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날아라 펭귄-현실은 시궁창인 이 땅의 모든 펭귄들을 위해...

송씨네 2009. 9. 19. 07:09

 

 

 

이 리뷰는 공동체 상영 전용으로 배급된 필름으로 본 작품입니다.

따라서 정식 상영버전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제가 볼 때는 큰 차이는 배급방식이나 필름을 트는 방식 외에는 없는 것 같내요. 공식상영전 본 영화이므로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동체 상영에 대한 이야기는 이 리뷰 소개 후 다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인권... 그거 참 어렵죠?

말이 인권이지 어떤 것이 인권이며 과연 그 인권이 잘 보장되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죠.

국가인권위원회는 몇 년전부터 영화사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이 정부기관이 갑자기 돈을 벌려고 이런 사업을 뛰어든 건 아니고요.

인권에 대한 쉬운 설명과 더불어 대한민국 인권에 대한 반성을 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시선' 시리즈를 열심히 챙겨보신 분이라면 '여섯개의 시선' 부터 시작된 시리즈와 더불어 '별별 이야기' 같은 애니메이션도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얼마전에는 학생들의 인권을 다룬 '시선 1318'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뇌를 이야기하였지요.

이들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감독들이 각자 짧은 분량의 단편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각자 감독이 만들다보니 스타일도 틀리고 시간적 제한을 받는 것이 옴니버스의 단점이기도 하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잠시 거대 자본의 상업화로 외도를 시도한(?) 임순례 감독이 다시 인디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인권위가 만든 이번 작품은 옴니버스가 아닌 장편입니다.

바로 '날아라 펭귄'입니다. 

 

 

 

[이 영화는...]

 

#1. 

승윤이는 올해 초등학교 2 학년입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성화에 못이겨서 3학년 문제집을 풀고 있습니다. 

영어학원, 미술학원, 발레학원 등등을 다니고 있지만 승운이는 지칠대로 지칩니다.

영어마을에서 실습을 받는 날 점원으로 등장한 원어민 교사 앞에서 쩔쩔매는 승윤이의 모습을 보고 승윤이의 엄마는 'All  English'를 선언합니다.

그러나 그 압박은 승윤이를 더 곤란하게 만들 뿐입니다.

 

#2.

승윤의 어머니인 희정은 공무원입니다.

그녀가 일하는 곳에는 두 신입사원이 들어옵니다.

주훈은 사교성이 좋고 늘 싱글벙글하지만 회식자리에서는 주눅이 드는데 항상 생선회나 고기만 먹는 회식자리에서 그는 채식주의자라는 이름으로 채소만 먹고 거기에 술은 한 잔만 먹으면 뻗어버리는지라 회사 직원들에게는 유쾌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여자 신입사원 미선 역시 여자이지만 남자못지 않은 적극적이고 털털한 직원입니다만 그녀에게 딱 한가지 단점은 담배를 피운다는 것입니다. 두 신입은 이 곳의 직원인 창수에게는 단단히 찍히고 다른 직원들 역시 그들을 이상하게만 바라봅니다.

싫은 것 말하는 것도, 자신의 취향을 밝히는 것도 죄인가요?

 

#3.

희정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자 그녀의 선임인 권 과장은 기러기 아빠입니다.

자식들과 마누라를 출가시킨지 4년...

중국집에서 시켜먹는 쿠폰  모으면 공짜로 주는 특식도 이제는 익숙할 법 할텐데, 혼자 지내는 시간도 많지만 너무나 외롭기만 합니다.

부하 직원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그와의 술자리를 거절하고 그는 여전히 혼자가 되죠.

방학 시즌이 되자 자식들과 부인이 돌아오긴 했지만 이건 그들이 와도 똑같습니다.

부인은 권 과장에게 같이자는 것이 어색하다면서 피하고 자식들은 바쁘다면서 아버지인 권 과장과의 소통을 거부하죠.

그런 일탈은 지속되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이 어렸을 적 섰던 그림일기를 발견하곤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4.

권 과장의 부모님은 권태로운 노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의 아버지인 권 노인은 상당히 가부장적인 인물이고 부인인 송 여사는 그런 권 노인에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으니깐요.

노인대학 춤 동아리에서 춤을 배우면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송 여사를 권 노인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냄새나는 노인내들이랑 왜 같이 있어야 하냐고 말이죠.

더구나 운전면허 시험을 보겠다고 선언한 송 여사를 이해 못하고 결국 두 사람은 노년에 별거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갑자기 권 노인에게 날라온 이혼 통지서...

아차, 권 노인은 슬슬 위기감을 느끼지 시작합니다. 별거에 거기에 혼자 집안일을 하려니 아내가 슬슬 그리워집니다.

 

 

 

 

 

 

새로운 인권 시리즈는 옴니버스를 포기하는 대신 한 감독에게 올인하는 것으로 방식을 변경합니다.

이미 임 감독은  '여섯개의 시선' 중 '그녀의 무게'라는 작품을 통해 몸무게 때문에, 외모 때문에 취업을 하지 못하는 잘못된 관행을 지적한 경험이 있던지라 임순례 감독에게 이번 장편은 어렵지 않은 도전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한 작품에 네 가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옴니버스는 아니지만 절반의 옴니버스를 시도한 것이죠.

