천이 600회를 맞이하는 뜻깊은 시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천이 영화 마니아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살펴보려고 한다.

 

 

 

시천의 특징이라면 날카로운 영화 분석과 영화 깔끔한 영화 이론 정리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려운 영화 용어를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영화인들의 영화들을 정리하여 영화보는 법을 잘 알려준 프로그램이었다.

 

시천은 또한 영화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MC로 기용하여 영화 정보 프로그램으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여균동('너에게 나를 보낸다', '비단구두'), 김태용('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가족의 재구성'), 최동훈('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의 감독들이 시천을 거쳐 갔으며 배유정, 방은진, 김창완, 오동진 등의 영화배우, 영화 전문가들이 MC로 활약하여 믿음을 주었다.

 

또한 직접 만든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나도 영화 감독'과 영화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리뷰를 소개하는 '나도 영화 평론가' 코너는 매우 큰 지지를 얻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시천이 다른 영화프로그램들과 달랐던 점은 PC 통신 5개사(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넷츠고, 나우누리) 회원들과 시천 제작진들이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영화 시사회를 자주 여는 방식을 고수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천은 최근 들어 시간을 심야시간대로 이동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초반 40분 방송의 시천은 지금은 1시간 분량으로 방송 크기가 길어졌으나 그만큼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금요일 저녁 시간에 방송되던 시천은 잠시 요일이 변동이 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다시 금요일로 방송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은 방송시간이다. 시천의 방송시간은 11시 55분...

그것도 금요일 밤 11시 55분에 방송되고 있으니 사실상 토요일 새벽에 방송되는 것이다.

물론 재방송을 보면 된다지만 시천 마니아들은 그만큼 본방을 보기 힘들다는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마니아층을 무시하는 EBS의 태도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이 것은 뒤에 필자가 이야기할 '애니토피아'의 폐지와도 관련이 있다.

 

또한 금요일 특집 방송으로 결방될 경우 사실상 일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재방송이 본방송이 되는 경우도 생겨 이 점 역시 불편한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방송의 컨셉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시천은 회차마다 횟수와 부제를 같이 타이틀에 소개하고 있었는데 이번 3월 개편부터 부제를 없애는 시도를 하였다. 물론 이 부제는 '시네마 오딧세이'라는 별도의 코너에 소속되었고 따라서 많은 코너들 중 하나라는 생각에서 부제를 타이틀에서 빼고 소개를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많은 지적을 받자 다시 프로그램 타이틀에 회차와 부제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천의 최근 코너들의 문제점을 보기로 하자.

 

우선 '광대를 위하여' 코너를 볼 수 있는데 코미디 배우나 혹은 명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필모그레피를 살펴보는 코너이다.

 

하지만 필모그레피가 년도 순이라던가 장르별로 소개하는 것이 아닌 뒤죽박죽으로 소개되기에 집중하여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볼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필모그레피 중심의 코너 진행인지라 배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또한 많은 프로그램에서 해왔던 스타일이라서 신선하지가 못하다.

 

 

 

 

'시네마 오딧세이' 코너의 한 장면...

6월 9일자 방송으로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 세 편이 소개되었다.

'슈팅라이크 베컴', '천리마 축구단', '베른의 기적'...

 

 

 

'시네마 오딧세이'는 과거 시천이 매주 방송되는 프로그램 뒤의 부제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의 집중탐구 시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영화 이론과 영화인들을 집중 조명한 것에 비해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다보니 이 역시 집중이 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과거에 비해 인터뷰 중심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니아들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기에는 인터뷰를 한 일부 영화인들의 이야기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지어는 잘못된 정보를 이야하는 영화인들의 인터뷰도 담겨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또한 지나치게 영화 소개 장면에만 집중하고 시천만의 독특한 영화 분석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영화 이 장면'에 출연한 류승완 감독...

자신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최근 자신의 작품 '짝패'가 소개되었다.

더불어 류감독의 추천작과 명장면이 소개되었다.

 

 

 

'이 영화 이 장면'은 영화인들이 감명깊게 본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이다.

주로 영화감독들이 많이 이 프로그램에 소개되는데  그나마 가장 시천 다운 코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최근에 개봉된 영화를 만든 감독이 소개하는 방식이라 최근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하게 된다. 영화 홍보를 간접적으로(혹은 노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도 든다. 하지만 정작 추천 영화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적은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에 대한 철학(혹은 정의)에 대한 이야기는 간단하게 소개하고 대신 추천 작품을 더 자세하게 소개하는 것이 더 옮지 않았나 싶다. 

 

 

 

'김생민의 시네마 파일' 코너 장면...

첫째주는 개봉영화 소식을, 둘째주 부터 넷째주는 추천영화를 소개한다.

6월 10일 소개된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고래의 도약'...

 

 

 

 

'김생민의 시네마 파일'은 많은 시청자들이 불만사항으로 뽑는 코너 중의 하나이다.

