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데쓰 프루프-작정하고 만든 타란티노의 B무비?

송씨네 2007. 9. 15. 01:03

우토로마을을살리자 상단 우측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베르토 로드리게즈가 작정하고 만든 B 무비의 향연...

싸구려 동시상영관의 완벽 재연... 바로  '그라인드 하우스' 되겠다.

'그라인드 하우스'의 뜻이 동시상영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데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7,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용어이지만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동시상영관은 자취를 감췄다.(하지만 일부 지역에는 성인전용관의 이름으로 동시상영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얼마전 내가 방문한 부산의 삼일극장이 있던 자리에 유일하게 생존한 한 극장은 이런 동시상영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외국에는 이런 동시상영관이 있는가 보다.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가 이런 프로젝트를 생각해낸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중 한 편인 '데쓰 프루프'가 먼저 한국을 찾았다.

원래는 로드게즈의 '플레닛 테러'와 같이 상영되어야 정상이지만 러닝타임 3시간을 버티기에는 헐리웃 블록버스터들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30~40 분 여정도의 옴니버스 영화 두 정도를 묶었다면 상관없겠지만 각각 1시간을 거뜬히 넘기는 두 작품을 묶기에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데쓰 프루프'는 절대 죽지 않는 자동차의 이야기다... (죽지 않아~... 마치 석사 출신(!?)의 어느 가수의 외침 같지 않은가!) 

 

유명하고도 섹시한 외모로 인기를 얻은 DJ 정글 줄리아와 그 외 두 명의 일행은 남자를 유혹해 함께 지낼 생각을 모색중이다.

그러던 와중 자신을 스턴트맨 마이크라고 이야기하는 한 사내를 만난다.

금발의 한 여인을 집으로 모시기 위해 자신의 '데쓰 프루프' 자동차에 태우게 되지만 그것은 당사자 마이크의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사실을 뒤 늦게 알려준다. 당연히 결과는...

그리고 나머지 줄리아를 비롯한 일행들과 정면 충돌을 시도... 당연히 그녀들의 자동차는 휴지처럼 구겨지지만 마이크는 쬐금 심하게(?) 차가 망가지긴 했지만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몇 년 후 마이크는 또 다른 네 명의 여인을 공격할 계획을 세운다.

유명한 배우의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미모의 모델, 마지막으로 성깔있는 두 명의 스턴트 우먼까지...

마이크는 겁없이 그들을 공격하지만 그러나... '당신... 우리 잘못 건드렸어!'

처절한, 그리고 통쾌한 복수극이 시작되고 있었으니...

 

 

영화속 마이크는 관음증과 더불어 싸이코 기질이 있는, 거기에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마초같은 성격의 남자이다. 그러나 그가 관음증을 치유하는 방식은 여성들을 공격하여 피해를 입힌 뒤 달아나는 상당히 악날한 방식이다.

전반전에 해당되는 부분이 마이크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후반전에 해당되는 장면은 오히려 마이크가 임자를 만나 복수를 당한다는 것이다. 아주 통쾌하게 말이다.

스턴트맨이던 마이크는 결국 또다른 스턴트 우먼들과 그 일행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당한다.

그러니깐 선수가 선수를 만난 경우가 되는 것이다.

 

타란티노의 이번 작품은 전작 '킬 빌' 시리즈를 생각하면 상당히 B급 감성이 실려있는 작품이다.

멋대로 필름이 흑백에서 컬러로, 그리고 필름에는 비가 내리고 있으며 거기에 뚝뚝 화면도 끊긴다.

영화 상영전에 수입, 배급사가 자막으로 '영사 실수가 아니라, 타란티노가 의도한 화면입니다'란 식으로 나온 것도 B급스러운, 그리고 낡은 극장에서 동시상영관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드는 착각을 들게 설정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의 결말도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유쾌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게 끝이야?'라는 물음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액션을 생각하면 남성들이 봐도, 여성들이 봐도 그 통쾌함(혹은 상쾌함)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특히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같은 여성관객들에 입장에서는 변태적인 성향과 싸이코적 성향을 가진 마이크를 여성들이 통쾌하게 혼내주었다는 것에 같이 공감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이렇게 느낄 수 있는데 큰 공언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조이 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조이 벨은 누구인가를 알 필요가 있는데 이미 전작 '킬 빌'에서 우마서먼의 스턴트 대역으로 알려져 있는 실제 스턴트 우먼이다.(물론 이외에도 많은 영화에 유명한 여배우들의 스턴트 대역으로 등장했었다.) 그러던 그녀가 실제로도 이 영화에서 자신의 이름인 조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고 본다.

조이 벨을 보면서 류승완 감독의 '짝패'가 생각났고 이 작품에서 여비서로 등장한 김효선이 떠오는 것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김효선 역시 '짝패'의 출연자이자 무술감독인 정두홍 사단에서 활동하는 여성 스턴트 우먼이자 무술 전문배우이다. 조이 벨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미모와 체형을 가지고 연기를 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다르지만 다른 듯 같은 느낌이 드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또하나 이 작품이 상당히 재미있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패러디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킬 빌'이 타란티노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감독들이 오마주 퍼레이드였다면 '데쓰 프루프'에서 등장하는 편의점 장면은 상당히 재미있는 패러디가 숨어 있다.

가령 편의점에서 패션잡지를 고르는 장면을 보면 수많은 잡지들이 걸려있는 가운데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의 배우 커스틴 던스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잡지 커버가 있는데 이는 타란티노와 절친했던 소피아 코폴라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 극중 '리'('메리 엘리자베스 윈스디트'라는 배우로 '다이하드 4.0'에서 루시 맥클레인, 그러니깐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의 딸로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그녀이다, '다섯명 남았어요...'가 그녀의 명대사가 되기도 했다.)가 편의점에 있는 또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에서 그 친구의 통화벨 소리가 다름 아닌 '킬 빌'의 'Twisted Nerve'(휘파람 소리가 나왔던 그 곡...)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타란티노는 수다 쟁이라는 것이다.

우디 엘런이 유쾌한 수다쟁이라면 타란티노는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길고 긴 수다 장면을 영화에 집어넣는다는 것.(물론 우디엘런의 수다 장면도 이해할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일부 관객들이 이 작품을 '미녀들의 수다'가 아니냐고 이야기 한 것처럼 DJ 정글 줄리아와 그녀들의 친구들의 수다장면이라던가 조이를 비롯한 또다른 세 명의 친구가 식당에서 대화하는 길고 긴 수다, 거기에 차안에서 이루어지는 또다른 수다장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타란티노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이 오히려 초반부 영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부는 앞에도 이야기 했듯 상당히 화끈했다. 이 점에는 이의를 걸 사람은 없다고 본다.)

 

상당히 B 급스럽지만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타란티노의 다음 작품도 무진장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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