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교차상영... 관객도, 극장도 할말 있다!

송씨네 2009. 11. 16. 09:05

일만의 블로깅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 너무 침묵했더니 영화계에서는 좋지 않은 소식들이 나오고 있네요.

그 좋지 않은 소식이란 '집행자'와 '하늘과 바다'의 영화 교차상영 소식입니다.

'하늘과 바다'는 결국 교차상영을 포기하고 '집행자'는 스텝들 일부가 삭발을 하는 등의 강한 반발을 나타냈습니다.

이런식이라면 왜 교차상영이 문제가 되는 것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 분이 '무한도전' 맴버들을 이용하여 tvN '롤러코스터'의 인기 코너인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 했는데 저는 극장의 입장에서, 그리고 관객의 입장에서의 상황을 좀 재미있게 표현할까 합니다. 아무래도 극장에서 3개월 일한 경력 때문인지 극장들의 상황을 약간 알고 있어서 말이죠.

 

 

극장, 관객들 마음 몰라요... 관객들, 극장 사정 잘 몰라요.  사소한 것부터 너무나 다른 극장과 관객들... 극장과 관객의 심리를 살펴보는 영화 탐구생활... 교차상영 편!

 

극장 심리 탐구...

 

오후 늦게 일어난 송씨네, 오늘은 극장 첫 출근이에요.

용모를 단정히 해야해요. 워낙 집에서 꼬질꼬질이라는 소리로 부모님으로부터 잔소리 한다발을  받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에요.

송씨네는 영사기사에요. 영사기사 그까짓 대충~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입사신청을 했어요. 정말 미쳤어요.

극장으로 들어서서 관계자들만 춥입하는 개구멍으로 들어가요.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써져 있는거... 맞아요, 백프로에요.

출입카드를 긋고 영사실로 향해요. 이미 영사실장님이 출근하셨어요.

"송씨네, 왔구나... 바로 청소부터 해야지..."

막내는 역시 청소로 하루를 시작해도 본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니에요. 영사실이 작다고 생각하시면 금물이에요.

복도가 길게 놓여져 있는데 이건 상암월드컵 경기장 규모에요. 물론 뻥이지만 그정도로 넓다는 거에요.

먼지때문에 빗자루질은 안하는게 좋아요. 물걸레질을 해요. 넓어서 지칠 지경이에요.

필름 세팅을 해요. 시간표를 보니 교차상영도 있어요. 관객들은 무슨 교차상영이 많냐고 물어요.

하지만 극장에서 까라고 하면 까야되요. 여긴 내가 대빵이 아니니깐요.

한 관 당 영사기가 한 대 씩 있는데 대문짝 만한 기게가 하나 있고 그 옆에 둥그런 롤이 세 개 있어요. 그 롤이 돌면서 필름 길을 만들면서 그 대문짝만 기게와 영사기가 거기로 들어오는 거에요. 

세 편을 교차상영한다고 하면 일단 한 편은 책상이나 잘 안쓰는 영사기 롤에 올려놔요. 필름들이 두 세벌로 나눠서 택배 아저씨가 가져오기 때문에 이거를 이어 붙이면 장난 아니게 무거워요. 거기에 광고도 입혀요, 에티켓 안내도 입혀요, 돌비니 뭐니 하는 사운드 관련 인증 마크 안내도 붙어요, 비상대피로 안내도 입혀요. 그건 옵션이니깐요. 

사실 송씨네는 극장이 왜 교차상영을 하는지 잘 몰라요. 시간표를 짜주면 거기에 맞게 트는 것 밖에는 모르니깐요.

하지만 얼마전에 들었어요. 물론 중앙의 시간표를 짜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간혹 자사 지점에서 시간표를 짜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나 대형 배급사에서 압력을 넣어요. 

"야, 우리 영화 상영하려면 (콕콕 짚으며) 애네, 얘네 줄여..."

"왜요?"

"그냥 시키는대로 해 짜샤, 안 그러면 다음에 우리가 배급하는 인지도 1위 영화 배급 안시켜줄꺼야!"

이런 우라질브라질쌈바레이션... 사실 그래도 큰 극장은 이런 잔소리가 고마운줄 알아야 해요.

