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하하하'-실없어서 웃고, 유쾌해서 웃는 홍상수 식 여행기!

송씨네 2010. 5. 7. 11:44



흔히 우리가 작가주의적 감독들을 뽑으라면 누가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떠오르겠지만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 봅니다. 바로 홍상수 감독이죠. 

홍상수 감독의 특징이 많은 등장인물에 한 도시에서 이야기들이 벌어지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만큼의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고 잔잔하지만 웃을 수없는 황당한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이 홍상수 감독 영화들의 특징이라고 보여집니다. 강원도, 종로, 해변가, 제천 등의 크고 작은 도시를 턴 했던 그가 이번에는 경남 통영으로 왔습니다.

바닷가 도시 통영에서 수 많은 남녀가 사랑하고 사건들에 휘말립니다.

두 사내의 대화속에서 통영은 과연 그들에게 어떤 잔상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요?

영화 ‘하하하’입니다.






문경과 중식은 선후배 사이입니다.  지금부터 이 두 사람이 술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할 내용은 통영에서의 여행기입니다.

문경은 영화를 만들고픈 감독이지만 별다른 작품이 없는 사내입니다. 캐나다 이민을 준비중인 상태에서 통영에 왔지요. 통영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도 만나볼 겸해서 왔습니다.

중식은 영화평론가이고 유부남이지만 현 삶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도피성으로 통영을 찾아왔고 그의 애인인 연주가 찾아올 예정입니다. 연주는 자꾸만 중식에게 새출발을 제의합니다. 하지만 마누라와 자식이 있는 중식의 고민은 여간 쉽지 않죠. 

문경은 향토 역사관 관장을 따라 박물관을 둘러보고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에서 성옥을 만납니다. 성옥은 유적지에서 가이드로 활동하는데 상당히 까칠하지만 웬지 모를 성옥에게 호감을 보입니다. 하지만 성옥은 돌싱의 경력도 있고 더구나 젊은 시인 정호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정호는 성옥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문경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도 가끔 도와주는 정화도 좋아하는데 정화는 과거 국정원에서도 일하고 산전수전 다 겪다가 외국계 선박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죠.

한편 중식과 정호는 서로 형님, 동생하는 사이로 문경의 어머니가 일하는 식당의 단골 손님이기도 합니다. 이는 성옥도 마찬가지이고요.

얽히고 설힌 관계에서 문경과 중식의 음주 토크는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정작 두 사람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상대편 사람들이 자신들이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이는 영화가 끝나가는 상황에서까지 계속됩니다.

물론 그나마 살짝 알아차리는 사람은 성옥 한 명 뿐이지만 성옥은 문경의 어머니와의 만남을 피합니다. 만약 만났더라면 이 영화의 결말은 어쩌면 홍상수 감독스럽지 않은 친절한 결말(?)로 맺을지도 모를일이죠.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스타일을 아시는 분이라면 그가 친절하게 결말까지 제시해주는 감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실껍니다.

더구나 이렇게 복잡하게 얽히는 관계는 시트콤을 능가하는 웃음으로 많은 사건들을 불러일으키게 되지요. (이럴 때 드는 생각... 차라리 반대로 시트콤 전문 김병욱 PD가 영화를 연출하고 홍상수 감독이 시트콤 한편을 연출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모든 사건은 통영에서 시작하고 통영에서 끝을 맺습니다. 

물론 문경과 중식은 술자리에서 통영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지만 술자리는 그것을 기억하는 시발점일 뿐이지 이 이야기의 대부분은 어떻게 보면 문경 어머니의 식당에서 시작에서 통영의 버스터미널에서 끝을 맺고 주 무대는 엉뚱하게도 나폴리 모텔에서 이루어집니다. (실제 있는 장소라는 것이 더 웃기기까지 하죠.) 심지어는 카페나 그 어느 쪽에서 바라봐도 통영의 바닷가와 이 문제의 모텔이 보인다는 점이 재미있는 점이죠.


홍상수 영화의 특징은 한 두 명의 인물이 사차원 적인 생각들을 가진 다소 엉뚱한 인물들로 그려졌다는 것인데요. 이번에는 홍 감독의 페르소나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4 차원의 인물들 역시 다량 등장한다는 점이 주목할 점입니다. 그 점에서 관객들은 폭소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문경 모자(母子)의 엉뚱한 모습은 식당에서 두 번 나오는데 서로 아끼는 모습에서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뭔가 좀 엉뚱하고 코믹한 구석이 있는 장면으로 바뀌어 버렸고 성옥과 정호가 꽃을 가지고 싸우는 장면도 황당하기만 합니다. 사차원적인 엉뚱한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홍상수 감독식의 개그는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황당하고 엉뚱한 장면들에 관객들은 분노를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스타일을 이미 많은 관객들이 꽤뚫고 있기 때문이죠. 

‘극장전’에는 여배우에 집착하는 엉뚱한 감독을 만났고 ‘오, 수정’이나 ‘해변의 여인’, ‘잘 알지 못하면서’ 등의 영화에서 다혈질에 성격이 자주 바뀌는 이상한 사람들을 우리는 이미 만나보았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홍 감독의 영화에서 이런 4차원을 향해 가는 등장인물은 계속 될 것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홍 감독의 이런 모습에 어색해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죠.






이번주 씨네 21은 재미있게도 이른바 ‘홍상수 에디션’이라는 대특집을 공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열 번째 영화였고 이 작품 ‘하하하’를 포함해서 그의 작품들을 이야기할 필요가 느껴졌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특집을 다루었던 것으로 생각이 들고요. 글 중에는 홍 감독은 진실게임을 좋아한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진실게임이라면 술을 따르면서 돌아가면서 진실 여부를 이야기하는 게임인데 거짓이거나 답변하지 못하면 술을 마시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식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 TV 프그램의 제목이기도 했고 진짜를 찾는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지기도 했지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가 진실게임을 좋아하듯 ‘욕망이 전면에 나서고, 숨긴 사연을 들춰내고, 위약적인데다가 노출적인 쾌감도 있고, 반성의 모습에 건전한 사람이 보기에는 저질스러운 면에서...‘ 영화와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쭈욱 보지 못하고 드문드문 본 상태에서 그의 작품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드렸듯이 4 차원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하여 한바탕 난리법석을 피우고 결론을 내리는가 싶더니 조용히 끝을 맺는 다소 불편한 스타일이 바로 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라고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웃음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들이 총출동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김상경 씨나 유준상 씨는 이미 홍 감독의 페르소나들이 되어버린지 오래이고 예지원 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는 엄지원 씨나 김태우 씨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전작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초호와 캐스팅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더구나 또 다른 페르소나인 김영호 씨는 큰 비중은 아니지만 의외의 웃음을 주는 장면에 등장하시니 눈여겨 보시길 바랍니다.






여행은 사람을 항상 설래이게 만들지만 그 여행에는 돌발행동이 많습니다.

홍상수 감독에게 사랑과 여행은 이상하게 어색하지만 한편으로는 잘 어울리는 코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에는 ‘좋은 것만 봐야만 한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여러분에게 진정을 좋은 것은 무엇이며 그만큼의 무언가에게 애정을 갖고 살아가시는지 모르겠네요.

아직 저는 좋은 것을 찾지도 못했고 특별한 것에 크게 집착을 해보지는 못한 것 같네요. 정말 좋은 것만 보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같은 때는 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