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영화는 영화다'-이 영화...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

송씨네 2008. 9. 16. 11:42

 

 

영화는 영화다
감독 장훈 (2008 / 한국)
출연 소지섭, 강지환, 홍수현, 고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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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멀티플렉스에 올라왔다.

상업적인 노선을 거부하던 그의 영화가 예술전용관 뿐만 아니라 상업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멀티플렉스에도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기덕 각본, 그리고 실제적인 영화제작에 관여한 그의 영화라고 볼 수 있는 '영화는 영화다'이다.

 

 

 

한 사내가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의 뒤로 건장한 사내 몇 명이 그를 맞이한다.

그는 조폭이다. 넘버 투 이강패... 이름이 좀 그렇다고?  맞다, 이름은 현실을 그래서 반영하는지도...

그가 본 영화속 배우는 인기 스타 장수타...

하지만 한 성질하는 그라서 영화 도중 영화와 실제를 구분 못하고 상대 배우를 심하게 폭행해 구설수에 오른 양반이다. 새 영화도 이런 식으로 말아먹게 되면서 새 배우를 자기손으로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룸살롱에서 몸싸움 소동을 벌였던 그 건달, '강패'를 찾기로 한 수타...

제의를 받아들이는 강패... 그러나 리얼로 해야한다면서 조건을 건다.

영화보다 더 진짜같은 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영화다!

 

 

멋진 두 남자가 돌아왔다.

공익 요원에서 돌아온 '소간지' 소지섭과 자신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배우 강지환이 만났다.

조폭과 배우로 말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을 기다렸던 팬들도, '경성 스캔들'과 '쾌도 홍길동'을 통해 옛날 사람이지만 결코 옛날 사람같지 않던 연기를 선보였던 강지환를 기다렸던 팬들도 말이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첫 상업영화이자 이 영화에 공동제작을 한 스폰지의 첫 상업영화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은 잠시 이야기했지만 상업적 노선을 거부했던 감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영화는 거의 대부분이 저 예산이었고 상업적인 노선에서의 배급도 거부했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볼려면 발품팔아서 봐야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던 그는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제작참여 및 배급에 나서기 시작했던 것이다.

김기덕 필름과 스폰지의 공동제작인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스폰지가 직접 배급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스폰지의 힘으로 상업영화의 진출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김기덕의 첫 상업영화이자 스폰지의 첫 상업영화 도전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분명 상업영화의 색깔을 띄고 있지만 여전히 상업영화의 탈을 쓴 예술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어쩌면 소지섭과 강지환이라는 인물을 쉽게 이런 상업 혹은 예술영화에서 모두 만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일텐데 알고보면 두 사람모두 이 영화의 제작비 투자에도 관여한지라 사실상 이 영화가 큰 돈으로 만들어진 상업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영화를 극장판 '온에어'라고 이야기한 분들이 의외로 많다. 아마도 연예계 혹은 영화계의 실제로 있을 법한 상황들을 이야기해서 그런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폭과 연예 사업간의 유착이라던가 이런 상황은 실제로도 존재하지만 확실히 알려진바가 없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것...)

싸움질이 더 익숙한 인기 스타와 조폭이지만 영화배우의 꿈이 있었던 넘버 투의 만남은 참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강패가 영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과거 단역으로 출연했던 경력 때문이었다.

이러한 대목을 볼 수 있는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 물고기'(1997)였다.

영화 속에 두 번 인용된 장면은 심혜진(미애)의 스카프가 움직이는 기차와 바람에 날리는 장면과 한석규(막동)와 문성근(태곤) 일당이 탄 차에 등장하는 두 장면이다. 하지만 단 두 장면만으로 그의 꿈이 배우였음을 느끼게 만들고 조폭이지만 그를 동정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이야기하게 된다.

 

수타 역시 배우로 살아감에 있어서의 딜레마에 빠지는 인물이다.

인기 스타이기 때문에 연애도 숨어서 해야 하며 자신의 팬을 물론이요 안티팬과 맞써야 하며 스캔들이 터지면 기자들과 맞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영화속에서는 전 애인과의 섹스 비디오가 유출되면서 곤경에 처하지만 알고보니 그 배후는 아주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더욱 혼란감에 빠지게 된다.  안티팬과의 싸움에서는 여기저기 날라오는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참아가며 맞아야 하며 잘못이 있건 없건 무조건 죄송하다고 떠들어야 한다. 그러나 욱하는 자신의 성질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스타와 조폭으로 살아갈 수 없는 그들의 삶에 어떤 때는 분노를 하면서도 관객들을 공감을 하게 만들고 있다.

 

 

 

뭐, 강지환과 소지섭의 연기는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따로 언급을 할 필요가 없지만 의외의 인물은 바로 봉 감독을 연기한 고창석이라는 배우이다.

드라마 '온에어'에 홍지민 씨가 이범수, 김하늘, 박용하 만큼의 수훈장 역할을 했다면 봉 감독을 연기한 고창석이라는 배우는 이 영화의 긴장감을 살짝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티 브레이크'(쉬는 시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덥수룩한 수염에 툭 튀어나온 뱃살이지만 인정많고 자신의 영화에 애착을 보이는 감독으로 열연을 하였다. 사실 알고보면 '친절한 금자씨'를 비롯한 일부 영화에 아주 조미료처럼 등장한 배우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온 에어'보다는 비 현실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보다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 작품이 이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다시 현실로 다가오지만 어쩌면 수타는 더 인간적인 배우로 관객과 팬들에게 다가올 수 있었을 것이고 강패는 잠시나마 자신의 꿈을 이루었기에 다시 현실로 비록 돌아가긴 했어도 잠시나마 행복했을런지도 모른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세상이 실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