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푸른눈의 평양시민-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송씨네 2007. 8. 15. 23:30

 

  TV 프로그램들 중에서 믿기 힘든 것은 '기인 열전' 같은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의 프로그램이나, 아니면 거짓말 같은 진짜를 보여주는 '진실게임' 일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 한 미국인이 있다. 아니, 아주 오래전에는 그는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조선인민공화국의 시민이다.

 '천리마 축구단'과 '어떤 나라'로 북한을 다른 시각으로 보았던 감독 다니엘 고든...

 그렇다고 그의 영화에는 북한을 찬양하는 일색도 아니요, 반대로 그들을 비판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철저히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결론은 항상 관객들에게 맺을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던 그가 이번에는 북한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들의 조국인 미국의 입장으로 귀순한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주축이 되는 인물은 제임스 드릭스녹으로 낚시와 술과 담배를 즐기는 평범한 백발의 노인이다.

 하지만 제임스는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홀로 고아가 되었고 힘든 시기를 겪은 와중 군에 입대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기도 했으나 버림을 받았던 그는 대한민국(남한) 쪽에서 군생활을 하다가 북으로 넘어가게 된다.

 남한 만큼이나 반미 저항이 심한 북한도 이들을 경계하였으나 점차 이들을 선전물로 이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임스 이후 3명의 미국인이 역시 북으로 넘어오게 된다.

 영화광인 김정일의 지시로 홍보영화에서 이들은 반미세력의 악당 역으로 활약했으며 북한 정부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하게 된다. 초반 저항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제임스를 포함한 4명의 군인들은 이제 북조선의 한 시민이 되어 그들의 생활에 적응하게 된다.(이 중 두 명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한편 다니엘 고든은 제임스 드릭스녹이 살았던 버지니아 주로 가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그의 친구를 찾아가 제임스의 불후한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다.

 비교된 화면이 교차하면서 제임스는 북한의 삶이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참으로 의외였다. 그러나 북한의 극심한 식량란으로 이른바 '고난의 행군'에서 무사히 살아남았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장면에서 그가 북한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네 명의 군인들은 다른 인종의 부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지만 이에 대해 다니엘 고든은 의문을 갖고 이 점 역시 추적하게 된다.

 바로 납치설이 그것이다. 실제로 제임스의 라이벌이자 꼴도 보기 싫은 적(?)인 찰스 로버트 젠킨스의 경우를 보더라도 일본인 아내는 실제로 북으로 납치되어 그와 결혼 생활을 하지만 일본인 아내는 자신의 나라인 일본으로 어렵게 돌아가게 된다.

젠킨스 역시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가게 되지만(미국으로 귀환한 그는 30일의 형량을 선고받는다.) 제임스가 자신을 구타했다는 이야기와 북한의 극심한 식량란에 자신의 아들 딸들은 스파이로 이용되었다는 폭로를 하게 된다.(물론 영화에서 제임스는 그것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그런지 제임스는 젠킨스를 비열한 놈으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다니엘 고든은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의 전작인 '어떤 나라'의 경우 마스 게임을 준비하는 두 명의 소녀를 보여주고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지만 그 어떤 감독의 입장도 들어볼 수 없으며 심지어는 북한의 어떤 제한적 조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사히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이는 '천리마 축구단'도 마찬가지이고, 이 작품 '푸른 눈의 평양시민'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을 내한한 다니엘 고든은 어떠한 북한 측의 간섭도 없었다고 딱 잘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푸른 눈의 평양시민'은 여전히 북측과 미국의 입장을 모두 듣고 있는 중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어떤 면에서 보면 제임스 드릭스녹과 찰스 로버트 젠킨슨... 이렇게 두 노인 중 한 명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데올로기의 피해자는 사실 지금 살고 있는 남한의 사람들도 가지고 있겠지만 의외로 남한에 주둔한 주한미군들 역시 이런 이데올로기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물론 이들의 불후한 어린시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북으로 넘어온 이유들 중의 하나이다.

 

 두 번째 부인을 만나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제임스는 하지만 곧 노년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술과 담배로 그의 몸은 망가질때까지 망가졌기 때문이다. 주치의의 경고를 무시한 제임스는 영화 말미의 자막에서도 밝혔듯이 여전히 술과 담배를 즐긴다고 끝을 맺고 있다.)

 제임스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중 진실이 아닌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이유는 그 극심한 이데올로기에 엉뚱한 희생량으로 자신 역시 남아 있었고 그 스트레스를 노년이 되어서도 풀 수 없었기에 그렇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젠킨슨 역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진실인지는 그들과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 작품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유료와 무료 시사회를 병행하여 실시하였다

 축구를 좋아하는 괴짜 감독이지만 영화를 만듬에 있어서는 매우 철저한 자료조사를 하였다는 점에서  다니엘 고든은 예사로운 사람이 아님은 틀림없다.

 파란눈의 영국인이 본 북한의 모습은 그래서 그런지 더욱 우리에게 더 새롭게 보일 수 밖에도 없는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종료 후 그와 관객들간의 Q&A는 차후 올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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