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대부'(1972)-디지털로 만나는 원조 갱스터무비의 부활!

송씨네 2010. 5. 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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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오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란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정말 '모'아님 '도'인 경우일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획기적이라서 이걸 안하면 내가 미칠지도 모르는 그런 제안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글을 보있습니다. 영화 '대부'의 디지털 복원판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트위터로 올라온 시사회 공지가 바로 그것이죠. 3 시간이 나오는 러닝타임을 견뎌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이 작품이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1981 년생인 저에게는 한번도 경험을 못한 작품이니깐요.

아직도 여전히 20 세기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대부'를 다시 만나봅니다.




돈 꼴레오네...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나름대로 자수성가하여 기업형 조직을 이루어낸 사람입니다. 그는 딸의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결혼식을 앞둔 상황에서 많은이들이 축하와 더불어 왜 그리도 고민상담과 사건상담을 그에게 요청을 하는지... 그는 마치 고민을 해결해야 하는 무릎팍 도사라도 된 모양입니다.

다혈질인 큰 아들 소니, 평화를 사랑했던 막내 마이클... 그리고 친 아들처럼 키운 이제는 그들 패밀리의 고문변호사인 톰 까지... 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아버지 돈 꼴레오네에게는 든든한 자식들임은 분명합니다.

어느 날 상대조직의 암살을 당했던 돈 꼴레오네는 거의 혼수상태에 이르게 되고 이에 격분한 마이클은 상대편 조직의 중간보스 솔로조와 그에게 굽신거리는 비리 경찰을 모두 죽이고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로 피신합니다.

그 사이 돈 꼴레오네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조직 재건에 힘을 쏟게 되지요.

복수가 복수를 낳고 사방에 혈투가 난무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 큰 아들 소니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요.

화가나고 슬프지만 그 슬픔을 짓누룰 수 밖에 없는 돈 꼴레오네...

한편 마이클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첫눈에 반한 여인과 결혼을 하지만 테러로 인해 아내를 잃게 됩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마이클은 과거 연인이었던 케이와 새 삶을 시작합니다.

이제 모든 평화가 찾아온 듯 손자와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던 돈 꼴레오네가 갑자기 세상을 뜨고 그런 상황에서 상대편 조직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슬슬 재점화를 하려는 조짐까지 보입니다.








위 스틸컷을 기억하시나요?

첫 장면에 단란하게 결혼 사진을 찍은 대가족들...

꼴레오네 가(家)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길고 긴 결혼식 피로연 장면이 등장하고 나서야 이들 꼴레오네 집안의 비극은 하나하나 시작되고 있었죠. 어쩌면 이 집안 식구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피로연 장면으로 대신한 장면이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쩌면 이것은 가족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또다른 면에서는 앞으로 있을 이 가족의 탄생이 쉽게 유지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암시하는 상황일 수도 있겠죠.




돈 꼴레오네가 추구하는 방식은 의외로 비폭력이었습니다.

사실 그게 더 아이러니하죠. 돈 꼴레오네가 양아들이자 가수로 활약중인 조니가 돈 꼴레오네에게 다가와서 자신이 영화 출연을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울먹이면서 토로하자 결국 돈 꼴레오네가 생각해낸 복수방법은 제작자 양반이 애지중지하던 말을 반토막 낸것이지요. 잔인한 방식이지만 사람에게 총질을 하지 않는 방법이었다는 점에서 나름 평화적인 방식이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큰 아들인 소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의외로 그는 담담하게 복수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죠. 거기에 5대 패밀리들의 보스들을 만나 평화협정을 제안하기까지 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의외의 변수는 조직원들의 배신과 배반이었고 상대편 조직원들은 돈 꼴레오네가 추구하는 평화의 방식을 비웃기라도 하죠. 이는 피의 복수극으로 이어지고 돈 꼴레오네가 그 복수를 하지 않는 대신 그들의 아들과 다른 부하들이 그 행동을 대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명의 인물을 변화시키기에 이르지요. 바로 마이클입니다.




