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극장은 인디전용관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상업적인 목적의 극장도 소개를 드리고 있지만 특색있는 극장들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늘 말씀드렸죠. 오늘의 목적지는 천안입니다.
사실 저는 서울이나 수도권의 극장들을 좋아하지만 파주의 씨너스 이채나 오늘 소개해 드릴 천안의 야우리 시네마처럼 지방이거나 혹은 특이한 지역에 위치한 극장들을 좋아합니다. 이런 지방이나 멀리 떨어진 극장중에서는 인상적인 극장들이 많거든요.
저는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지방 극장 투어를 가는 것을 생각중에 있습니다.
지방의 인디전용관과 주요 멀티플렉스도 돌아보고 운이 좋다면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단관극장들의 이야기도 해볼 생각입니다만 아직 여건이 되지 않는 관계로 이 이야기를 대신할 수 밖에 없네요.
사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천안지역을 전철로 여행간다는 것은 상당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멀기도 멀지만 마땅한 교통편이 없기도 했죠. 그러던 것이 이제는 온양 온천도 갈 수 있을 정도로 1 호선 국철이 이제는 거의 못가는 곳이 없어졌다는 생각마져도 들었습니다. 오늘 보여드릴 사진은 사실 지난 4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뒷북일 수도 있는 사진들이며 풍경들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 이야기를 늦게나마 올린 이유는 천안의 정취를 나름대로 같이 느껴보자는 의미입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의 소요시간은 매우 먼 편입니다.
더구나 제가 사는 곳은 경기도 부천이라서 더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죠.
서울역에서 천안역의 거리는 119 분... 영화 한 편을 보실 수 있는 거리입니다.
왜 이렇게 먼 거리를 전철을 타냐고 물으신다면 거기에는 야우리 시네마가 있고 아라리오 겔러리가 있으며 호도과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천안역에서 내리니 너무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오후 4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요.
전에도 왔었는데 야우리 시네마까지 어떻게 갔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출구를 찾고 내리니 하늘이 잔뜩 흐리더군요.
그런데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천안역 주위는 호도과자를 파는 곳보다는 애견센터나 휴대폰 매장이 더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고요. 천안 휴게소의 호도과자도 있고 의외로 호도과자를 파는 곳은 많다고들 이야기주셨지만 제가 발견한 것은 천안역사에 위치한 간이 판매대와 천안역 광장에서 판매중인 원조 호도과자집이 전부였으니깐요.
그렇게 몇 분을 걸어서 천안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에는 야우리 백화점이 있고, 겔러리아 백화점이 있으며 그 안에 오늘 소개할 야우리 시네마가 있습니다.
얼마전 어떤 곳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09 년 작년 관객동원이 많이 된 극장 베스트 10 가운데 놀랍게도 지방 극장들이 몇 곳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CGV나 메가박스 등의 멀티플렉스 체인점과 달리 독보적인 극장 시설로 순위에 오른 곳이 있으니 바로 야우리 시네마입니다. 8 위를 차지했고 14 개관으로 메가박스 코엑스보다는 적지만 CGV 인천과는 같은 스크린 수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이죠. 천안에도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분명 있습니다. 씨너스도 있고 CGV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야우리 시네마의 아성에 도전장을 걸었던 이들도 야우리 만큼은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죠. 야우리 시네마가 이런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백화점안에 입점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보통 현대, 신세계, 롯데 등의 거대한 백화점 체인도 아니고 야우리 백화점 자체가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게 되지요. 물론 고속버스 터미널이 입점한 덕분에 상당히 교통이 좋은 편입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천안역도 나오니 최고의 교통시설이라고 볼 수 있죠.
야우리가 좋은 평가를 받은데에는 14 개의 상영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려는 노력이 보였다는 것이죠. 지방에서는 드물게 야우리는 아트플러스(영진위가 만든 인디전용관 극장체인)에 소속된 지방 극장들 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덩치가 큰 멀티플렉스일 수록 오히려 인디영화에 신경을 안쓰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매년 인디관련 영화제를 열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고 인디영화를 지속적으로 상영하고 있다는 점이 지방에 위치한 극장이지만 CGV나 씨너스 같은 극장들의 경쟁력에서 크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야우리 시네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좀 엉뚱한 것에 있습니다.
