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songcine가 만난 사람!

10주년 생일 축하해요, 신영음...

송씨네 2008. 2. 3. 01:05

 

사실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영화 OST 듣는 것을 좋아해 돈이 되면 음원을 사서듣기도 하고 mp3로 저장도 하며 CD를 사다가 구입해서 듣기도 한다.

이런 저런 방법이 안될때는 라디오에 신청곡을 띄우면 된다.

그런데 그냥 일반 라디오 프로그램에 신청곡을 띄우기 보다는 그래도 영화음악을 전문적으로 소개해야 하는 프로그램에 신청곡을 날려주는게 아마도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영화음악 프로그램 DJ라면 누가 떠오르는지?

이선영 씨가 진행하던 '영화음악실'(KBS FM)도 떠오르실 것이고 지금은 고인이 된 정은임 아나운서가 진행하더던 '정영음'을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후 배유정(영화배우/동시통역가)씨나 홍은철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MBC 영화음악을 떠오르는 분들도 계시리라 본다.

 

정확히(?) 현재 라디오로 방송되는 영화음악 전문 프로그램은 4개나 된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 보다 더 많았고 더 알찼던 것으로 기억된다. SBS는 '씨네타운'을 부활하면서 심혜진 씨와 지금의 이승연 씨로 이어져 있고 MBC의 경우도 정은임 아나운서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지만 얼마 가지 못했고 거기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최윤영 아나운서도 이 프로그램을 맡았고 지금의 이주연 아나운서로 옮겨갔다.

 

종교 방송국들도 의외로 영화음악 프로그램 편성에 적극적이었다.

PBC(평화방송)는 가수이자 성우인 한경애(우리에게는 '옛 시인의 노래'로 알려진 가수이자 성우로 친숙한 분이다.)를 기용해 영화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번번히 프로야구 중계로 30분 짜리 생방송을 들어야 했고(결국 지금은 폐지되었다.) BBS(불교방송)의 '영화음악실'도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지만 DJ가 자주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여기 재미있는 상황이 있다.

공중파의 어떤 영화음악 라디오 프로그램 DJ보다도 오랜동안 진행을 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방송을 한 지 어느 덧 10년...

강산도 변하고 팩스에서 문자메시지로 편지보다는 인터넷이 사랑을 받는 지금 CBS(기독교 방송)에서 아침 11시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그녀, 신지혜 아나운서를 만났다.

 

1998년 2월 2일...

CBS의 한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았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배경음악을 BGM으로 깔고 첫방송을 알렸던 그녀는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2008년 2월 2일, CBS 라디오국 B 스튜디오...

스무 명 이상이나 되는 사람들이 라디오 부스에 가득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안녕하세요, 신지혜의 영화음악입니다...'

늘 똑같은 맨트이지만 그녀의 맨트는 오늘 따라 기분이 더 좋아보였다.

든든한 애청자 들을 모시고 방송을 하고 있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그녀는 9년을 혼자서 선곡과 대본, 엔지니어, PD 역할을 도맡아했다. 그리고 진행까지도...

그게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여성이 감당하기에 매일 아침 생방송으로  혼자 모든 것을 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후 '신영음'은 작가가 생겼고 최근 PD가 영입된 '신영음 시즌 2'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신지혜 아나운서가 생각하는 10주년은 과연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돌발 인터뷰로 녹음기를 그녀에게 들이밀기로 했다.

 

송씨네 :  '신지혜의 영화음악'(이하 '신영음')이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신다면?

 

신지혜 아나운서 : 간단한 히스토리라면 1995년 12월 CBS FM이 개국이 되었고 '신영음'의 전신인 '시네마 천국'이 주일밤에 두시간 방송이 되었고 1996년 가을, 지금의 데일리 프로그램으로 '영화음악'이 시작했는데 오정혜 씨가 1년 정도 진행하셨고 이후 추상미 씨가 진행을 하시다가 드라마와 영화촬영으로 인해 중간에 하차하시고 이후 제가 맡았던 '시네마 천국'이라는 프로그램 진행 경험으로 인해 1998년 2월 지금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청쥐자 분들이 사랑을 해주시고 많이 사연 보내주시고, 행사도 하였고, 돌아보니깐 참 많은 일을 같이 한 것 같습니다. 10년을 변함없이 지켜준 여러분의 힘이 있었기에 '신영음'이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마등같이 흘러가는 장면들이 떠오를 때마다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송씨네 : 영화음악이 갖는 매력이 뭘까요?

