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20세기 소년-강림'-원작을 몰라도 생동감이 넘치는데...

송씨네 2008. 9. 18. 20:33

 

 

 

20세기 소년
감독 츠츠미 유키히코 (2008 / 일본)
출연 카라사와 토시아키, 토요카와 에츠시, 토키와 타카코, 카가와 테루유키
상세보기

20세기 소년. 1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URASAWA NAOKI (학산문화사, 2008년)
상세보기

 

※원작 만화를 보신 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원작만화를 읽지 않으신 분들이나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본인은 TV 애니메이션은 좋아해도 만화책을 읽을 정도로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아무래도 만화책의 내용을 한 눈에 축약시켜주는데 만화책을 보느니 TV에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 차라리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유치하다고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할지라도 극장판이 나오면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그래도 만화가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느 모임에서 마니또 선물을 주고 받을 일이 있었다.

내가 뭘 선물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다른 이에게 만화책 한 권을 선물로 받은 것 같은데...

바로 탐정 이야기를 담은 만화 '마스터 키튼1'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탐정물은 안끌리더라고...

TV에서 방송하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 같은 작품은 그냥 보지도 않았으니깐...

몇 년 후 극장에서 이 만화를 만든 사람이 만든 다른 원작 만화를 극장으로 옮긴 것을 보게 되었다.

이름을 다시 되뇌었다. '우라사와 나오키2'라...

 

그가 만든 만화중에는 60~70 년대의 일본 상황을 표현함으로써 향수를 자극함은 물론 거기에 공상과학을 접목시킨 괴상한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그것이 '20세기 소년'(1999~2007)이 되겠다.

국내에는 24 권 식이나 되는 분량으로 출판되었고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들렸고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수도 있다라는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정작 감독을 맡은 사람은 드라마 PD로 익숙한 츠츠미 유키히코가 맡게 되었다.

그의 영화 중 최근 작품인 '붕대 클럽'이 국내에 개봉되긴 했으나 소리소문 없이 내려간지라 과연 그가 이런 대작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때는 1969년 도쿄의 어느 마을...

풀 밭이 널려 있는 곳에 그들의 아지트가 있다. 켄지를 비롯한 동네 친구들은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저마다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있다.

9명의 소년, 소녀들은 재미삼아 그들만의 시나리오를 만든다. 이름하여 '예언의 서'...

먼 미래에 사람들은  세균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고 전세계로 이 바이러스는 퍼지게 된다.

이 때 아홉 명의 소년과 소녀가 이 지구를 지키게 된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시나리오이다.

그런데... 30년 후가 지나 이 황당한 시나리오는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센프란시스코와 런던이 이 정체모를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이 생겨나게 되고 거기에 도쿄에는 이상한 신흥종교에 빠진 사람으로 혼란에 빠진다는 것...

그 배후에는 자칭 '친구'라는 신흥종교의 교주의 소행으로 밝혀지지만 손을 쓰기에는 힘들정도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켄지를 비롯한 일곱 명의 친구들은 '친구'와 맞써기 위해 다시 모이고, 시나리오에 명시된 2000년 12월 31일이 다가오고야 만다.

'켄지야... 노올자~...'

과연 '친구'는 누구이며 지구는 과연 지킬 수나 있는 것일까?

 

 

지난주 FILM 2.0 403호는 이 방대한 분량의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얼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특집은 다량의 스포일러가 가득한 내용인지라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읽는다면 상당히 김빠지는 특집이 되겠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특집을 다시 쭈욱 읽기 시작했다.

특집을 읽고나서 '아하... 그렇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실 이 작품은 앞에도 말했지만 추억이라는 키워드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미래와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더해서 별로 끌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렇게도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 감탄하게 되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레코드 판에서 'T-Rex'의 노래 'Twentieth Century Boys'가 흘러나오면서 향수어린 키워드가 하나하나 등장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선데이 서울'이라고 볼 수 있는 도색 잡지 '헤이본 펀치'와 야릇한 사모님들의 모습이 담긴 '애욕의 사모님' 포스터가 그들의 아지트에 나뒹굴고 있고, 그 시절 '소년중앙'이나 '보물섬'을 떠오르게 만드는 '소년 선데이'도 그 들 앞에 서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와는 분명 다르지만 60, 70년에 대한 향수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시절 암스트롱은 달착륙을 했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전세계에 TV로 보게 된다.

이런 추억어린 향수 하나하나를 미래와 연결시키는 발상... 정말 대단하다.