 

김생민 씨는 이미 타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알려진 인물이라서 신선하지 못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며 매달 첫째주에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방식이 기존 영화 정보프로그램과 다를바가 없으며 식상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둘째주 부터 소개하는 영화들의 경우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3월 EBS가 개편을 하면서 애니메이션 전문 정보 프로그램인 '애니토피아'를 폐지하였다. (이 프로그램 역시 아주 밤늦은 시간에 얼마전까지 방영했다.)

애니 전문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시천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소개해야 하다보니 결국은 시천에서 애니메이션까지 소개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더구나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잠시 감상해 보시죠!'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바로 영화 소개가 이어진다. 감상을 한다면 적어도 30초에서 1분 정도 여유를 주다가 맨트가 나와야 정상이 아닐까 싶다.

 

또한 개편된 시천은 문제점은 클로징 맨트가 없다.

MC의 클로징 맨트가 사라져 뭔가 빠진 느낌이 들고 뭐가 급한지 서둘러 후다닥 끝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차분하게 정리하고 방송 끝을 맺는 것이 옮지 않았을까 싶다.

 

 

 

 

EBS 시천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중의 대부분은 이번 3월 개편에 불만이 많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올해 3월에도 개편에 대해 많은 글들이 올라왔으나 개편때 문제점 지적은 항상 있던 것이라 보완하고 고치면 대부분 이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사라지곤 했다.

그러나 이번 시천은 그 문제점에 대한 의견이 4개월이 지나고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눈여겨서 볼 점들 중 하나이다.

 

 

 

 

 

 

 

물론 시천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가 나레이션이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시천의 생각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또한 부족한 해설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나레이션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성우 서혜정 씨의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듯한 나레이션이 좋았지만 이 것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프로그램의 속도가 조금 빨라진 것도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 프로그램을 최근 맡고 있는 오한샘 PD는 과거 'EBS 장학퀴즈'를 연출한 경력이 있다.

그가 '장학퀴즈'를 맡기전까지 이 퀴즈 프로그램은 과거 다른 프로그램이 그랬던것 처럼 우승자에게 사회자가 소감을 묻는 식상한 맨트가 많았고 너무 속도감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PD를 맡은 이후 '장학퀴즈'는 과감히 식상한 사회자의 소감 맨트를 없애고 무대뒤의 ENG 촬영으로 우승자의 소감을 대신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또한 퀴즈 출제라던가 진행방식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것을 시천에 적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장학퀴즈'가 오락성이 강한 프로그램이라면 '시천'은 EBS 프로그램 분류상 '교양문화'에 소속되어 있다. 따라서 코너가 많아지고 다음 코너를 바로 소개하는 MC의 모습은 과거의 시천을 시청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색함과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또하나의 문제점...

 

과연 시청자의 의견을 제대로 듣고 있는가라는 의문점이다.

최근 EBS 시천 홈페이지에 글 몇개가 올린이의 상의와 없이 운영진측의 강제삭제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EBS 측은 이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하여 글을 삭제하였다고 공지하였다.

이에 대해 무분별한 삭제와 삭제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에 EBS 측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다시 글을 올려 네티즌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하였다.

 

 

EBS 시네마 천국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계자의 글...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허술한 답변 또한 문제가 되었는데 VOD 서비스 다시 보기에 관한 질문을 한 네티즌이 올렸는데 이에 대한 EBS 측의 답변이 가관이다.

 

 

 

위에는 다시보기 (VOD) 서비스에 대한 질문...

아래에는 그에 대한 답변...

현문우답 수준의 답변이다.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다시 보기가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만...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달라는 아주 단순한 답변을 보내온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맘만 먹으면 EBS 측에서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따로 EBS는 다시보기가 안되는 경우에 대한 F A Q 코너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http://www.ebs.co.kr/Helper/Qna/QnaList.asp?pcode=Q,2,1&category=1

 

 

정말 답변하기가 귀찮았다면 이렇게 링크주소 하나만 올려도 간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EBS는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한 네티즌은 이런 글을 올렸다.

 

 

 

 

 

 

연 EBS 시네마 천국은 시청자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귀울이고 있는가 다시

되묻게 된다.

기존 영화정보 프로그램과 다름없는 뻔한 구성과 성의 없는 답변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연 EBS가 나아갈 길이 어디인가 이 역시 묻고 싶다.

 

필자는 '이럴바에 시천을 폐지하자'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쓰지 않았다.

소중한 영화 정보 프로그램의 폐지는 많은 마니아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개선책과 더불어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을 바랄뿐이다.

 

EBS에서 10년 이상된 장수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다.

'딩동댕 유치원', '하나뿐인 지구' 정도...

그러나 '시네마 천국'은 12년간을 장수했고 그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본인들의 명성을 본인들이 짓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EBS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PS. 이 기사에 분명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EBS 시네마 천국 제작진 측에 의견 역시 필자도 궁금하다.

이에 대한 해명 혹은 반박 글이 올라오면 시천 측에 의견도 들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