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멋진하루'-누군가에는 멋진 어느 날...

송씨네 2008. 9. 23. 18:26

 

 

 

멋진 하루
감독 이윤기 (2008 / 한국)
출연 전도연, 하정우, 김혜옥, 김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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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다이라 아즈코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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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새 영화입니다. 당연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얼마전에도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스폰지의 행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김기덕 필름과 손을 잡은 '영화는 영화다'가 그 시작으로 김기덕 필름이나 스폰지나 상업영화로 가는 첫 시발점을 알린 영화가 되었다.

스폰지의 상업영화 같으면서도 인디영화스러운 배급방식과 제작방식은 계속된다.

 

이윤기 감독, 그리고 이번에는 영화사 '봄'과 함께 한다.

우선 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윤기 감독의 영화를 여태까지 한 편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점이 어떻게 보면 이윤기 감독에게 미안한 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상업적인 배급망이 아니었다면 이윤기 감독의 영화를 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자이지만 여성 이야기를 주로 하는 감독들이 있다.

일본에는 이와이 순지가 그렇고 이누도 잇신의 영화들도 감성적인 면이 강하다는 면에서 여성스러운 영화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기 감독은 그동안 남성이지만 여성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아주 특별한 손님'(2006), '러브 토크'(2005), '여자, 정혜'(2005) 등의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들이며 하나같이 평범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멋진하루'의 원작이 역시 일본 작품이라는 것이다.

다이라 아즈코의 원작 단편 '멋진하루'를 우리식에 걸맞게 이야기한 작품이다.

이윤기 작품은 이미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 소설을 자주 애용한다는 점인데 '아주 특별한 손님' 역시 바로 다이라 아즈코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다.

 

칸의 여인 전도연과 이제는 연기에 한참 물이 오른 하정우가 만났다.

물론 전도연과 하정우는 이미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에서 만난 경험이 있다.

그런지 몰라도 이들의 만남은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속의 병우와 희수는 매우 어색해보인다.

 

 

 

 실내 경마장... 짙은 스모키 화장의 여인이 누군가를 찾고 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나 다짜고짜 하는 말!

'돈 갚아!!!'

아니, 간만에 만난 것도 반가운데 처음부터 한다는 소리가 그런 소리였다니...

물론 그건 병우의 생각이었고, 1년 동안 연락 두절된 병우가 괴씸하게 여겨진 희수는 그에게 350 만원을 갚을 것을 요구하지만 그의 주머니에 남는 돈은 그렇게 많지 않아보인다.

까칠한데다가 자신의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희수는 즐겁지 않은 동행을 하게 된다.

돈을 갚겠다던 병우는 그런데 계속 여성들만 찾아다니면서 돈을 꾸러 다닌다.

이혼도 하고 사업도 접고... 그러나 이상하게 여자가 많은 병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루 동안에 그것도 서울을 주무대로 한 이 영화는 맬로 보다는 로드 무비에 가깝다.

그러고 보니 서울을 주무대로 하는 영화로 한 비슷한 영화로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떠올랐다.

'멋진하루'가 서울 강남과 한남동, 그리고 이태원 일대가 주무대였다면 '극장전'은 서울의 중추신경 부분인 광화문과 종로일대를 촬영하였다.이야기는 다르지만 서울을 주무대로 했다는 공통점과 하나의 지역, 동네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정우의 또다른 영화인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7) 역시 서울 망원동을 아예 주무대로 잡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물론 실제로 망원동에서 찍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넓지만 한편으로 좁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쪼개고 쪼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은 주목할 일이다.

'멋진하루'의 닮은꼴 영화를 또 하나 꼽자면 역시 최근에 개봉된 미키 사토시 감독의 신작 '텐텐'(2007)에서도 이와 유사한 점을 보인다. 돈을 갚아야 한다는 미션과 돈을 받으려면 도쿄를 같이 걸어야 한다는 약간 비슷비슷한 공동점이 있으며 서울과 도쿄의 동네 구석 구석을 돌면서 추억을 찾는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다. 동네를 돌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두 영화는 서로의 추억을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은 미소와 감동을 느끼게 해 준다.

 

 

 

 돈많은 갑부 여사장과 호스티스 여인,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주부, 대학시절 승마부 후배, 심지어는 교통단속 요원에 실내 승마장 직원까지...

다양한 여성들과 썸씽(?)이 있었던 병우의 모습은 플레이 보이 기질을 엿보이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만나는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대변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병우의 사촌들을 만나는 장면인데 바이크 족들로 보이는 이들이 옥탑방 옥상에 모여 바베큐 파티를 하는 장면이다.(이 장면에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객원 맴버 '요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무려 세 곡 씩이나... 그 중 하나를 들어보자! '그런지 카'라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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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병우의 말못할 과거가 밝혀지는데 병우는 의외로 담담하게 대응한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으며 그냥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태평하다. 병우는 이 삶이 힘들고 괴롭지만 막걸리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은 소망을 이야기하는 부분처럼 아직까지는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로 생각된다.

 

 

 

이 영화를 투자하는 투자사 쪽에서는 이 영화는 너무 위기나 절정부분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영화에서 긴장감을 유발시킬만한 그 어떠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늘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단 하루의 멋진 시간이 주어짐에 꼭 그런 위기가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말이다.

희수는 정말 돈이 급해서 병우를 급히 만나야 했을까?

물론 급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병우도 그랬겠지만 희수 역이 누군가가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그 하룻동안은 멋진 하루로 기억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멋진 하루가 있는지 말이다.

 

 

 

 

PS. 뜬금없는 이야기...

이 영화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바로 격투기 선수 표도르에 대한 이야기이다.

버스 광고와 전철 광고에 두 번 등장하는 표도르의 경기 광고는 이 영화에서 뜬금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병우의 표도르 예찬론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병우의 4차원적인 성격을 볼 수 있는 장면인데 하정우 혹은 이윤기 감독 중에서 아마도  표도르의 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