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숀 엘리스 감독의 단편은 초반 14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2006년 장편으로 만들어지면서 14분의 기존 내용에 몇 분을 덧붙어 101분이라는 시간을 만들어냈다.
작은 시간을 큰 시간으로 만드는 재주...
영화속 주인공인 '벤'처럼 감독 숀 엘리스도 그런 재주가 있었나보다.
사진작가로 알려진 숀 엘리스는 '보그'나 '바자'같은 패션잡지로 명성을 얻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의 이번 작품 하나하나는 사진 컷으로 담아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평가를 얻는다.
주인공 '숀'은 애인에게 버림받았다.
그리고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애인에게서의 기억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더욱더 잠은 오지 않는 그는 결국 심야 쇼핑도중 대형 할인매장의 점원을 구하는 광고를 보게 된다.
취직한 그는 여러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시간은 정지되고 그는 손님들의 하나하나 모습을 그림으로 담게 된다.
인상깊은 장면은 할인매장에서 같이 일하게 된 '샤론'의 모습이다.
'샤론'역시 흘러가는 시간이 지루하고 피곤하던지라 그녀 역시 시계를 자꾸만 처다보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시간은 아직도 그리 빨리 지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계를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 최면을 걸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결국의 자신의 손목시계를 테이프로 가리고 일을 하게 된다.
자신의 대각선 방향의 시계 앞에는 아예 과자박스로 시야를 가려버린다.
마치 이 모습은 지루한 시간을 억지로 보내면서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과도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다만 나는 '숀'처럼 불면증에 시달리지만 그와 다른 점이라면 항상 잠들지 않는 그의 모습과는 달리 나는 오전에 피곤에 지친 모습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시간의 정지를 자주 보여준다.
이는 분명 '숀'의 상상이며 판타지이다.
이 장면에서 사람들은 미셀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을 떠오르게 마련이다.
스테판의 상상으로만 이루어지는 세상은 그러나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어느게 현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 작품 '캐쉬백'은 '수면의 과학'처럼 현실과 허구의 경계선을 긋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이 현실이고 허구인지는 관객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정지컷이던 장면은 '숀'이 두 팔에 깍지를 끼면서 원상태로 돌아온다.
모든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세상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움직인다.
영화의 전체적인 면으로 보자면 어이없는 코미디와 상황을 설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코미디적인 장면이라면 할인매장에서 근무하는 빛나리 지점장(?) 에피소드들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의외로 적설적인데다가 스트립 걸을 자신의 생일파티에 초대하라는 지령을 내릴 정도로 상당히 변대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5 : 5 길거리 축구 장면에서 승부에 집착하는 장면은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설득력이 있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느끼게 되는 '시간이 멈추어진다면...'이라는 상상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 작품은 마치 관음증에 걸린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답게 이 영화는 여성의 몸이 많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섹스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게도 '숀'은 섹스를 위한 것이 아닌 감상, 그리고 자신이 그려내는 그림의 주인공으로만 그리는데만 사용이 된다.
그러니깐 흔히 변태적인 의미의 관음증보다는 자신의 불완전한 미래를 그저 그림으로만 표현하고픈 것으로만 사용되고있고 그것은 시간의 정지를 영화 속 소재로 택하게 됨으로써 아주 안전하게 그가 이루고자 하고픈 것은 아무런 문제없이 이루어지게 된것이다.(물론 여전히 그의 상상이지만...)
이것이 그렇게 많이 보아오던 여성에 대한 탐구(?)에 대한 영화들과 차별화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 '캐쉬백'...
우리가 생각하는 '캐쉬백'은 현금이나 포인트를 돌려받는 의미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여기서의 '캐쉬백'은 물론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것도 있지만 시간과 사랑을 돌려받을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쩌면 우리는 현금(물질)으로 돌려받는 그런 것보다는 다른 것들로 보상을 받길 더 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놓쳐버린 시간, 놓쳐버린 사랑... 그리고 되돌리고 싶은 그 수많은 것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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