관객들이 잘 안들어오는 인기없는 극장들은 이런 최신작 필름도 안줘요. 이렇게 해서 오히려 망한 극장도 많아요.

그렇기에 멀티플렉스 채인점을 바꾸는 중소극장들도 많아요. 빽이 있어야 영화를 튼다는 것이죠. 

 짬좀 먹은 배테랑 영사기사들은 아마 이 사실을 알꺼에요. 하지만 초짜 햇병아리 신참 영사기사가 이딴 속사정을 알리가 없어요.

 

이상 극장 혹은 영사실 탐구생활이었어요. 

 

 

 

 

 

 

 

관객 심리 탐구...

 

송씨네는 3 개월 만에 그 극장을 그만 두었어요.

필름 세팅 잘못하다가 된통 영사사고가 났어요. 지못미... 이건 아무도 지켜주지 못해요.

그리고 희한하게도 무전기 울렁증도 있어요. 별 그지같은 울렁증도 다 있어요.

어쟀든 못하겠다고 사표를 내요. 

그러면 영사기사분들은...

"그럴꺼면 왜 영사기사 한다고 입사 신청했냐, 짜샤..."

라고 이야기를 해야할텐데 그냥 군소리 안하고,

"다음에 보자, 그리고 연락도 하고..."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헤어지면 남남이에요.

송씨네는 이제 다시 백수가 되었어요. 다시 본분으로 돌아가서 영화를 보고 열나게 리뷰를 쓰는 일이 남았어요.

열심히 놀다가 객원기자나 스폰서 등으로 따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그건 말도 안되는 생각이에요.

이렇게 소심한 O 형은 오늘도 부비적 부비적 영화를 보기로 하고 인터넷을 뒤적거려요.

동네에서 반경 몇 미터 극장이 있다면 여름에는 슬리퍼 질질 끌고 추리닝 바람에 가면 좋지만 사실 송씨네가 사는 동네에는 극장이 없어요.

전에는 쥐꼬리 만한 극장이 하나 있었지만 지금의 멀티플렉스 생각하면 동네 삼류 극장 같은 곳이었어요.

수십년전에 사라진 극장이라서 그 동네 주민들도 기억못할꺼에요. 그게 현실이에요.

인터넷으로 막스무비나 , 옛설24, 엔터파크 등의 예매 사이트를 뒤적거려요.

물론 씨쥐붕이나 큰박스, 돗데 시네마 등의 멀티플렉스 극장의 사이트도 봐요.

오늘 송씨네가 보고 싶은 영화는 '여행자, 집행자 되다...'에요.

이런 무슨 유상무상무스러운 제목이냐고 묻겠지만 입양자이던 한 남자 주인공이 한국에서 돌아와서 교도관이 된다는 인디영화래요.

시간표를 봐요, 이런 십이장충요충에 회충같으니라고...

상영시간이 23시 50분... 달랑 한 번이에요.

다른 극장을 봐요. 25시 10분... 이건 아예 새벽에 보라는 거에요. 

무슨 새벽 조기축구도 아니고... 조기축구도 그 시간에는 축구 못해요.  새벽에 어떻게 영화를 봐야하는지 초난감이에요.

다행히 14시 20분, 그러니깐 오후 2시 20분에 영화가 있어요. 올레를 외쳐요.

그나마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영화를 상영하신 극장에 감사드려야해요. 큰절 올려야되요.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에요.

그러나 이마져도 없으면 최후의 보루를 사용해야 해요.

지방에 사는 송씨네는 서울로 가서 원정가듯 영화를 보러 올라가야 해요.

사실 의외로 영화마니아중에는 이런 분들이 정말 있다고 해요.

부산에서 KTX타고 서울로 올라가서 영화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도 있다고 해요.

미쳤다고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동네에 인디 영화나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어요.

이것도 안되면 인디 전용극장을 찾거나 아니면 눈이 빠지도록 지역 공동체 상영을 기다려야 해요.

하지만 공동체 상영도 내가 원하는 영화만 상영하는 것도 아니니 지역 공동체 상영 관련 홈페이지나 카페에 꼭 문의를 해야해요.