 

 

세상은 20 세기와 21세기 사이를 보여주며 그 시절의 향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켄지만 해도 락을 좋아했지만 먹고살기 바빠 자신이 좋아하던 락을 포기하고 편의점 하나 맡아 어머니와 운영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평범한 셀러리맨이 되었고 누군가는 동네 작은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초능력자도 아닌 사람들이 히어로('슈퍼 히어로'가 아닌 그냥 '히어로'!!)가 된다는 것은 그래서 더 이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20세기 소년'은 그런점에서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힘없는 무능력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향수, 미래, 전쟁 등의 상황에 미스테리한 상황을 더 추가시켜서 원작을 즐기는데 더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동창생들 가운데 '친구'는 존재했는가라는 의문과 왜 '친구'는 이런 일을 저질렀는가라는 의문, 거기에 켄지에게 졸지에 맡겨진 켄지의 누나 키리코의 딸이자 켄지에게는 조카인 칸나의 비밀에 관한 의문들까지...(1편에서는 '친구'의 딸로 일단 이야기되었지만 더 이상은 알 수가 없다.역시 '친구'의 정체를 알아야만이...)

그 의문을 다 풀고 넘어가야 하기에 어쩌면 이 작품이 3 부작으로 제작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상당히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이 많다.

우선 주인공 켄지 역을 맡은 가라사와 토시아키는 일본판 드라마 '하얀거탑'을 비롯해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등의 작품으로 매우 익숙한 배우이다. 아울러 켄지와 더불어 지구를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은  오쵸 역의 토요카와 에츠시는 나카야마 미호 주연의 '러브레터'로 친숙한 인물이다. 영화의 홍일점인 유키지 역의 토키와 다카코는 '마미아 형제', '성월동화'에 출연한 배우이다.

이런 대단한 배우들 뿐만이 아니라 잠깐 잠깐 얼굴을 보이는 배우들도 보이는데 가령 예를 들어 켄지가 일하는 편의점 '빅 마트'의 여종업원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케와리 치즈루이며, '친구' 조직에 의해 살해당하는 교주 피에르 아치모지로 등장한 사람은 다름아닌 다케나카 나오토가 되시겠다. 이런 쟁쟁한 조연(카메오에 가깝지만...)들 까지 이 일본의 국민만화에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으니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작품은 두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더 빠른 속도로 관객과 함께할 것으로 생각된다.

후반에 소녀가 된 칸나의 모습도 그렇고 그야말로 중년이 된 7 총사의 활약도 영화에서 계속 될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 작품에 대한 평이 이상하게 좋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관객에게는 말이다.

'20세기 소년'은 국내 마니아들에게는 알려진 작품이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본인처럼 원작 만화를 접해보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품이 평점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해본다.(자세히 살펴보니 오히려 원작과 너무 똑같아서 실망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무래도 정말 원작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런 기본 정보도 없이 영화를 관람한 나는 기대 이상으로 이 작품이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즐겁게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작품이 '12세 관람가'로 적당한가라는 의문이었다.

잔힌한 장면이 없는데 왜 테클을 거는가 하겠지만 은근히 피를 흘리고 토하고 죽는 사람들의 장면이 많다. 은근히 자극적인 장면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15세 관람가'가 적당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T-Rex'의 노래 'Twentieth Century Boys'가 듣고 싶어졌지만 이 노래를 듣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속 켄지의 노래 이외에도 많은 노래들을 아마 또 다른 속편에서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켄지 역을 맡은 가라사와 토시아키는 속편에서 더 많은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은근히 궁금해지는 영화... '20세기 소년'이다.

 

 

 

PS. 이 작품은 일찍 상영장에 도착해야 이익이다, 또한 엔딩 크레딧까지 끝까지 봐야 역시 이익이다.

서태지의 '틱탁'의 뮤직비디오가 일부 멀티플렉스에서 영화 상영전 상영되며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는 켄지의 노래가 이어진다.

거기에 2편에 대한 예고도 같이 서비스해주고 있으니 급하다고 자리를 뜨시는 분들은 후회 막심이라 생각된다.

  1. 과거 영국 특수부대인 SAS의 교관이었던 키튼이 보험조사관 일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만화... 그러니깐 탐정물 맞지? [본문으로]
  2. (1960~ ) 앞에 언급한 '마스터 키튼' 이외에도 '몬스터', '리턴' 등의 작품이 있다.국내에는 은근히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