야외에 걸린 수많은 전시물들이 그것이죠. 야우리 백화점과 아라리오 겔러리 사이에는 수맣은 조형물들이 있는데 보통 이런 조형물들을 폼으로 전시하거나 만든 것이 대부분이라면 여기에 걸린 작품들은 실제로 체험할 수있는 체험형이 많다는 것이죠. 심지어 야우리 백화점 건물에 이들 조형물을 같이 걸어두기도 합니다. 꽃모양의 조형물이 백화점만큼이나 높은 위치에 걸려 있고 사다리를 타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조형물도 아예 건물에 붙어 있어 있어서 건물과 작품이 하나가 되는 모양을 주기도 했죠.
사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데미언 허스트의 '체러티'라는 작품이었지요.(이 작품은 검색해보시면 무슨 작품인지 아실껍니다. 천안을 갔다오신 분들이라면...) 한 여자 아이의 조형물이었는데 모금함을 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담긴 이 조형물은 두가지 반전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번째 반전은 말 그대로 전쟁을 반대하는 의미의 작품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앞과 뒤의 모습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죠. 뒷면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테엽인형처럼 테엽이 붙어 있는 상태로 등장한다는 것이죠. 정말 반전 맞죠?
아라리오의 김창일 대표도 미술 애호가이면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가 만든 'CANNOT LIVE WITHOUT DREAM'라는 작품도 상당히 인상적이죠. 제 PMP와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최근 지정한 이 작품은 말그대로 풀이하자면 '꿈없이는 살 수 없다'라는 의미의 작품입니다. 강아지가 든 이 팻말의 말이 무슨 말일까를 생각하다가 결국 검색을 해보니 이런 글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백화점에 극장만 있었더라면 저는 이 극장에 대해 소개를 하지 않았을껍니다. 극장 외에도 밖에 겔러리에도 신경을 섰고 그 신경을 쓴 모습은 야우리 시네마의 영화표에 자주 바뀌는 아라리오 겔러리의 컬랙션들을 보시면 이해가 가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저에게 물으실 것입니다.
좀 사진이나 많이 찍고 나서 이야기를 하지... 라고 말입니다.
사실 그 날은 가는 날이 장날이었지요. 사진을 촬영한 4 월 22 일은 겔러리아 백화점 야외 산책로가 막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천안에 사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겔러리아 백화점이 철수를 하고 그 자리에 다른 백화점이 들어오는 자리라서 그 자리에 공사가 진행중이었고 아무래도 비싼 작품들이 많았던지라 작품들을 이전시키는 것이 불가피 했지요. 그래서 일부 작품은 철수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까 소개한 '체러티'나 몇 몇 작품을 볼 수 없었던 이유도 그런 사정이었습니다.
천안의 야우리 시네마는 이런 곳이었습니다. 미술 작품도 관람하고 영화도 보며 쇼핑도 하고 거기에 여행까지 즐기는 원스톱 코스라는 것입니다. 이런 곳은 서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는 점이 제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4 가지를 동시에 즐기는 복합시설이 없다는 것입니다. 천안 야우리를 그렇기에 제가 추천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입니다.
나들이 가기 좋은 요즘입니다. 차는 막히고 갈 곳은 마땅치 않다고 여기신다면 천안 여행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아라리오 겔러리에서 작품 감상을 하시고 야우리 시네마에서 영화감상 한 편 가볍게 하시고 쇼핑 즐기시고 나서는 가볍게 호도과자 입에 물고 집으로 향하시는 것은 어떨까 싶네요.
천안이 멀다고요?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서울에서 천안까지는 두 시간만 투자하시면 천안까지 오시는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전철도 잘 놓여져 있고 열차 밖의 풍경도 그리 나쁘지 않거든요. 피곤하시다면 한 숨 주무셔도 무리 없는 거리이니깐요.
따뜻한 여름같은 봄날...
천안으로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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