마이클의 변화는 앞에도 말씀 드린 두 명의 인물을 제거하면서 시작되었고 조직을 살리기 위해, 이윤을 챙기기 위해 자신의 아내에게도 거짓말을 해야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사실 마이클의 마음이 변한 것은 이미 그가 이탈리아로 피신하면서 부터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여인에게 반한 나머지 전 연인이었던 케이와의 삶을 부정하고 그 여인에게 청혼을 했으니 말이죠. 그러나 다시 마음을 바꾸어 케이와의 새 삶을 다시 시작하 마이클은 어쩌면 속물중의 속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심지어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도 초반에 등장했는데 그 장면은 후반에 들어서면서 처절하게 무너지게 되죠.)

배신과 배반의 시작은 앞으로 이어질 2 편과, 3편의 마이클의 심경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그렇게 빨리 죽었는데 속편에서 그 삶들이 어떻게 이어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2편과 3편을 보지 않은 저에게는 큰 궁금증으로 다가옵니다.(그래서 필요하다면 2편과 3편도 꼭 감상할 생각입니다.)




갈대숲 사이로 보인 자유의 여신상처럼 미국은 축복받은 나라이며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것처럼 보이는 미국이지만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가득차고 이는 꼴레오네 집안 사람들의 모습들을 비춰주면서 더욱 더 암울하게 다가오게 되죠.

어쩌면 그것이 미국 갱스터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에는 충분한 것이죠. 다른 조폭영화나 마피아 영화와 달리 '대부'가 좋은 영화로 평가 받는 것은 폭력을 적절하게 영화속에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피가 난무하고 이리저리 사람들의 살점이 날리는 최근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대부'같은 제대로 된 갱스터 영화가 없다고 사람들이 많이 아쉬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낮은 목소리로 화도 내지 않으며 모든 사건을 흐르는 강물처럼 겸혀하게 받아들이는 돈 꼴레오네 역의 말론 브랜도는 총을 갈지지 않고도 멋있는 지도자로써의 포스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젊은 시절의 알 파치노, 로버트 듀발, 다이엔 키튼 등의 명배우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매력이죠.


이 영화는 아시다시피 디지털 복원으로 재탄생되는 작품입니다. 디지털 복원이 사실 쉽게 성사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최근에는 뭐든지 3D로 만드는 것이 유행이긴 하지만 그만큼이나 과거 영화들에 대한 디지털 복원도 최근의 대세이긴 해도 말이죠. 이 영화의 감독인 프란시스 코폴라는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측에 디지털 복원을 제안했지만 쉽게 성사되지 않았고 그의 절친이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이 제안을 한 덕분에 그 입김이 파라마운트에 작용하여 디지털 복원으로 영화가 재탄생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1972 년의 이 영화를 그런 점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작품성과 상업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영화이기도 했으니 더 이야기하면 두말하면 잔소리이겠지요. 더구나 멀티플렉스들이 없던 시절에 많은 스크린(상영관)을 보유한 덕분에 이 작품의 흥행 성공역시 예상했던 결과로 작용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영화의 단점은 의외로 엉뚱한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긴 러닝타임이죠. 거의 3 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비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디지털 복원버전의 시사회때도 참을성 없는 분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신 분들이 의외로 많았으니깐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분들은 앞으로 이런 영화 돈주고 보시는 것도, 시사회 보시는 것도 하지마실 것을 정말 권합니다. 러닝타임 정보나 영화정보도 모른 상태에서 영화를 선택하셨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거든요. 더구나 영화를 열심히 관람하는 분들에게도 이런 분들은 상당히 큰 방해요소이거든요.)


그러나 이 영화는 저는 정말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강추입니다.

더구나 '대부' 시리즈 이전에 출생하신 저 같은 사람들이나 혹은 '대부'를 DVD나 VHS 테이프, TV로 여러번 보시고도 또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그 분들에게는 정말 강추입니다. 앞에도 이야기드렸지만 '대부'는 20 세기를 대표하는 몇 되지 않는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그런 작품을 디지털로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테니깐요.




여러분에게 제안하죠.

정말로 여러분이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껍니다. 

이런 명작을 다시 보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정말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