멀티플렉스...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개소리, 구라에 가까운 이야기에요.

 

이상 관객의 영화보기 탐구생활이었어요. 

 

 

 

 

 

 

 

사실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약간의 과장이 있지만 90%가 진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리 예술영화를 틀고 싶어도 대형 배급사의 횡포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죠.

물론 그런 거대 배급사에 맞써서 계속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일부 모범적인 극장도 있지만 만약 영세한 극장이라면 폐업신고를 할 각오를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 배급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죠. 관객수가 점차 감소되고 나중에는 극장이 폐업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니깐요.

 

 

 

그렇다면 '집행자'와 '하늘과 바다' 제작사들이 밝힌 이번 사태는 과연 정당한 자기 주장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부터는 제 생각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들으실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죠.)

우선 '집행자'의 교차상영은 안타까운 일이고 그것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영화도 잘 봤지만 출연진들이 이런 작은 영화에 출연해주었다는 것 부터 대단한 용기였고 보여지니깐요. 특히나 인지도 면에서 큰 영화를 선택했을 법한 아이돌 가수 출신의 윤계상 씨의 출연은 쇼킹한 일이죠.

'집행자'를 생각하면서 생각한 영화가 얼마전 이 블로그에서 지겹도록 소개해 드린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입니다. 임순례 감독 역시 상영관이 줄어들면서 아쉬움을 표했는데 그래도 감독의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시설의 극장에서 자신들의 영화가 오랫동안 상영되길 바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인디전용관에서 개봉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고 그나마 입소문이 좋아야 다른 멀티플렉스로 올라간다는 것이죠. '워낭소리', '똥파리', '낮술', '우리학교', '원스' 등의 작품들이 멀티플렉스로 진출하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봐야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나마 지금의 대안은 얼마전 이야기드린 공동체 상영인데 공동체 상영은 사실 상당히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하늘과 바다'의 경우에는 아예 배급을 포기한 방식인데요. 그러나 앞의 '집행자'와는 비교를 거부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죠. '집행자'는 많은 언론 노출이 되지 않은 상황에 반대로 '하늘과 바다'는 의외로 많이 노출이 된 상황입니다. 더구나 얼마전 대종상 후보에 오르는 것이 이슈가 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지요.

1996년 대종상에 '애니깽'이라는 작품이 후보에 오르면서 역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영화제 이후인 1년 반 후에 공식 개봉이 된 것을 생각한다면 '하늘과 바다'는 그나마 나은 편인지도 모릅니다. 출품제 방식으로 이루어진 '하늘과 바다' 사건은 충분히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했지요.

그런 상황에서 덴딩(벽보) 방식의 홍보 전략에서도 '대종상 노미네이트' 문구를 삽입했습니다.

나름 홍보를 했고 배우들도 홍보전략에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했다면 이것은 분명 마케팅을 잘못 정한 홍보사의 잘못이지 영화 제작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죠.

더구나 주연배우인 장나라 씨의 아버지인 주호성 씨의 과도한 자식사랑도 오히려 이 영화의 마이너스 요인이 된 것이죠. 이것을 '집행자'나 '날아라 펭귄' 사태와 엮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됩니다.

마케팅이 문제이지 마케팅 방식을 바꾸었다면 충분히 입소문으로라도 자연스럽게 영화가 흥행된다는 것입니다.

그 때는 상영관이 만약 줄어든다고 해도 손실은 줄일 수 있는 것이죠.

 

 

 

이상 교차상영에 대한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로 살펴보고 개봉된 영화들에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극장들에서는 시장경제의 원칙상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모두다 작정한 듯이 상영횟수를 줄이고 관객들이 보지 못하는 시간대에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교차상영을 하시되 관객들이 보실 수 있는 시간에 교차상영을 해주십시오. 인디영화와 상업영화의 상영 비율이 50:50이 되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디영화가 40의 비율이라도 상영되게 해주십시오. 대부분의 인디영화와 상업영화의 교차상영의 비율은 거의 90:10에 가까운 처참한 수준입니다.

수익 중요합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같이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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