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체인질링]이 영화... 이 사건...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송씨네 2009. 2. 5. 02:55

 

 

 

 

※개봉한지 일주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이 영화를 못보신 분에게는 이 리뷰는 스포일러 덩어리 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 개봉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등급을 보고 얼마나 잔인하길래, 얼마나 선정적이길래 등급을 저렇게 먹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강심장이라서 이런 영화도 잘 봤는데 이제는 그런 영화를 보면 너무 겁부터 나서 말이다.

큰 마음먹고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건만...

나중에 물론 이야기하겠지만 이 영화를 심의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

이게 왜 청소년 관람불가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1928 년 미국 LA...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는 크리스틴은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긴 해도 그 누구보다 강하게 아이를 키워왔다.

전화국 교환원으로 일하는 그녀는 하루 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아들 월터를 집에 있게 놔두게 하고 밖을 나왔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던 것은 사실...

그런데 정말로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 버렸다.

월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크리스틴은 초조하기만 하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냈지만 실종 후 24시간 후에 수사를 한다는 황당한 답변만 한다.

아들... 찾았다! 그러나 그녀가 알고 있는 아들 월터가 아니다.

아니라고 주장해도 경찰에서는 그 애가 맞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크리스틴이 미쳤다면서 정신병원에 가두어 버린다.

다행히도 브리그랩 목사를 비롯한 사람들이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섰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

한편 한 소년이 붙잡히면서 상황은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캐나다로 추방될 소년... 그러나 그 소년은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영화의 시작은 마치 무성영화 시대의 그림을 보듯 유니버설 픽처스의 오래된 로고 타이틀로 시작한다.

그것은 이 영화가 오래전 이야기임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준다.

거기에 '이 영화는 실화이다'라고 시작하는 생뚱맞은 자막은 이 영화같은 이야기가 진짜라는 사실을 도무지 믿지 못하게 만든다.

1920년대는 미국에도 대공황이 일어나던 시대...

물론 1928년을 배경으로 했으므로 어느정도 상황은 나아져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힘든 것은 마찬가지...

당시 여성들의 진출은 활발히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여성들은 억압받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이 시대적 배경이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전차가 다니고 라디오에서는 '전설따라 삼만리' 같은 라디오 연속극이 흘러나온다.

그런 시대에서 영화속 크리스틴이 일하는 전화국 교환원은 성공한 커리우먼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런 그녀가 아들을 잃고 하루 아침에 정신병자가 되어 똘아이,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음모가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당시 미국 경찰, 특히 LA 경찰들은 범죄자들 보다도 더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이었다.

총 한자루만 쥐어지면 자신들의 말을 안듣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총질을 하고 있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사람들 중 여성들은 바로 정신병원으로 직행한다. 암호명 코드 12번 으로 말이다.

이런 가운데 나약한 여성의 힘으로 크리스틴은 아들을 찾아야 하며 부패한 사람들과 싸워야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상당히 간단해 보이지만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상당히 복잡하다.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는 경찰과 싸워야 했으며, 정신병원에 갖쳐 있는 본인에게는 이 악몽에서 나와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있는 사람이 진짜 아들이 아님을 밝혀야 하는 상황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의외로 다른 사건들로 인해 쉽게 풀리게 된다.

아이들만 아무이유 없이 살해한 연쇄살인마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이 도피를 위해 캐나다로 떠나면서 부터이다.

죄없는 아이들은 이유없이 그의 농장으로 끌려가고 닭장에 감금되어 이유없이 살해를 당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나?

최근 경기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범의 모습과 비슷하다.

단지 아이들에서 여자로 바뀌었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싸이코패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극중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은 죽어서까지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특유의 광끼로 세상과 하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최근 용산참사와 많이 비교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경찰의 조작 의혹과 죄없는 시민들이 무차별로 잡혀가고 그들의 입맛대로 죄목을 만들고 심지어는 언론에서도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부 보수 언론은 헛소리를 반복하기만 한다.

은폐에 급급한 영화속 경찰들의 모습은 얼마전 퇴임한 어청수 경찰청장과 지금도 죄없다고 발뺌하는 현 김석기 경찰청장과 닮아있다.

영화 속 존스 반장은 결국 경찰직에서 옷을 벗고 나머지 관련 인물들도 옷을 벗거나 다음 선거 출마를 포기하는 상황에 치닫게 된다. 인과응보의 결과였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지금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화속에서 정의는 승리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것이 정의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이다.