 

신지혜 아나운서 : 영화음악은 영화만이 줄 수 있는 감동과  음악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다면 영화음악은 그 경계선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을 포괄하는 의미인데 영화음악은 음악만으로도 완성도가 있어서 좋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를 선물해주기도 하며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아, 이 음악은 이런 장면이 떠올라...'라는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송씨네 :  '신영음'은 좋은 일도 많았지만 시련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CBS의 파업(2000년 파업으로 국내 방송사 사상 가장 오랜기간 진행된 파업이었다.)도 있었고 건강상의 이유로 마이크를 놓으신 적도 있었는데 당시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신지혜 아나운서 : 저는 파업이 가장 길었어요.  9개월이었지요. 마지막으로 방송하면서 다시는 이자리에 돌아올지도 모른다라는 마지막 방송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실제로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었고 그 때는 결연했다는 의미가 강했는데 1주일이 될 수도 있고 하염없이 갈 수도 있고 끝난 후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약도 없고 6개월 후 돌아오고  첫방송 그 전날 제로 섬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고  어떤 청취자가 9개월동안 파행을 속에 기다리고 특히 '신영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다시 방송된 첫날 많은 분들이 생각치도 못하게 기다려주셨고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지금도 그 때 사연을 저장해서 가지고 있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생각치 못하게 반가워 해주시며 방송 초짜처럼 흥분해서 방송을 했던 기억도 있고요 아파서 쉬웠을 때는 파업때와 느낌이 달랐는데 아나운서 업무도 하면서 '신영음'을 9년정도 진행하다 보니 몸이 많이 상해 우울하고 슬펐어요. 감사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파업때와 느낌은 다른 것 같아요.

 

 

송씨네 :  신영음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고인이 되신 MBC 영화음악(이하 '정영음')을 맡던 故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신지혜 아나운서가 생각하시기에 '정영음'과 '신영음'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신지헤 아나운서 : 정은임 선배 경우는 저랑 방송스타일이 다른데 차분하고 내공의 힘으로 몰고가는 '정영음'은 '신영음'과 비교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신영음'과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해요.  '정영음'은 방송시기는 길지는 않지만 담론을 많이 다루잖아요. 영화의 담론을 많이 제시하고 영화의 방점이 많이 들어간 프로그램이라면 '신영음'은 음악에 방점을 두었는데 좋은 영화음악을 같이 듣자는 것이 모토였고 그것에 맞추어 원고를 섰었고 이후 작가가 영입되었을 때도 그 이야기를 하면서 선곡을 하고 방향을 제시하였고 원고를 작성했었죠. 어떤 분이 신영음은 '씨네 21'이라고 말하였는데 '정영음'이 '키노'라면 '신영음'은 '씨네 21'이라는 말에 동의를 합니다. 사실 자랑이라는 것이 좀 그렇지만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이전의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듣지 못한 독창적인 기획이 1 인 제작에서 오는 자율성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송씨네 : 영화음악 프로그램들이 많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줄어들때는 많이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종교 방송국들이 공중파 라디오 방송국 보다 많이 편성을 하게 되고요. 하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이유가 뭐라고 생각되시는지요?

 

신지혜 아나운서 : 그 이유는 CM(광고) 때문이 아날까 싶내요. 돈이 안된다는 것이죠. 음악이라는 것이 장르음악과 대중음악이 있는데 경계가 있긴하죠. 영화프로그램 폐지의 이유는 돈이 안된다는 것이고 또한 다른 면에서 보면 여러장르로 수용이 되면서 어느 프로그램을 들어도 영화에 관한 코너가 일주일에 한번정도  진행하다보니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된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것이 확산되면서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굳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성을 갖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보여집니다.  동종업계이자 타방송 프로그램에서 영화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없어질 때는 위기감도 느꼈죠.

 

 

송씨네 :  10년이 된 '신영음'...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신지혜 아나운서 : 사실은 방송이라는 것이 개편에 따라 움직이는지라  저희도 4월 봄 개편을 예정으로 하고 있지만 알수가 없어요.  사실 '신영음'을 10년을 진행할 것이라는 것도 예상도 못했던 일이고 편성에 따라서 프로그램의 존폐가 달라지기에 쉽게 말씀드리기는 힘들고요. 작년 개편 때 PD분이 영입되면서 저는 기획에서는 손을 땐 상태이기에 역시 말씀드리기는 힘듭니다. 다만 좋은 영화음악을 소개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로 쉼터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제가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진행하는 만큼은 약속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영음'은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도 청취자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남을 것이고 '신영음 영화제'를 비롯한 '신영음'만의 독특한 방송 스타일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1인 제작 시스템에서 이제는 PD와 작가를 거느리는 프로그램이 되었다고 하지만 신지혜 아나운서는 늘 초심으로 돌아가 애청자 중심의 방송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음악에 빠지고 싶으신 분은 매일 아침 11시, 라디오 주파수를 93.9로 맞춰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