장면 전환을 하는 방식을 보더라도 승윤과 그의 어머니 희정→희정이 일하는 직장에 새로 들어온 두 신입→희정의 직장 상사이자 기러기 아빠인 권 과장→노년에 황혼 이혼의 위기에 처한 권 과장의 부모님... 이런 식으로 장면 전환을 자연스럽게 유도시킨다는 것이죠.

챕터가 단지 구분이 되지 않을 뿐이지 절반은 옴니버스라고 제가 간주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그 장면전환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죠.

 

 

소재의 면에서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을 법한 사건과 인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죠.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우리나라 학부형이라면 누구나 최근 겪게 되는 영어 조기 교육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건드린 것이죠. 이미 '여섯개의 시선'에서 박진표 감독이 '신비한 영어나라'라는 단편을 통해 보여준 문제점이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등장한다는 것이죠.

아이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를 쓰지만 정작 아이는 스트레스에 빠진다는 것이죠.

사실 저희 때만 해도 초등학교에 영어교육도 없었고 학원과외도 심하지 않던 시절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요즘의 부모들은 과하다는 생각도 들기만 합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자신의 개성을 무시하는 직장 직원들의 왕따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왜 주훈이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술을 가까히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사정을 듣지도 않고 무시하는데에서 왕따가 생기게 되었고 반대로 미선은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남자 직원들에게 무시를 당합니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기호 식품이 있음에도 그 사람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태도는 영화를 보는내내 불쾌하게 만드는데 충분합니다. 주훈의 경우 오해가 풀렸지만 미선과의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말없이 끝난 점이 조금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회식자리에서 당당히 자신의 기호를 밝힌 미선의 용기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세번째 이야기로 넘어오면 요즘 유행처럼 변한 기러기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기러기 아빠 외에도 다양한 층의 아빠들이 등장하는데 돈되고 능력되는 아빠들이 자식들을 위해 자주 외국으로 왕래를 하는 사람들을 '독수리 아빠', 형편은 안되지만 억지로라도 자식을 위해 돈을 보내는 아빠들은 '기러기 아빠', 도무지 외국으로 보낼 능력은 안되 자식들을 강남으로 보내고 자신은 오피스텔 작은 방에서 거처하는 사람들은 '참새 아빠'라고 불리운다는 것이죠.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아빠들이 바로 '펭귄 아빠'라는 부분에서 씁쓸해집니다.

너무 오랜동안의 외국생활로 벽이 생긴 가족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일부가 겪고 있지만 노년이면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황혼 이혼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에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부 가부장적인 남성들의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남성(할아버지)와 여성(할머니)들의 각기 다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이들의 회식장면이었습니다.

아내들과의 대화에서는 가령 60대 남자들이 필요한 것 베스트에서 5위가 집사람, 4위가 안사람, 3위가 마누라, 2위과 와이프, 1위가 처라고 이야기하는 장면과 반대로 남편들과의 대화에서 집에서 밥 한 끼 먹으면 일식 씨, 두 끼 먹으면 두식이 놈, 세 끼 먹으면 삼식이 새끼라고 농담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렇게 생각도 다른 사람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노년의 위기를 뭐라고 말할 나이는 아니지만 대화만큼이나 큰 해결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네 편의 에피소드는 우리가 생각하는 인권이라는 문제가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생활속에서도 알게 모르게 분쟁의 문제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겠지요.

 

 

 

 

 

 

저예산 작품이기에 사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는 대부분이 노게런티 출연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껍니다.

더구나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한 정혜선, 박인환 씨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셨죠.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는 알 수 없는 연인으로, 그리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어서 부부로 만났던 박원상, 문소리 씨는 이 작품을 통해 세번째 조우를 하게 되었으며 최희진, 최규환, 손병호 씨 등의 개성강한 배우들이 각각의 독립된 에피소드에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누구에게나 꿈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죠.

펭귄은 닭처럼 날 수 없는 새입니다. 짧은 팔과 다리와 무거운 몸이 펭귄을 날 수 없게 만드는 주요인이죠.

하지만 펭귄도 꿈이 있습니다. 저 푸른 바다를 향해 날아다니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세상의 모두 알고 보면 펭귄과 같다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배급은 아시는 분은 아히겠지만 일반 극장 상영과 더불어 공동체 상영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걸리기 힘들 것 같은 지역, 그리고 극장이 적거나 하나도 없는 지역에 찾아가는 영화관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이 공동체 상영입니다. 공동체 상영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소개를 드리겠지만 이런 공동체 상영이 지속되어야 한국 영화가 살고, 한국 독립영화가 산다고 생각됩니다. '워낭소리'나 '우리학교'가 히트를 친 이유도 바로 이 공동체 상영의 위력이 컸음을 잊지는 말아야겠지요.

참고로 이 작품 '날아라 펭귄' 역시 '우리학교'와 '워낭소리'를 배급한 스튜디오 느림보라는 점을 주목하셔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제가 존경하는 고영재 PD의 역작(!) 입니다.)

 

 

임순례 감독을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앞으로 독립된 장편을 많이 만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얼마전 인권위의 일부 인물들이 바뀌었고 바뀐 인물중에는 과거 인권위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사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지원이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인권보호의 중요한 키워드가 소통인데 언제나 그렇듯 현 정부는 소통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인권위의 장편 독립영화중에서는 우리가 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 프로젝트가 마지막이 되지 않길 바랄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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