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누들'... 가족에 대한 또다른 정의!

송씨네 2008. 8. 25. 00:31

  

 

누들
감독 아일레트 메나헤미 (2007 / 이스라엘)
출연 밀리 아비탈, 바오치 첸, 아낫 왁스만, 알론 어부트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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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나라... 그러나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나라가 있다.

이스라엘...

아랍권의 국가이지만 인도영화와도 다르고 이란영화들과도 다르다.

인도영화에는 음악이 있고 이란영화에는 소박함이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영화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들'을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에게 선보일 여러 이스라엘 영화들이 그 해답을 줄 것 같다.

 

 

미리는 스튜디어스이다.

비행기를 오고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그냥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직업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집에는 늘 손님들이 가득하다 미리의 언니이자 교사인 길라와 길라의 남편이지만 현재 별거중인 이지... 그리고 중국인 가정부의 아들, 거기에 여행전문가이자 미리와 길라와 어렸을적 같이 동네에 살았던 마티까지...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겠다던 미리의 중국인 가정부는 몇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고 그녀의 아들은 계속 쇼파에 앉아 부동자세이다. 중식 면 요리를 사가지고 온 미리... 부동자세였던 꼬마는 어느 사이에 그 면 요리를 거의 다 먹어치운다. 말도 안통하는 상태에서 미리와 그의 가족들이 붙어준 이 꼬마의 별명은 누들...

그리고 또 문제가 생겼다.

그 가정부는 불법체류자로 추방된 상태이니 아들을 데리러 가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리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미리와 누들 모두 위험하다...

중국으로 향하는 길...

올림픽을 위해 떠나는 사람들처럼 그들의 마음도 설래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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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이스라엘은 참 개방적인 나라이다. 여성들이 담배를 피고 그리고 커리어우먼들도 많다.

히잡이나 차도르를 쓸 필요도 없으며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산다. 그게 이스라엘 여성들의 모습이고 현주소이다. 미리나 길라도 어떻게 보면 이스라엘 여성을 대표하는 커리우먼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속에 또다른 이방인이 등장하는데 바로 누들을 비롯한 중국인이 바로 그들이다.

문화도 다르고 생활도 다른 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가운데 어떻게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었는가 의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바디랭귀지의 힘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관한 관심이 그 해답일지도 모르겠다.

누들의 어머니를 찾는 것은 중국하늘에서 김서방을 찾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이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일까? 이는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서로의 마음이 통했고 관심을 갖았기 때문이다.

중국 소년 누들도 사연이 있었지만 미리 역시 군인들이었던 남편 둘을 잃고 아이 역시 유산당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지라 서로에게 공감이 갔고 이것이 이들을 하나로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이 혈연적인 관계가 아닌 또다른 의미의 가족을 만든 것이다.

 

안슬기 감독의 '다섯은 너무 많아'1의 경우도 이방인들이 등장하면서 주인공의 삶에는 매우 큰 변화가 다가온다. 귀찮아 떼어내고 싶은 존재가 이제는 정이 들어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지는 것이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2에서 이야기하는 가족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속이 다른 이들이 모여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임에 분명하다.

 

 

공항 검색대를 피하고 그리고 그 까칠하다던 중국 공안을 피해 안전하게 누들을 중국의 어머니의 품으로 돌리는 것이 미리와 길라 자매의 임무이지만 사실은 그속에서 중요한 것은 두 자매의 화해하고 오해를 푼 것에 그 의미도 있다.

미리는 여행전문가 마티를 좋아하지만 사실 마티는 이미 길라와 사귄 경력이 있었고 그것이 이지와의 별거를 하게 된 요인을 만들기도 했다.

미리는 별거중인 이지에게 처제의 자격으로 그리고 같이 공항에서 근무를 하는 동료로써 조언을 해주지만 길라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친한 모습은 오해 받기에 충분하기만 하다.

이렇게 서로를 오해하고 부정하던 사람들은 누들 공수작전(?)을 통해 서로의 오해를 풀고 다시 가족으로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불청객이던 누들은 알고보면 이들 가족을 이어준 메신저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것이 된다.

이 영화는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에서 큰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가족이 아니라는 것과 서로의 화해를 할 수 있는 그 열쇠 역시 그들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리 역을 맡은 밀리 아비탈3을 제외하고는 이 영화 속 이스라엘 배우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하지 않다.

마치 낯선 이방인 누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스라엘 영화를 자주 접하지 못했기에 생긴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 영화나 인도 영화가 자주 우리에게 선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배우를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낯선 배우들의 모습이 더 많은 것도 어떠면 이들 영화를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누들'은 여성관객이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성들을 위한 영화이자 가족들을 위한 영화이다.

심하게 다투었지만 화해를 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권해본다.

웃고 떠들다가 감동에 눈물 흘린 서로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이미 화해의 첫발을 내딛었다고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올림픽이 끝났다.

이 영화는 이스라엘이 주배경이지만 후반에는 중국의 모습이 보인다.

자칫 이 영화가 중국인들을 비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몇 장면이 있었지만 후반에 모습을 보면서 중국인들의 따뜻한 모습도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사람 사는게 다 그런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정(情)은 나라와 세대를 초월한다. 문제는 그게 영화라는 것이라서 아쉽기만 하지만 말이다.

 

 

 

 

 

  

 

  1. 2005, 조시내, 유형근, 김도균, 최가현 출연. 도시락집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시내에게 사람들이 찾아오고 저마다 사연을 갖은 이들이 모여 가족을 형성하게 된다. 현재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안슬기 감독의 작품. [본문으로]
  2. 2006, 문소리, 엄태웅, 고두심, 공효진 출연. 세 가지 옴니버스로 구성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곧 하나로 만나게 된다. 헤어졌던 공효진 류승범 커플이 이 작품에서 잠시나마 하나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다시 만나 사랑을 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본문으로]
  3. 데드 맨(1995), 스타게이트(1994) 등의 작품에 출연한 이스라엘의 대표 여배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