최근 나오는 국내 영화나 외국 영화들은 이상하게 현 정권을 겨냥해서 만든 영화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마치 바보들의 행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다른 의문을 이야기하자면 왜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인가라는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R 등급을 받았는데 국내로 따지면 15세 관람가에 해당된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R 등급은 17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부모와 같이 볼 경우는 허용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이 어른을 동반해서도 볼 수 없는 등급임을 가만하면 우리나라의 15세 관람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이 약간 잔인한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든 스튜어트 노스콧이 아이들을 살해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거의 실루엣처럼 살짝 비춰져서 잔인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을 정도의 등급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분명 영상물 등급위원회는 모방 범죄 우려 때문에 미성년자 관람불가 딱지를 줬다고 이야기 할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재미있게도 이 등급이 적용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걸린 것이다.

앞에 이야기한 경기도 지역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의 살인마 때문이다. 한마디로 타이밍이 절묘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 사유가 충분히 납득이 된다.

하지만 이런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어떤 등급을 받았을까?

그래도 청소년 관람불가였을지도 모른다.

얼마전 한 영화가 주식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역시 이유인 즉슨 모방의 가능성이다. 그렇다고 청소년들이 펀드를 하고 주식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이 영화도 폭력적인 장면이 있어서 문제를 삼았다고 하지만 최근 영화나 드라마들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어쩌면 이 정도 상황은 준수한 것인지도 모른다. 등급을 그렇게 설정함으로써 영화를 홍보하는 마케팅 팀이나 홍보사는 제대로 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돈도 안들이고 알아서 정부가 도와준다는 얘기다.

 

 

 

갑자기 딴길로 빠졌다.

영화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면 어쩌면 이 영화가 이런 등급을 받는데는 시대적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지금 시국이 불안하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는 준수한 등급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영화는 모두가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말이다.

정부(특히 경찰)의 음모로 희생되는 사람들과 그런 이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들, 그리고 어머니의 모정은 그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여러 장면들을 보면서라도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첫부분에 월터가 친구와 싸웠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자 크리스틴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싸움은 먼저 시작하지 마라. 하지만 그 끝은 네가 하는 거야"라고 말이다.

간혹 불량스러운 부모나 조폭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선빵(?)은 니가 먼저 날리고 시작하는 거야' 식의 대사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속 크리스틴은 그와 반대로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인내를 가르치되 해결은 본인 스스로 하게 만든 방식...

자신의 아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던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고통을 당하던 본인이야 말로 자신이 깨달은 것을 실천으로 옮기게 된다.

크리스틴의 영화속 대사는 우리가 실제로 실천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되어졌다.

 

 

 

섹시함의 대명사가 된 안젤리나 졸리가 청순한 어머니로 돌아온 것은 의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당당하게 이 세상과 싸우는 모습은 어쩌면 그간 봤던 액션 영화에서의 그녀의 이미지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총만 없을 뿐이지 당당한 그 모습은 또 다른 라라 크로프트요, 제인 스미스가 되시겠다.

진정한 용기는 총을 들이대고 싸우는게 아니라고 생각된다.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목사로 등장한 존 말코비치라던가, 제프리 도노반이 연기한 사악한 경찰, 그리고 싸이코패스를 연기한 제이슨 버틀러 하너까지...

이 영화에서는 누군가 모자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명 연기를 펼쳐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의 진정한 MVP라면 이 영화의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일 것이다.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를 많이 선보여 온 그는 이번에도 잔잔한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하는데 배우 출신의 감독이지만 그가 다른 감독들과 다른 차별화를 보이는 점 중의 하나를 이야기한다면 영화 안의 OST를 본인이 직접 선곡하고 작곡 한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들이 흘러나오는데 대부분이 그가 작곡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더 놀라게 된다.

하긴... 그의 전작들에서도 그런 솜씨는 이미 잘 알려져서 또 이야기하기는 입만 아플 것 같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그랜 토리노'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마지막 작품이라고 그는 늘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작품들도 준비중인 것을 보면 그가 그냥 60~70년대의 총이나 갈겨대는 총잡이 전문 배우가 아님을 확실히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같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그의 여전한 영화 열정에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PS. 이 작품이 실화라고 하지만 그에 관련된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다.

찾다보니 어떤 블로거가 이 작품의 실제 이야기를 기록한 글이 있어서 하나 링크를 걸어둔다.

 

'체인질링'에 관한 실제 기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