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당신은 행복하신가요?

송씨네 2009. 2. 14. 02:13

 

 

인간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에 맞게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행복하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반대로 금전적인 것들이 그런 것을 가로 막기도 한다.

 

노인으로 태어나서 갖난아이로 세상을 마감한 한 사람의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짧은 페이지의 단편 소설이 길고 긴 2시간 이상의 영화가 될 수 있는 것은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능력이라고 본다.

'세븐', '파이트 클럽'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포레스트 검프'의 시나리오를 쓴 에릭 로스가 만났다.

'벤자민...'은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와 이야기한다.

얼마만큼 당신은 이 삶에 만족하고 있냐고 말이다.

 

 

 

제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날, 한 아이가 태어났다.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은 남편에게 잘 맡아 길러달라고 이야기하고 세상을 뜬다.

아이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그를 저 멀리 양로원으로 버린다.

주름이 쭈글쭈글 늘어난 갖난아기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퀴니라는 양로원 관리인은 이 아이를 지극정성 보살핀다.

아이의 이름은 벤자민으로 정하고...

아이는 점점 일어설 수 있었고 흰 머리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삶을 위해 밖으로 나선 벤자민은 원양어선 배에 몸을 싣고 세계 곳곳을 누볐다.

그 사이 제 2차 세계 대전은 벌어지고 그 사이 벤자민은 노인에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여섯 살 때 처음 만난 그녀 데이지도 숙녀가 되어 있었고 그렇게 그들은 오래간만에 해후를 하게 된다.

다시 만나 그들은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갖았지만 벤자민은 자꾸 어려지고 젊어지는 자기 자신이 불안하기만 하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한 병원이다.

산소 호흡기에 겨우 연명하고 있는 노년의 데이지가 등장하고 그녀의 딸인 캐럴라인은 애초롭게 데이지의 마지막을 지켜본다.

데이지는 누군가의 일기장을 캐럴라인에게 보여주고 그것이 자신의 진짜 생부인 벤자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 일기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다.

중간 중간 노년의 데이지 모습을 보여주며 그녀가 처해있는 상황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젊은 아기로 태어나 늙어서 세상을 등지는 이가 아닌 거꾸로 태어나고 거꾸로 삶을 마감하는 벤자민의 모습은 판타지 영화적인 느낌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노년부터 시작해서 젊을 때의 모습으로 거꾸로 연기한 브레드 피트는 유쾌한 모습과 고민에 가득찬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 속에서의 시대적 상황들도 녹아내려감으로써 한 인간의 평범하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평범하지 않은 일대기를 들려주고 있다. 브레드 피트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고,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분장술의 발달과 더불어 특수효과의 발전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위대한 캣츠비'로 알려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 작품은 그렇기에 지금에서나 가능한 작품이 되었을지도...

 

 

 

 

다양한 인물 속에 다양한 장면들도 인상적인데 우선 초반의 영화 제작사를 나타내는 로고를 보자면 이 영화의 워너 브라더스의 우리가 알고 있던 로고를 사용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러분도 아시는 분은 아시나 보르겠지만 영화 시작전 워너 브라더스 로고가 뜨기전 희미하게 건물들이 보이는데 이것은 워너 브라더스의 스튜디오 건물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로고는 최근에 만들어진 워너 영화라면 항상 등장하는 녀석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클레식한 영화답게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수많은 버튼(단추)들이 등장하면서 이것을 워너 브라더스 로고로 형상화한다.(얼마전 소개한 '체인질링'처럼 최근 영화들도 복고적인 이미지를 무진장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보기

(스포일러!! ☞ 벤자민을 버리고 간 그 아버지라는 사람은 훗날 청년 벤자민에게 자주 접근을 하는데 바로 버튼 공장 사장님이시다. 이름도 '버튼'... 그래서 처음에는 '벤자민'이라는 이름만 붙지만 이후 '버튼'이라는 이름이 덧붙어진다. '벤자민 버튼'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등장했던 것...)

 

 

 

또 하나의 아기자기한 볼거리는 이 영화에 등장한 아역들이다. 대단한 아역들이 두 명 등장하는데...

여섯살 데이지로 등장한 아이는 다코타 패닝의 동생인 엘 패닝으로 언니 만큼이나 많은 영화에서 아역으로 출연중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최고의 미모를 지닌 아역 출신의 자매 배우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미 다코타 패닝은 숙녀가 다 되었으니깐...) 

거기에 데이지와 벤자민 사이에 태어난 딸로 등장한 이는 실제 브레드 피트의 딸인 샤일로 누벨로 엄마(안젤리나 졸리)와 아빠의 좋은점만 쏘옥 뽑아 닮았다!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은 결국 데이지를 놔두고 다른 세상으로 향하게 된다.

원양어선을 타고 여러 세상을 다녔던 것처럼 그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또다른 마지막 이별 여행을 하러 떠나게 된다.

어쩌면 가족을 버린 벤자민이 비정한 아버지, 아빠라고 생각되시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속 대사처럼 아이 한 명을 기르는 것도 힘든데 아이 두 명을 맡아 기르는 상황은 더 힘들지 않겠냐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우울한 미래를 어느 정도 암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청춘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그 청춘이 아름다웠는가 되묻는다.

그리고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 세상과 하직할 때가 될 때 다시 묻는다.

과연 나는 그 젊음이라는 시간을 잘 활용했는가라고 말이다.

 

초반에 나는 이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피곤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노년의 벤자민의 모습은 그렇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을 올라가고 있는데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글쎄, 그건 나도 그렇고 그 사람도 그렇지만 우리가 아직 젊기 때문에 아직 그 미래의 우리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서글퍼졌다. 언젠가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늙어가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그 행복을 모르고 살고 있을 때 마지막 어느 순간에 그 행복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반성을 할지도 모르겠다.

 

우린 아직 시간이 많다.

청춘을 향해 가는 우리들에게 그 행복이 빨리 떠나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번 리뷰부터 PS에 해당하는 란에 몇 가지 제 생각을 첨부할 예정입니다.

실제 관람등급이 아닌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관람등급과 같이 볼만한 영화를 곁들여 소개합니다.

 

송씨네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 12세 관람가 ~ 15세 관람가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12세 관람가... 하지만 어린 중학생, 혹은 부모님을 동반한 어린 친구들이 이 영화 속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되어서도 이해 못한다는 관객들도 있는데 말이다. 따라서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12세 관람가 보다는 어느 정도 삶에 성숙한 15세 관람가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랑 비슷해!  ☞ 소년, 천국에 가다(2005)

윤태용 감독의 2005년 이 작품은 '벤자민...'과는 거꾸로 점점 늙어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불의의 사고로 얼떨결에 천국에 온 네모라는 소년(박해일)은 천국으로 일찍 보내지는 대신에 하루를 1년 씩 사는 것으로 합의를 본다.

남몰래 짝사랑하던 만화가게 여주인이지자 미혼모인 부자(염정아)를 어른으로써 만나게 된 네모는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60 여일 밖에 살 수 없음을 인식하고 고독한 이별을 준비한다. 고독한 이별을 준비한다는 점에서는 영화속 벤자민과 닮아있다.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